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실무 문서 가이드

0 / 0 섹션 완료

AI 시대, 성과 지표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벌어지는 일

AI를 잘 쓰는 직원이 낮은 평가를 받는다 — 성과관리의 역설

회사가 AI 도구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올라갈 거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올라간다. 그런데 성과 평가 시즌이 오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AI를 적극 활용해 일을 빠르게 처리한 직원이, AI 결과를 꼼꼼히 검증하느라 속도가 느렸던 직원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올린 사람이 ‘생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AI의 오류를 잡아내 팀의 품질을 지킨 사람은 ‘효율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솔직히, 이건 AI의 문제가 아니라 측정 도구의 문제다. 조직이 AI 도구를 도입해 놓고 성과 지표는 2015년에 만든 그대로 쓰고 있다면, 그 지표는 이제 잘못된 행동을 보상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먼저 이탈하는 건 ‘검증하는 사람’ — 즉 조직에 가장 필요한 인재다.

한 줄 요약: AI 도구를 도입한 조직이 성과 측정 방식을 그대로 두면, 핵심 인재부터 이탈한다. 지표를 먼저 재설계해야 한다.

숫자가 말하는 현실 — AI 투자는 급증, 성과 체계는 정체

AI를 쓰고는 있지만, 제대로 측정하고 있지는 않다. 글로벌 조사 결과를 보면 그 간극이 선명하다.

91%

AI 투자를 늘리고 있는 글로벌 조직 비율

HBR / 2026

18%

AI 투자에서 실질적 비즈니스 성과를 달성한 비율

HBR / 2026

84%

AI 도입 후에도 역할·워크플로·경력경로를 재설계하지 않은 기업

Deloitte / 2026

2%

자사 성과관리 시스템이 실제 개선을 유도한다고 확신하는 Fortune 500 CHRO

Gallup / 2024

91%가 돈을 쏟고 있는데, 실제 성과를 거둔 곳은 18%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격차의 상당 부분이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를 재정의하지 않은 데서 온다고 본다. AI를 도입해 놓고 기존 KPI(처리 건수, 목표 달성률, 효율성 지표)로만 측정하면, AI가 만들어낸 ‘양’은 잡히지만 사람이 보탠 ‘질’은 보이지 않는다.

‘워크슬롭’이라는 새로운 적

HBR이 최근 제시한 개념 중 눈에 띄는 것이 워크슬롭(workslop)이다. AI가 생성한 저품질 콘텐츠 — 중복, 오류, 맥락 없는 반복 — 가 팀 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현상을 말한다. 받는 사람은 이걸 읽고, 걸러내고, 수정하느라 시간을 쓰지만, 보낸 사람의 KPI에는 ‘보고서 3건 제출’로만 찍힌다.

이건 좀 심각한 구조적 문제다. 워크슬롭을 만들어낸 사람이 높은 생산성 점수를 받고, 워크슬롭을 처리하느라 본인 업무가 밀린 사람이 낮은 점수를 받는다. 한 조사에서는 직원의 10%가 AI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더 나빠 보이게 만든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AI가 자기 자리를 위협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측정 체계가 잘못 설계되면 이런 방어적 행동까지 유발한다.

사례 — ‘들쭉날쭉한 기술 경계(jagged technological frontier)’AI는 특정 업무에서 인간을 압도하지만,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인접 업무에서 갑자기 실패한다. 한 실험에서 AI 접근 권한이 모델 역량을 넘어서는 과업에 주어졌을 때, 정답 도출 가능성이 19% 낮아졌다. 직원이 AI를 무조건 신뢰한 결과다. 이 ‘경계’를 감지하고 AI에게 맡길 일과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일을 나누는 판단력 — 이것이 바로 기존 KPI에는 전혀 잡히지 않는, 그러나 가장 값비싼 역량이다.

사람의 기여를 측정하는 3계층 프레임워크

그렇다면 AI 시대의 성과 지표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HBR이 제안하는 3계층 측정 프레임워크가 실무적으로 유용하다.

1계층: 인간 고유 기여(Human-Contribution Metrics)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측정한다. 경계 판단력(AI가 실패하는 지점을 감지하는 능력), 오케스트레이션(개인 산출이 아닌 팀 전체 처리량을 끌어올리는 역할), 학습 속도(새 도구와 워크플로에 적응하는 민첩성)가 핵심 지표다.

2계층: AI 시스템 성과(AI System Metrics)

AI 에이전트 자체의 성능을 별도로 측정한다. 과업 완수율, 설명 가능성, 에스컬레이션 품질, 엣지 케이스 라우팅 정확도 등이다. 이건 사람 평가가 아니라 도구 평가다. 도구 성능이 낮은데 사람 탓을 하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막아준다.

3계층: 인간-AI 협업 시스템(Human-AI System Metrics)

사람과 AI가 함께 만든 결과의 품질을 본다. AI 대체율(전체 업무 중 AI가 단독 처리한 비율), 상보성 지수(사람이 개입했을 때 결과가 얼마나 나아졌는가), 가치 귀속 비율(최종 성과에서 사람과 AI 각각의 기여분) 등을 추적한다.

핵심은 이 세 계층을 동시에 보는 것이다. 1계층만 보면 AI를 안 쓰는 사람이 유리하고, 2계층만 보면 도구 도입률 경쟁이 되며, 3계층만 보면 결과론적 평가에 빠진다. 세 계층을 교차 확인해야 “이 사람이 AI와 함께 실제로 어떤 가치를 만들었는가”가 드러난다.

리텐션 위기의 숨은 뿌리 — 불공정한 측정

성과관리의 문제는 단순히 ‘평가 점수가 틀렸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측정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순간, 핵심 인재는 떠난다. 글로벌 조사에서 자기 성과 평가가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확신하는 직원은 20%에 불과했다. 나머지 80%는 “이 조직이 나를 제대로 보고 있는가”를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술 도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악화시킬 수도 있다. AI 기반 피드백 플랫폼을 도입해 관리자-구성원 간 대화 빈도를 높이고, 동료 인정(peer recognition)을 자동화하면 몰입도가 올라간다. 온보딩 과정에 디지털 도구를 적용한 조직은 신입 직원 잔류율이 82% 개선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측정 체계 자체가 신뢰를 받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도구로 피드백 주기를 줄여 봤자, 그 피드백의 근거가 되는 KPI가 워크슬롭 생산자를 보상하고 있다면 직원들은 더 빨리 이탈한다.

성과 기반 인센티브를 AI 활용과 연동한 기업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AI를 쓰든 안 쓰든 같은 잣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상태에서 “AI 활용을 늘려라”는 메시지를 내보내면, 직원 입장에서는 리스크만 늘어난다. 잘 쓰면 ‘원래 일이 쉬웠던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 AI 오류가 발생하면 책임은 온전히 본인 것이다.

내일 회의에서 물어야 할 질문 하나

“우리 팀에서 AI 결과물을 검증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사람의 성과 평가에 그 기여가 반영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즉답할 수 있는 리더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이 핵심이다. HBR이 권고한 실행 순서도 명확하다 — 평가 양식을 바꾸기 전에 지표를 먼저 재설계하고, 코칭 대화와 보상 대화를 분리하며, AI 시스템에 명확한 책임 소재를 부여하라. 그리고 전사 변혁을 시도하지 말고 하나의 워크플로에서 먼저 시작하라.

AI 도구는 이미 사무실 안에 들어와 있다. 도구가 바뀌었으면 자(尺)도 바뀌어야 한다. 여전히 ‘처리 건수’와 ‘보고서 제출 횟수’로 사람을 줄 세우고 있다면, 그 조직은 AI를 도입한 게 아니라 AI에게 기존 관료제의 속도만 붙여준 셈이다.

💡 실무 시사점: AI 도입 후 성과관리 체계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워크슬롭’이 보상받고 ‘검증 역량’이 벌 받는 역설이 고착된다. 3계층 프레임워크(인간 기여 → AI 시스템 → 협업 시스템)로 지표를 분리하고, 한 팀의 한 워크플로에서 파일럿을 시작하라.

#AI성과관리 #워크슬롭 #성과지표재설계 #HR테크 #인재리텐션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ON THIS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