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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완전 해설 — 도산 시 수급권 보호·우선변제 순위

회사가 망해도 퇴직연금은 받을 수 있을까

2025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수만 명 직원들이 공통으로 던진 질문이 있었다. “회사가 파산하면 내 퇴직연금은 어떻게 되나요?”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대답이 필요하다. 첫째, 어떤 퇴직연금 유형에 가입돼 있는지. 둘째, 적립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은 법적으로 사업주 재산과 분리되어 외부에 적립돼야 한다.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근로자는 그 적립금에서 직접 급여를 받는다. 법이 이 구조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가 제대로 운영된 사업장이라면 도산은 퇴직연금 수령에 원칙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DB형이란 무엇인가 — 세 가지 핵심 요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근퇴법) 제2조 제7호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를 “근로자가 받을 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퇴직연금제도”로 정의한다. 이 짧은 문장 안에 DB형의 본질이 담겨 있다.

  • 급여 수준이 사전 확정: 근퇴법 제15조에 따라 급여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정해진다. 입사일부터 퇴직일까지 근속 10년이면 10년치 30일 평균임금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 사용자가 직접 운용: 적립금의 운용 주체는 사용자다. 금융상품 선택·수익률 관리는 회사가 한다. 근로자는 운용 결과와 무관하게 약정된 급여를 받는다.
  •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 근퇴법 제16조에 따라 사용자는 매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사업자(은행·보험사·증권사)와 체결한 신탁계약 또는 보험계약을 통해 적립금을 외부에 쌓아야 한다. 법정 최소 적립비율은 기준책임준비금의 100%다.

DB형과 DC형, 무엇이 다른가

구분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급여 확정 시점 사전 확정 (퇴직 시 평균임금 기준) 사후 확정 (운용 결과에 따라 변동)
운용 주체 사용자 근로자
투자 손실 귀속 사용자 (근로자는 약정 급여 수령) 근로자
사용자 부담금 적립비율에 따라 매년 조정 연간 임금총액의 1/12 고정 납입
도산 위험 외부 적립 + 최우선변제로 이중 보호 이미 납입된 부담금은 근로자 자산
임금 상승 수혜 크다 (퇴직 직전 임금 기준 재산정) 없음 (적립 시점 부담금 확정)

DC형은 사용자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명의 계정에 납입하면 책임이 끝난다(근퇴법 제20조 제1항). 이미 납입된 부담금은 근로자 자산이기 때문에 사업주가 도산해도 영향이 없다. 반면 DB형은 사용자가 운용 책임을 지는 구조이므로, 적립금 부족이 생기면 사업주가 이를 메워야 한다.

도산 시 수급권 보호 메커니즘

DB형 퇴직연금이 사업주 도산으로부터 보호받는 이유는 법이 설계한 두 겹의 방어선 때문이다.

첫 번째 방어선 — 사업주 재산과 분리된 외부 적립

근퇴법 제16조 제1항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사업자와의 운용관리 계약 및 자산관리 계약 체결을 의무화한다. 이 계약에 따라 적립금은 은행 신탁계정 또는 보험사 보험계정으로 이전된다. 이 적립금은 사업주의 일반 재산과 법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회사가 파산해도 채권자가 압류할 수 없다.

같은 조 제2항은 최소 적립비율(기준책임준비금의 100%)을 강제한다. 사업주가 부담금을 제때 납입하지 않아 적립 비율이 부족할 경우, 근퇴법 제17조에 따라 퇴직연금사업자는 사용자에게 추가 부담금 납입을 요구하고 근로자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면 도산 시점에도 적립금은 이미 외부에 안전하게 쌓여 있다.

두 번째 방어선 — 최우선변제 채권 지위

외부 적립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 즉 적립금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등장하는 것이 두 번째 방어선이다. 근퇴법 제12조 제2항은 “최종 3년간의 퇴직급여 등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이 강력한 이유는 금융기관의 담보 대출(질권·저당권)보다도 앞선다는 점이다. 회사 공장 부지에 은행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더라도, 최종 3년치 퇴직급여 채권은 그 저당권보다 먼저 변제된다. 이는 근로자 보호를 위한 사회정책적 특례로, 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의 최우선변제 구조와 함께 작동한다.

우선변제 순위 완전 정리

회사가 도산했을 때 남은 재산을 누가 먼저 받아 가는지, 법령 순서대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순위 채권 종류 법적 근거 비고
1순위 (최우선) 최종 3개월분 임금, 최종 3년간 퇴직급여, 재해보상금 근기법 제38조 제2항, 근퇴법 제12조 제2항 담보채권·조세에도 우선
2순위 저당권보다 선순위인 조세·공과금 국세기본법 제35조 법정기일 기준 판단
3순위 질권·저당권 담보채권 (금융기관 대출 등) 민법, 상법 설정 시점 기준
4순위 최종 3개월·3년 초과분 임금·퇴직급여 근기법 제38조 제1항, 근퇴법 제12조 제1항 조세·공과금에는 우선, 담보채권에는 후순위
5순위 일반 조세·공과금 국세기본법 제35조
6순위 기타 일반채권 민법

주의할 점이 있다. DB형에서 사용자가 부담금을 제때 납입했다면 이미 외부에 적립된 금액이므로 위 순위 경쟁 자체에서 제외된다. 적립금은 신탁·보험 계약상 근로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위 순위표는 적립 부족분이 발생했거나 법정 퇴직금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수급권 보호 — 양도·압류·상계 모두 금지

근퇴법 제7조 제1항은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 또는 담보로 제공하거나 압류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이는 강행규정이다.

  • 양도 금지: 퇴직연금 수급권을 타인에게 넘길 수 없다.
  • 압류 금지: 채권자가 퇴직연금 계좌를 강제 집행할 수 없다. 대법원도 “양도가 금지된 채권의 경우 압류하더라도 현금화할 수 없으므로 압류 역시 불가”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 2014.1.23, 2013다71180).
  • 상계 금지: 사용자가 근로자의 채무(대출금, 손해배상 등)를 퇴직급여에서 공제·상계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퇴직연금복지과-1808, 2022.4.28)은 “근로자의 의사에 따른 동의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퇴직급여의 공제 또는 상계는 제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단, IRP 계좌에서 인출되어 일반 예금계좌로 이전된 이후의 금액은 더 이상 수급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압류 금지는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포인트

  • 최소 적립비율 미달 여부 정기 확인: 사업주는 매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적립비율이 100% 이상인지 점검해야 한다. 부족하면 다음 해 9월 말까지 부족분을 납입해야 한다(근퇴법 시행령 제16조).
  • DB→DC 전환 시 노사합의 필수: 사업주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DB형에서 DC형으로 제도를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근퇴법 제4조 제3항). 노사합의 없이 제도를 변경한 사례는 다수 분쟁으로 이어졌다.
  • 퇴직급여는 IRP로: 퇴직급여 지급은 원칙적으로 IRP계정으로 이전해야 한다(근퇴법 제17조 제5항). 현금 지급은 55세 이상 퇴직, 소액(300만 원 이하) 등 예외 사유에 한정된다.
  • 미납 부담금에도 우선변제 적용: DC형에서 사용자가 부담금을 납입하지 않은 경우에도 미납 부담금과 지연이자는 근퇴법 제12조의 우선변제 대상이다.
💼 위너스 인사이트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상담은 “DB형인데 회사가 어렵다, 퇴직연금 안전한가”라는 질문이다. 확인해 보면 적립비율이 70~80%대에 머무는 사업장이 생각보다 많다. 근퇴법상 최소 적립비율 100%는 강제 기준이지만, 퇴직연금사업자가 독촉 공문을 보내도 실제 납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직 중이라면 회사의 퇴직연금 운용 현황을 퇴직연금사업자 앱 또는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통합공시(https://pension.moel.go.kr)에서 직접 조회하는 것을 권한다.

핵심 정리

  • DB형은 급여 수준이 사전 확정되고, 운용 위험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 외부 적립 의무(근퇴법 제16조)로 사업주 재산과 법적으로 분리된다.
  • 최종 3년간 퇴직급여는 담보 채권보다도 우선하는 최우선변제 지위를 갖는다(근퇴법 제12조 제2항).
  • 수급권은 양도·압류·상계 금지(근퇴법 제7조)로 강하게 보호된다.
  •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다면 회사 도산은 퇴직연금 수령에 원칙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가 기업회생(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퇴직연금을 못 받나요?

DB형은 외부에 적립된 자산이 사업주 재산과 분리되어 있어, 회생 절차와 무관하게 적립금에서 수령할 수 있습니다. 단, 적립 부족분이 있다면 우선변제 규정으로 보호받습니다.

Q. DB형과 DC형 중 어느 쪽이 근로자에게 유리한가요?

임금 인상이 꾸준하고 장기 근속 예정이라면 DB형, 이직이 잦거나 투자에 자신 있다면 DC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급여 안정성은 DB형이 더 높습니다.

Q. 퇴직연금 계좌가 압류당할 수 있나요?

근퇴법 제7조에 따라 퇴직연금 수급권은 압류 금지 채권입니다. IRP 계좌 내 적립금은 강제 집행 대상이 아닙니다.

Q. 사업주가 DB형 부담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미납 부담금과 지연이자도 근퇴법 제12조의 우선변제 대상입니다. 또한 퇴직연금사업자가 사업주에게 납입 촉구 의무가 있고, 미이행 시 과태료 제재(근퇴법 제48조)가 있습니다.

Q.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

근퇴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 동의(과반수 노조가 있으면 해당 노조 동의)가 필수입니다. 동의 없이 변경하면 절차 위반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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