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최고인사책임자)의 46%가 리더십 개발을 2026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2년 연속이다. 동시에 조직 효과성을 의심하는 직원의 51%가 1년 내 이직을 고려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더십이 조직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건 이제 상식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경영진을 ‘설계’하지 않는다. 직함만 쌓아놓고 전략을 실행하라고 하는 셈이다.
한 기술기업 CEO가 “Chief” 직함을 단 18명을 임원 팀으로 구성했더니, 회의는 ‘고등학교 점심시간 테이블’로 변질됐다. 영향력 다툼, 의사결정 지연, 책임 소재 증발. 이건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많은 기업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한 줄 요약: 경영진은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 전략 실행력은 C레벨 팀의 구조에서 결정된다.
숫자가 말하는 리더십 위기의 실체
SHRM(미국인적자원관리학회)이 2026년 발표한 대규모 조사는 리더십 개발이 왜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인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조직이 직원의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고 믿는 구성원의 직무 만족도는 91%인 반면,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구성원은 44%에 그쳤다. 두 배 이상 벌어진 이 격차의 핵심 변수가 바로 리더십이다.
46%
CHRO가 리더십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선택
SHRM / 2026
91%
조직 효과성 신뢰 시 직무 만족도
SHRM / 2026
51%
조직 효과성 불신 직원의 1년 내 이직 고려율
SHRM / 2026
31%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CHRO 비율 (전년 15%에서 2배 증가)
SHRM / 2026
개인적으로는 이 숫자들 중 가장 주목할 건 조직문화 강조 비율의 급등이다. 15%에서 31%로, 1년 만에 두 배. 이건 CHRO들이 ‘좋은 복지’나 ‘보상 패키지’ 같은 표면적 해법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C레벨 18명의 역설 — 경영진이 많을수록 의사결정은 느려진다
DBR이 소개한 사례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사라’라는 이름으로 익명 처리된 한 기술기업 CEO는 취임 후 “Chief” 직함이 붙은 사람 18명을 경영진 팀에 넣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사례 — 기술기업 경영진 18인 체제의 붕괴CEO 사라는 모든 C레벨을 한 테이블에 앉혔다. 회의는 전략 논의가 아니라 “현황 보고와 정치적 입지 다툼의 장”이 됐다. 팀원들은 영향력과 권한을 두고 경쟁했고,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은 끊임없이 미뤄졌다. 문제의 뿌리는 명확했다. CEO가 경영진을 ‘전략 실행 기구’가 아닌 ‘보고 라인 목록’으로 취급한 것이다.
이건 좀 뼈아픈 지적이다. 많은 한국 기업에서도 ‘임원이 늘었는데 실행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빈번하다. 직함의 인플레이션이 의사결정의 디플레이션을 부르는 역설. 핵심이다.
전략적 경영진 설계라는 미해결 과제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단순히 임원 수를 줄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진을 조직의 전략과 ‘정렬(Alignment)’시키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SHRM 조사에서 HR 전문가의 72%는 “직원들의 고용주에 대한 기대가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직원 몰입도(Employee Engagement)는 2026년 HR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이슈 1순위로 꼽혔다. 그런데 직원 몰입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바로 직속 리더, 그리고 그 리더의 상위 의사결정 구조다.
경영진이 전략과 분리되어 있으면, 중간관리자는 방향을 잃고, 실무자는 조직의 의도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SHRM 데이터에서 리더십의 투명성 확대를 기대하는 직원이 40%에 달한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AI 시대, 리더십 재설계가 더 급해진 이유
여기에 AI라는 변수가 가세한다. CHRO의 92%가 AI의 업무 통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84%가 AI 관련 업스킬링 수요 증가를 내다본다. 동시에 57%는 AI 채용 도구의 편향성 감소를 새로운 과제로 지목했다.
이 숫자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AI가 업무 현장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리더의 역할은 ‘지시’에서 ‘판단’과 ‘맥락 설정’으로 바뀐다. 그런데 18명이 앉은 회의실에서는 그 판단의 속도와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경영진의 크기가 아니라 구조와 역할 분담이 AI 시대 실행력의 핵심 변수가 되는 것이다.
단계적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 변화에 더 빠르게 적응한다. Pre-CLP(예비 핵심 리더 과정)에서 상황판단 역량을 먼저 검증하고, CLP(핵심 리더 과정)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을 훈련한 뒤, 후계자 계획으로 연결하는 3단계 구조가 대표적이다. 이런 파이프라인이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의 차이는 위기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조직문화라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
리더십을 설계하려면 조직문화라는 토양이 먼저 준비돼야 한다. CHRO의 29%가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우선순위로 꼽은 것, 47%가 다세대 인력 관리를 핵심 과제로 본 것 — 이 모두 결국 문화의 문제다.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것이다. 한국 기업의 상당수는 여전히 리더십을 ‘사람의 자질’ 문제로 본다. “좋은 리더를 뽑으면 된다”는 사고방식. 그러나 SHRM과 DBR의 분석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정반대다. 리더십은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조직의 구조 문제다. 경영진의 규모, 역할 정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전략과의 정렬 — 이 네 가지를 설계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개인을 앉혀놓아도 실행력은 나오지 않는다.
운영비용 상승 압력(CHRO 43%), 재무 목표 달성 압박(42%)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리더십 구조의 비효율은 곧 비용이다. 경영진 회의가 30분이면 끝날 안건을 2시간 끌 때, 그건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아니라 ‘설계 결함’이다.
설계하지 않은 경영진은 조직의 가장 비싼 낭비다
리더십 개발이 2년 연속 CHRO 최우선 과제라는 건, 바꿔 말하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조직이 리더십 ‘개발’에 투자하면서도 리더십 ‘구조’는 손대지 않는다. 교육 프로그램은 늘리면서 경영진 팀의 크기와 역할은 관성에 맡긴다.
DBR이 던진 질문을 여기서 다시 꺼내본다. 당신 회사의 C레벨은 ‘전략 실행 기구’인가, 아니면 ‘보고 라인 목록’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전자라고 답할 수 있는 조직이 얼마나 될까. 그 답이 곧 2026년 조직 경쟁력의 출발선이다.
💡 실무 시사점: 경영진 팀을 ‘모으지 말고 설계하라.’ CHRO 46%가 리더십을 최우선으로 꼽은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 인식이 있다. 임원 수보다 역할 정의와 의사결정 프로세스 재정렬이 먼저다. 조직문화 투자 없이 리더십 교육만으로는 실행력 격차를 좁힐 수 없다.
#리더십설계#경영진구조#CHRO우선과제#조직문화#AI시대리더십
참고 링크
- SHRM, “What Will Work Look Like in 2026? New SHRM Research Reveals How Leadership, Culture and AI Are Shaping the Future” (2026)
- DBR, “전략을 실행하는 C레벨을 구축하라” (2026)
- HR인사이트, “차세대 리더십 육성으로 확보하는 조직 경쟁력”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