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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제 이용자 0% — HR 시스템이 말해주는 진짜 문제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국내 상장사 1,877곳 가운데 657곳(35%)에서 실제 이용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2026년 7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사업보고서를 전수 분석해 내놓은 숫자다. 제도는 있는데 아무도 쓰지 않는다는 것 — 이건 문화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 실패의 신호다.

한 줄 요약: 유연근무제 이용률 0% 기업이 35%에 달하는 것은 제도 부재가 아니라, 근태 시스템·성과 평가·관리자 행동이 여전히 ‘9-to-6 고정 출근’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도는 있고, 데이터는 없고

이번 조사가 전례 없이 의미 있는 이유는 실명 전수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상장사의 유연근무 공시 의무화가 2026년 처음 시행되면서, 그동안 ‘도입했다’는 답변 수준이던 설문조사와 달리 실제 이용자 수가 숫자로 공개됐다. 그 결과 3곳 중 1곳은 이용자 제로였다.

더 들여다보면 층위가 갈린다. 유연근무를 적극 활용한 기업도 있고, 취업규칙에 한 줄 추가해 놓고 실질 운영은 전혀 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공시 데이터는 이 두 집단을 같은 ‘도입 기업’으로 분류해왔다. 솔직히 이런 이분법이 10년 넘게 지속됐다는 게 더 놀랍다.

35%

유연근무 도입 기업 중 이용자 0명 비율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2026년 상장사 사업보고서 전수분석

1,833시간

한국 연간 실노동시간(OECD 6위)

OECD, 2025년 기준

97시간

OECD 평균(1,736시간) 초과 노동시간

OECD, 2025년 기준

정부 목표는 2030년까지 실노동시간을 1,700시간대로 줄이는 것이다. 지금 궤도라면 그 목표는 유연근무제의 실질 이용률 상승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탄력근무제 법 개정 — 도구는 넓어졌는데, 쓸 준비는 됐나

2026년 8월 20일 시행 예정인 개정 근로기준법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무제)의 단위기간을 최장 6개월로 확대하고,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도 연구개발 직무에 한해 3개월까지 늘린다. 추가된 안전장치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과 임금보전방안 신고 의무가 붙었다.

법이 넓어졌다는 건 HR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운용 오류의 범위도 넓어졌다는 뜻이다. 단위기간 6개월짜리 탄력근무제를 쓰려면 노사합의서, 근로일별 근무시간 사전 확정, 임금보전 계획서 작성, 노동부 신고까지 연쇄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근태 시스템이 ‘고정 8시간 × 5일’ 기준으로 세팅되어 있으면 초과근로 계산 자체가 틀린다.

사례 — 제조업 A사성수기 3개월, 비수기 3개월로 탄력근무제를 운용해온 중견 제조사가 단위기간 6개월 확대 후 기존 근태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하다 문제가 생겼다. 시스템이 월별로 초과근로를 집계하도록 설계된 탓에, 성수기에 누적된 연장근로가 비수기에 상계되지 않고 그대로 연장근로 수당으로 계산됐다. 결과적으로 수억 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했고, 탄력근무제를 적용했음에도 법 위반 시비까지 붙었다.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법 개정을 따라가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다.

이용률 0%의 진짜 원인 — 시스템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유연근무제를 아무도 쓰지 않는다면 세 가지 중 하나다. 첫 번째는 관리자가 실질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경우, 두 번째는 신청 절차가 복잡해서 포기하는 경우, 세 번째는 제도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모두 HR 시스템과 데이터로 추적 가능하다.

신청 건수는 있는데 승인율이 낮다면 첫 번째 문제, 신청 건수 자체가 없다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제다. 신청·승인 데이터를 부서별로 쪼개면 특정 팀장이 유연근무를 사실상 차단하고 있는지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 데이터를 관리자 평가 지표에 연결하지 않는 기업이 아직도 대다수라는 게 핵심 문제라고 본다.

탄력근무제나 선택근로제를 제대로 운용하려면 근태 시스템이 다음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 단위기간별 총 근로시간 자동 집계 (주 단위가 아닌 기간 단위 집계)
  • 11시간 연속 휴식 위반 자동 알림
  • 탄력근무 적용 직원과 비적용 직원의 초과근로 계산 분리
  • 임금보전 계획과 실제 지급의 차이 리포트

이 중 하나라도 수작업이라면 단위기간 6개월 탄력근무제는 운용 리스크가 너무 크다.

💡 AI·도구로 측정/자동화 가능한 부분

  • 이용률 대시보드: 유연근무 신청·승인 데이터를 부서·팀장별로 집계해 이용률 0% 부서를 자동 플래그. flex HR, Shiftee, Workday 등에서 API 연동으로 구현 가능
  • 단위기간 근로시간 자동 집계: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설정 후 기간 합산 초과근로 자동 계산. 기존 월별 집계 시스템을 그대로 쓰면 오산이 나므로 반드시 기간 파라미터 변경 필요
  • 11시간 휴식 위반 알림: 퇴근-출근 간격이 11시간 미만일 때 실시간 알림. 개정법 준수 여부를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감시하게 하는 것이 핵심
  • 관리자 승인 패턴 분석: 유연근무 신청 대비 반려 비율이 팀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관리자를 AI가 자동 식별 → 인사팀 리뷰 트리거
  • 이용 저해 요인 설문 자동화: 이용자 0% 부서 직원에게 분기 1회 단문 설문 자동 발송, 응답 데이터를 NLP로 분류 (관리자 눈치/절차 복잡/인지 부족 등)

💡 실무 시사점: 유연근무제는 취업규칙에 문구를 넣는 순간 ‘도입’이 되는 게 아니다. 근태 시스템이 단위기간 집계를 지원하고, 관리자 행동 데이터가 보이고, 이용률 플래그가 올라올 때 비로소 ‘작동하는 제도’가 된다. 8월 개정법 시행 전에 시스템 점검 체크리스트부터 돌려보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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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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