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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상 근로자란 누구인가 — 플랫폼 기사·특수고용 노동자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나

“배달 라이더인데 우리도 노동조합 만들 수 있나요?” “프리랜서 작가인데 노조에 가입해도 되나요?” 이런 질문의 핵심 쟁점은 단 하나다. 그 사람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가이다. 답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보다 훨씬 넓다’이다. 근로계약 없이 도급계약으로 일해도, 실직 상태여도, 사업자등록을 냈어도, 노조법이 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헌법 제33조의 단결권을 보장받는다.

노조법 제2조 제1호 — 근기법과 무엇이 다른가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은 ‘근로자’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정의한다.

  • 근기법 제2조 제1항: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
  • 노조법 제2조 제1호: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

두 조항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드러난다. 근기법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한다는 현실적 근로 제공이 핵심이다. 반면 노조법은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이라는 표현으로 범위를 넓혔다. 골프장 캐디피, 방송 출연료, 배달 수수료처럼 엄밀한 의미의 임금이 아니어도 포함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차이를 2004년 판결에서 명확히 했다. 근기법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하여 국가의 관리·감독에 의한 직접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개별적 노사관계를 규율하고, 노조법은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한다고 설시했다(대법원 2004.2.27, 2001두8568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 사건).

대법원이 제시한 6가지 판단기준

대법원은 2018년 학습지교사 사건(대법원 2018.6.15, 2014두12598·12604)에서 노조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처음으로 체계화했다. 다음 여섯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소득 의존성: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는지
  • 계약내용 결정권: 특정 사업자가 보수 등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 시장 접근 경로: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만 시장에 접근하는지
  • 지속성·전속성: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지속적·전속적인지
  • 지휘·감독 관계: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 수입의 노무대가성: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수입이 노무제공의 대가인지

이 중 ①~④는 ‘경제적 종속성’, ⑤는 ‘인적 종속성’을 주로 의미한다. 대법원은 인적 종속성보다 경제적 종속성이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지표임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계약서에 ‘도급’이나 ‘위임’이라고 적혀 있어도, 또는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어도 위 기준을 충족하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대법원 2014.2.13, 2011다78804).

판례가 걸어온 30년 — 특수고용 단결권의 역사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는 30년에 걸친 판례 변화로 조금씩 넓어져 왔다.

1993년 — 골프장 캐디 최초 인정

대법원은 골프장 캐디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최초로 인정했다(대법원 1993.5.25, 90누1731 유성CC 사건). 근기법상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원칙을 처음 확인했다. 캐디피가 근기법상 임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노조법상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 판결은 두 법의 근로자 개념에 차이가 있음을 시사했으나 그 차이를 명확히 설시하지는 않았다.

2004년 — 근기법·노조법 차이를 명시적으로 확인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 사건(대법원 2004.2.27, 2001두8568)에서 대법원은 두 법의 근로자 개념 차이를 명시적으로 밝혔다. 특히 구직 중인 자나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자도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기업별 노조에는 해당 기업에 근무하지 않는 자의 가입이 제한된다는 해석이 이 무렵부터 굳어졌으나, 이후 법 개정으로 해소된다.

2014년 — 골프장 캐디 사건 재확인, 경제적 종속성 강조

대법원은 골프장 캐디 사건에서 다시 한번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과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이 구분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대법원 2014.2.13, 2011다78804).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에서는 인적 종속성보다 경제적 종속성이 보다 중시될 수 있음을 밝혔다.

2018년 — 학습지교사 근로자성 인정, 6가지 기준 체계화

2005년에 근로자성을 부정했던 학습지교사에 대해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대법원 2018.6.15, 2014두12598). 6가지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체계화한 이 판결은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기준판결로 남아 있다. 같은 해 방송연기자 노조 사건(대법원 2018.10.12, 2015두38092)에서도 이 기준이 재확인됐다.

행정해석은 어떻게 보나

고용노동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조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에 대해 계약 형식보다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도급·위탁계약 형식으로 체결됐더라도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면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 배달 라이더·화물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서도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21년 노조법 개정으로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해고자 가입 제한 근거 조항)가 삭제됐다. 이에 따라 기업별 노동조합에서도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고된 근로자가 계속 조합원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초기업단위 노조뿐 아니라 기업단위 노조에서도 조합원 범위를 자체 규약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기업별 노조 규약을 개정해 해고자 가입을 허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노조법상 근로자 ≠ 근기법상 근로자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가입한다고 해서 근기법상 근로자 지위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노조법상 근로자 인정과 근기법상 근로자 인정은 별개의 판단이다. 노조를 통한 단체교섭권은 얻을 수 있어도 연차휴가·퇴직금·해고제한 등 근기법 보호는 별도로 다투어야 한다.

노조 설립 요건과 근로자성 판단은 별개의 절차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하기 위해 사전에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로부터 근로자성을 공식 확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조를 설립한 뒤 행정관청이나 사용자 측에서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다’는 이유로 설립 취소나 자격 다툼을 제기할 때 비로소 쟁점이 된다.

플랫폼 근로자추정제 입법 동향

2026년 현재 플랫폼에 소속돼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근로자’로 추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플랫폼 종사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근로자 추정이 적용될 경우 사용자 측에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증명 책임을 지게 된다.

계약서 명칭보다 실질이 중요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앞서 제시한 6가지 기준 중 몇 가지를 충족하는가다. 계약서에 ‘위탁’, ‘도급’,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어도 소득의 특정 사업자 의존도가 높고 계약 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당하고 있다면 노조법상 근로자 인정 가능성이 높다.

핵심 정리

  • 노조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는 근기법 제2조 제1항의 근로자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 핵심 차이: 근기법은 ‘현실적 근로 제공 + 임금 목적’, 노조법은 ‘이에 준하는 수입 + 단결 필요성’
  •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 6기준(대법원 2018년): 소득의존성·계약결정권·시장접근·전속성·지휘감독·수입대가성을 종합 고려
  • 경제적 종속성이 인적 종속성보다 더 중시된다
  • 2021년 노조법 개정으로 기업별 노조에서도 규약에 따라 해고자 가입 가능
  • 노조 설립·가입 ≠ 근기법상 근로자 자동 인정

자주 묻는 질문

Q. 배달 라이더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나요?

노조법상 근로자성 6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가능합니다. 계약 형식(도급·위탁)보다 특정 플랫폼에 대한 소득 의존도, 계약조건 결정권 등 실질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배달·화물 노조가 설립돼 활동 중인 사례가 있습니다.

Q. 사업자등록을 했는데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나요?

네, 사업자등록 여부는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결정적 기준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도급·위임 어느 형태이든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면 노조법상 근로자로 본다고 판시했습니다.

Q.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퇴직금·연차도 받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노조법상 근로자성과 근기법상 근로자성은 별개 판단입니다. 단체교섭권·쟁의권은 인정받더라도 퇴직금·연차 등 근기법 보호를 받으려면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별도로 다투어야 합니다.

Q. 해고된 뒤에도 노조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나요?

2021년 노조법 개정으로 기업별 노조도 규약이 허용하는 경우 해고자의 가입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규약 개정이 없으면 자동 유지되지 않으므로 소속 노조 규약 확인이 필요합니다.

Q. 근로자추정제가 입법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로 추정되면 사용자 측에서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합니다. 입증 책임이 역전되어 단결권 행사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입법 논의 단계이므로 법 통과 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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