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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보수는 오르고 직원 급여는 내려간다 — 보상 공정성이라는 조직 신뢰의 기반

지난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CEO에게는 역대급 보수를 지급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자슬라브 CEO는 1억 6,500만 달러(약 2,300억 원)를 수령했고,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는 5,390만 달러를 받았다. 같은 시기 이 기업들의 현장 인력은 스트리밍 전환이라는 명목 아래 줄줄이 자리를 잃었다. 대양 건너 인도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IT 서비스 대기업 테크마힌드라의 CEO 모히트 조시는 FY26에 67.55크로어(약 110억 원)를 받으며 전년 대비 11.8% 인상을 누렸지만, 같은 회사 직원 중위 보수는 오히려 4.9% 하락했다. CEO-직원 보수 배율은 1,085배. 한국이라고 예외일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500대 기업 284곳을 분석한 결과, 국내 대기업 CEO와 직원의 평균 연봉 격차는 15.3배였다. CJ제일제당은 106.1배, LS일렉트릭은 87.3배를 기록했다. 솔직히, 배율 자체보다 더 문제적인 건 이 격차가 직원들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는가이다. 성과급 시즌마다 “경영진은 잔치, 현장은 쥐꼬리”라는 말이 돌 때, HR이 아무리 공정한 평가 제도를 설계해도 조직 신뢰는 이미 금이 가 있다.

한 줄 요약: CEO-직원 보상 격차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조직 신뢰의 바로미터이며, HR은 보상 구조의 투명성과 내부 형평성을 동시에 재설계해야 한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 — 글로벌과 한국의 보상 격차 실태

1,085

테크마힌드라 CEO-직원 중위 보수 배율

People Matters / FY26

106.1

CJ제일제당 CEO-직원 연봉 격차 (국내 최대)

리더스인덱스 / 2024

53.2%

중소기업 임금의 대기업 대비 수준

한국경제 / 2024

15.3

국내 500대 기업 CEO-직원 평균 격차

리더스인덱스 / 2024

테크마힌드라의 1,085배는 극단적 사례지만, 구조는 한국에서도 반복된다. 식음료 업종은 CEO-직원 격차가 29.7배, 유통은 22.8배, IT·전기전자는 21.7배다. 은행권이 8.3배로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금융 규제와 공시 압력이 보수 구조를 일정 부분 견제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배율이 낮다고 해서 공정하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 중요한 건 그 격차가 어떤 논리로 설명되는가이다.

구조조정과 CEO 보상이 동시에 벌어질 때 — 신뢰가 무너지는 메커니즘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보여준 패턴은 명확하다. 스트리밍 전환을 위해 수천 명을 내보내면서, 그 전환을 이끈다는 이유로 CEO에게 1억 6,500만 달러를 줬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 역시 458억 원을 수령했는데, 회사 측 설명은 “보수의 97%가 성과 연동”이라는 것이었다. 성과 연동이니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그런데 이건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성과’를 가능하게 한 건 현장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기술 인프라를 운영하고, 고객을 응대한 직원들이다. 인사이드 아웃 2의 17억 달러 흥행은 CEO 한 사람의 성과인가, 수천 명 크리에이터와 마케터의 집합적 결과인가. 보상 구조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성과 연동”은 그저 경영진을 위한 수사(修辭)가 된다.

사례 — 테크마힌드라CEO 모히트 조시의 보수가 11.8% 오르는 동안, 14만 7천 명 직원의 중위 급여는 4.9% 줄었다. 남성 직원 평균 연봉 1,890만 루피와 여성 직원 1,600만 루피 사이에도 290만 루피(약 4,700만 원)의 성별 격차가 존재한다. AI·신기술 전문인력 채용에 집중하면서 기존 인력의 보상은 정체되는 전형적인 ‘이중 트랙’ 보상 구조가 드러난 사례다.

한국 현장의 보상 격차 — 대-중소기업이라는 또 다른 단층

한국의 보상 불균형은 CEO-직원 축에만 있지 않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월 임금은 336만 2천 원으로, 대기업의 53.2% 수준이다. 이 비율은 2021년 54.3%에서 매년 줄어들어 4년 연속 하락했다. 5~29인 사업장은 53.8%, 4인 이하는 37.8%까지 떨어진다.

더 극적인 차이는 성과급에서 나타난다. 중소기업의 월평균 특별급여(성과급·상여금)는 20만 8천 원으로, 대기업의 17.4%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합의하고, 카카오가 영업이익의 10%를 검토할 때, 중소기업 직원은 기본급 인상조차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한다.

청년층에서 이 균열은 더 선명하다. 대기업 29세 이하 직원의 월평균 급여는 417만 원이지만, 중소기업 40대 직원은 403만 5천 원이다. 사회 초년생이 1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중소기업 직원보다 더 많이 받는 구조 — 이건 단순한 시장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보상 공정성은 왜 HR의 전략적 의제가 되어야 하는가

머서(Mercer)의 2025 글로벌 보상 분석은 두 가지를 지적한다. 하나는 다국적 기업들이 각국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 기반의 격차 분석(pay equity analysis)이 컴플라이언스를 넘어 인재 유지의 핵심 도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EU의 임금 투명성 지침(Pay Transparency Directive)은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250인 이상 기업은 성별 임금 격차를 공시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 이 수준의 규제가 없지만, ESG 공시 의무화와 함께 보상 공정성에 대한 외부 압력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의 193억 7,400만 원, 신동빈 롯데 회장의 178억 3,400만 원이 공시 때마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건, 시장이 이미 이 숫자를 조직의 가치관을 읽는 렌즈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투명성 없는 보상은 보상이 아니다

디즈니가 밥 아이거의 보수를 “97%가 성과 연동”이라고 해명한 건, 역설적으로 투명성의 힘을 보여준다. 숫자를 숨기는 것보다 논리를 공개하는 편이 낫다. 문제는 한국 기업 대부분이 이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상 구조의 투명성은 세 겹으로 작동한다. 가장 기본적인 층위는 기준의 투명성 — 무엇을 기준으로 보수를 결정하는지 직원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격차의 투명성이 더해진다 — CEO와 직원, 직급 간, 성별 간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데이터로 확인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층위가 변동의 투명성이다 — 그 격차가 왜 벌어졌거나 줄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쉽다, 이 세 층위를 모두 갖춘 한국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테크마힌드라의 사례에서 1,085배라는 숫자 자체보다 더 충격적인 건, 직원 중위 보수가 줄었다는 사실이 연례보고서 한 줄로 처리됐다는 점이다. 격차의 존재보다 격차에 대한 침묵이 신뢰를 더 빠르게 무너뜨린다.

그래서, HR은 무엇을 다시 쓸 것인가

보상 공정성을 HR의 전략 의제로 올리겠다는 건,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급여를 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격차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그 이유가 조직 구성원에게 납득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내부 형평성 감사(internal equity audit)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동일 직무·동일 성과 수준에서 성별·연차·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격차가 있는지 데이터로 확인하고, 있다면 시정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다. 머서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 감사를 연 1회에서 분기 단위로 전환하고 있다.

경영진 보수와 관련해서는, 이사회 보수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시의 질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 “성과 연동 비율 97%”라는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성과 지표에 연동되는지, 그 지표가 직원 처우 개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투명성이다.

결국 보상 공정성이란, 급여 명세서에 찍히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조직은 나의 기여를 정당하게 인정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답을 만드는 건, CEO도 이사회도 아닌, HR이다.

💡 실무 시사점: CEO-직원 보상 격차는 ESG 공시·인재 유지·조직 문화 세 축을 동시에 관통한다. HR은 내부 형평성 감사를 정기화하고, 보상 기준·격차·변동의 3층 투명성을 구축해야 한다. 격차의 존재보다 격차에 대한 침묵이 조직 신뢰를 더 빠르게 무너뜨린다.

#보상공정성 #CEO보수 #임금격차 #내부형평성 #HR전략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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