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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부서가 AI 에이전트의 최대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

HR 부서는 왜 AI 에이전트 시대에 뒤처지고 있나

수억 건의 사용자 인터랙션을 분석한 하버드경영대학원(HBS) 연구가 발표됐다. 결론은 분명했다. AI 에이전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건 지식 노동자이며, 전체 AI 에이전트 사용의 36%가 생산성 및 워크플로우 자동화에 집중돼 있다. 마케팅팀은 이미 콘텐츠 생성에 에이전트를 붙이고, 개발팀은 코드 리뷰를 AI에 맡긴다. 그런데 정작 ‘사람’을 다루는 HR 부서는 여전히 엑셀 시트에 연차를 기록하고, 수백 통의 채용 메일을 수동으로 처리하고 있다.

솔직히 이건 좀 아이러니하다. 사람과 조직을 설계하는 부서가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맥킨지가 글로벌 HR 리더들을 인터뷰해 내놓은 보고서 Reimagining HR도 같은 지점을 짚는다. HR이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로 탈바꿈하려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직원 경험 중심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줄 요약: AI 에이전트가 지식 노동의 생산성 판을 바꾸고 있지만, HR 부서가 이 흐름에 올라타려면 행정 처리자에서 전략적 설계자로 역할부터 재정의해야 한다.

숫자가 말하는 AI 에이전트의 현주소

AI 에이전트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건 체감하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36%

AI 에이전트 사용 중 생산성·워크플로우 자동화 비중

HBS Working Knowledge, 2026

75시간

선도 기업의 연간 1인당 교육 시간

McKinsey Health Institute, 2026

7%p

교육 투자 상위 기업의 승진율 격차

McKinsey Thriving Workplaces, 2026

개인적으로는 36%라는 수치가 가장 인상적이다. AI 에이전트 사용 이유의 3분의 1 이상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건, 이미 AI가 단순 실험 단계를 넘어 실무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맥킨지가 말하는 연간 75시간 교육은 단순히 많은 시간이 아니라, 그 교육이 AI 도구 활용 역량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가 보여준 디지털 전환의 청사진

국내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장 체계적으로 밀어붙인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유연근무제 확대, 디지털 트레이닝 프로그램, 그리고 창의성 인센티브 제도(C-인센티브)를 동시에 가동했다. 핵심은 이 세 가지가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연근무가 가능하려면 디지털 협업 도구가 필수고, 도구를 쓰려면 교육이 필요하며, 교육 후에 실제로 새 방식을 시도하게 만드는 인센티브까지 설계한 것이다. 이건 좀 과소평가된 접근인데, 대부분의 기업은 도구만 도입하고 교육은 빼거나, 교육은 하되 인센티브는 안 건드린다. 삼성전자의 사례가 시사하는 건, 디지털 전환이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전면 재설계라는 점이다.

사례 — 삼성전자 디지털 트레이닝삼성전자는 디지털 역량 교육을 단순 e러닝이 아닌 실무 프로젝트 기반으로 운영한다. AI 도구를 활용해 실제 업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 되고, 그 성과가 C-인센티브와 연동된다. 교육 이수율이 아니라 실제 적용률을 측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HR이 AI 에이전트를 붙여야 할 진짜 영역

HBS 연구에 따르면 AI 에이전트의 주요 채택자는 지식 노동자다. 그런데 HR 부서의 업무 중 상당 부분도 지식 노동이다. 채용 공고 작성, 성과 리뷰 초안, 온보딩 문서 관리, 교육 콘텐츠 큐레이션 — 전부 텍스트와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업무가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영역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급여 처리나 퇴사 처리 같은 긴급 행정에 밀려 늘 후순위로 밀린다. AI 에이전트가 바로 이 구조를 뒤집을 수 있다. 반복적 행정을 에이전트에 맡기면, HR 담당자는 비로소 전략적 업무 — 조직 설계, 문화 진단, 인재 파이프라인 구축 — 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

맥킨지 보고서가 강조하는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느껴졌다면, 이렇게 바꿔 생각하면 된다. 행정 업무의 60%를 AI에 넘기고, 남은 시간으로 경영진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것. 그게 재설계의 본질이다.

역할 재설계 없는 AI 도입이 실패하는 이유

여기서 핵심이다. AI 도구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업무가 늘었다는 불만이 현장에서 자주 나온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존 업무 프로세스 위에 AI를 얹었기 때문이다. 서류 결재 7단계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AI 초안 생성 도구를 붙이면, 기존 7단계에 ‘AI 검수’ 단계만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아쉽다. 대부분의 HR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가 이 함정에 빠진다. 맥킨지가 인터뷰한 HR 리더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것도 이 부분이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전환하려면,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먼저 바꿔야 한다. 승인 단계를 줄이고, 권한을 현장에 위임하고, AI가 생성한 인사이트를 중간 필터 없이 의사결정자에게 바로 전달하는 파이프라인을 설계해야 한다.

flowchart LR
    A[반복 행정] -->|AI 에이전트 자동화| B[시간 확보]
    B -->|역할 재설계| C[전략 업무 집중]
    C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D[비즈니스 파트너 HR]
    D -->|조직 성과 기여| E[경영진 신뢰 확보]

당신의 HR팀은 어느 단계에 있는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 HR팀이 AI 에이전트를 ‘검토 중’인가, ‘시범 운영 중’인가, 아니면 ‘전면 적용 중’인가? HBS 데이터가 보여주듯 지식 노동자의 AI 에이전트 채택은 이미 가속 단계에 진입했다. HR이 이 흐름에서 빠지면, 결국 다른 부서가 HR의 역할까지 AI로 대체해버리는 상황이 온다.

삼성전자처럼 도구-교육-인센티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든, 맥킨지가 제안하듯 의사결정 파이프라인부터 재설계하든, 방법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출발점은 같다. HR 스스로가 AI의 첫 번째 사용자가 되는 것. 다른 부서에 AI 도입을 권하면서 정작 자기 부서는 수작업으로 돌리는 HR — 그 모순을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전략적 파트너’라는 타이틀은 영원히 슬라이드 위의 문구로 남을 뿐이다.

💡 실무 시사점: AI 에이전트 도입의 핵심은 도구 선택이 아니라 역할 재설계다. HR팀의 반복 행정 업무를 식별하고, 에이전트에 위임할 영역과 사람이 집중할 전략 영역을 구분한 뒤, 의사결정 구조까지 함께 바꿔야 진짜 전환이 시작된다.

#AI에이전트 #HR재설계 #디지털전환 #전략적HR #생산성자동화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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