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도 안산의 한 제조업체 인사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E-9 쿼터가 8만으로 줄었는데, 지금 일할 사람이 없어요. 시스템으로 뭘 해볼 수 있는 게 있나요?” 솔직히, 이 질문을 올해 들어 열 번 넘게 받았다. 외국인 근로자 체류 인원은 사상 최대인 270만 명을 넘어섰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숫자의 역설이다.
한 줄 요약: E-9 쿼터 축소에도 체류 외국인은 270만 명을 돌파했고, HR 시스템이 다국어 온보딩·비자 만료 관리·임금 컴플라이언스를 자동화하지 못하면 인력난은 제도가 아니라 운영에서 터진다.
쿼터는 반토막, 체류 외국인은 역대 최대 — 숫자가 말해주는 것
2024년 16만 5천 명이던 E-9 비자 쿼터가 2025년 13만, 2026년 8만으로 줄었다. 2년 만에 절반 이하. 고용노동부는 “팬데믹 이후 급증한 외국인 노동수요가 정상화됐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현장 체감은 다르다.
270만 명+
2025년 말 국내 체류 외국인 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5
8만 명
2026년 E-9 비자 신규 발급 쿼터
고용노동부, 2026
92.7%
외국인 고용 사유가 ‘내국인 구인난’인 기업 비율
이민정책연구원, 2025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핵심이다. 쿼터가 줄었다는 건 신규 유입이 줄었다는 뜻이지, 이미 일하고 있는 외국인이 줄었다는 뜻이 아니다. E-9 체류자와 H-2(방문취업) 비자 소지자, 재외동포(F-4), 결혼이민(F-6)까지 합산하면 취업자격 체류 외국인만 59만 4천 명이다. 여기에 유학생 아르바이트, 불법체류 취업까지 포함하면 실제 외국인 노동력 규모는 훨씬 크다.
문제는 이 인력이 한 사업장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업장 변경, 비자 만료, 계절 이동. 인사 시스템이 이 흐름을 추적하지 못하면, HR 담당자가 엑셀로 비자 만료일을 관리하다 놓치는 사고가 반복된다.
다국어 온보딩 없는 현장 — 안전교육부터 무너진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데이터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율은 내국인 대비 약 1.5배 높다. 원인이 뭘까. 언어 장벽이다. 안전교육 자료가 한국어로만 제공되고, 작업 지시가 구두로만 전달되는 현장이 아직도 대부분이다.
사례 — 경기도 화성 자동차부품 제조사2024년 베트남·캄보디아 출신 근로자 40명을 채용한 중견 부품사가 온보딩 과정에서 겪은 일이다. 안전교육 자료를 베트남어·크메르어로 번역하는 데 3개월, 비용 1,200만 원. 번역 완료 후에도 법령 개정 때마다 재번역이 필요했다. 결국 이 회사는 AI 번역 도구(DeepL API)를 자체 안전교육 시스템에 연결해서, 한국어 원문이 업데이트되면 자동으로 5개 언어 버전이 생성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비용은 월 15만 원 수준. 산재 발생률이 도입 6개월 만에 35% 감소했다.
SAP SuccessFactors는 46개 언어를 지원하고, Workday도 다국어 온보딩 모듈을 제공한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이런 글로벌 HR 플랫폼을 도입한 한국 중소 제조업체는 거의 없다. 라이선스 비용이 사용자당 월 수만 원이기 때문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솔직히 이건 좀 아쉽다. 정부의 고용허가제 시스템(EPS)이 채용·알선까지는 디지털화했으면서, 채용 이후의 온보딩·교육·평가 단계에서는 사업장에 모든 걸 떠넘기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법무부가 ‘외국인 고용정보 온라인 신고 시스템’을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이건 행정 신고 간소화일 뿐 현장의 온보딩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비자 만료 관리 — 엑셀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E-9 비자의 체류 기간은 기본 3년, 연장 시 최대 4년 10개월이다. H-2는 3년에 재입국 허가로 연장. 각 비자 유형마다 갱신 시점, 필요 서류, 사전 준비 기간이 다르다. 외국인 근로자 10명이면 관리 포인트가 30개. 50명이면 150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아직 엑셀이나 구글 시트로 이걸 관리한다. 비자 만료 1개월 전 알림? 담당자가 기억하고 있으면 되는 거다. 담당자가 휴가를 가면? 아무도 모른다. 불법체류가 되면 사업주에게 5천만 원 이하 벌금, 3년간 외국인 고용 금지. 시스템 부재의 대가치고는 너무 크다.
Deel이나 Papaya Global 같은 글로벌 EOR(Employer of Record) 플랫폼이 비자 컴플라이언스 자동 추적 기능을 제공하긴 한다. 하지만 이 플랫폼들의 한국 현지화 수준은 아직 부족하다. 고용허가제의 독특한 구조 — 쿼터제, 사업장 변경 3회 제한, 비수도권 추가고용 비율 차등 — 를 제대로 반영하는 글로벌 플랫폼은 사실상 없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이 뭔가. 두 가지다.
- 샤플(Shoplworks), 그리팅(Greeting) 같은 국내 HR SaaS가 외국인 근로자 비자 관리 모듈을 추가하는 것. 일부는 이미 시작했다.
- Notion이나 Airtable 기반으로 비자 만료 자동 알림 워크플로우를 직접 구축하는 것.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비수도권 30% 룰 — 제도 변화가 HR 시스템에 요구하는 것
2026년부터 비수도권 제조업체는 외국인 추가 고용 비율이 기존 20%에서 30%로 올라갔다. 비수도권 유턴기업은 아예 기업 규모 제한과 50명 상한이 사라졌다. 짧은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지방 공장은 외국인을 더 쓸 수 있다.
이건 HR 시스템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30%를 넘는 사업장에서는 업무 지시, 안전 규정, 취업규칙, 급여명세서가 최소 2개 언어로 제공돼야 실질적으로 작동한다. 근로기준법 제17조의 근로조건 명시 의무는 “근로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어만으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베트남어 통역 없이 서명받았다면, 분쟁 시 무효 주장이 가능하다.
McKinsey의 최근 리포트 “Closing Talent Gaps to Unlock Inclusive Growth”는 채용 소싱을 넓히고, 스킬 기반으로 전환하고, AI를 활용해 매칭 효율을 높이되 편향 거버넌스를 동시에 설계하라고 권고한다. 이걸 한국 맥락에 옮기면, 외국인 근로자를 ‘임시 인력’이 아니라 ‘스킬 보유자’로 재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용허가제 자체가 ‘비전문 인력’이라는 프레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실제로 보유한 용접·CNC·농기계 조작 스킬이 HR 데이터로 잡히지 않는다.
💡 AI·도구로 측정/자동화 가능한 부분
- 비자 만료 자동 알림: Airtable·Notion 자동화 또는 국내 HR SaaS(샤플, 플렉스)의 커스텀 필드로 비자 유형·만료일 관리. 만료 90일·60일·30일 전 Slack/카카오톡 자동 발송. 구축 비용 거의 없다.
- 다국어 안전교육 자동 생성: DeepL API 또는 Google Cloud Translation을 기존 LMS에 연결. 한국어 원문 업데이트 시 자동 번역 → 관리자 검수 → 배포. 월 10~20만 원 수준.
- 근로계약서 다국어 자동 생성: 템플릿 기반 계약서를 Claude API나 GPT-4로 번역·현지화. 법률 검수는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하지만, 초안 생성 시간을 90% 줄일 수 있다.
- 외국인 비율 실시간 모니터링: 전체 근로자 대비 외국인 비율을 대시보드로 추적. 수도권/비수도권 기준 20%·30% 임계값 알림 설정. Tableau, Power BI, 또는 Google Sheets 스크립트로 가능.
- 스킬 매핑 DB: 외국인 근로자의 모국 자격증·경력을 한국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코드에 매핑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장기적으로 E-7-4(숙련기능인력) 비자 전환 시 활용.
제도는 줄이고, 현장은 늘리는 모순 속에서
정부는 쿼터를 줄이면서 동시에 비수도권 고용 한도를 풀고 있다. 인력 총량은 제한하되, 지역 배분은 유연하게. 정책 의도는 이해하지만, 현장의 HR 인프라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45.2%가 “2026년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올해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이민정책연구원, 2025). 수요는 늘고, 공급(쿼터)은 줄고, 기존 인력의 체류 관리는 복잡해지고 있다. 이 삼중 압박을 사람의 기억력과 엑셀 시트로 버티겠다는 건 더 이상 전략이 아니다.
답이 명확하진 않다. 다만, 방향은 보인다. 외국인 근로자를 HR 시스템의 ‘예외’가 아니라 ‘기본 사용자’로 설계하는 것. 다국어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 사양이 돼야 하고, 비자 컴플라이언스는 담당자의 머릿속이 아니라 시스템의 자동 알림 안에 있어야 한다.
💡 실무 시사점: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10%를 넘는 사업장이라면, 지금 당장 세 가지를 점검하라. 비자 만료 관리가 자동화돼 있는가, 안전교육이 근로자의 모국어로 제공되는가, 근로계약서가 다국어로 작성·보관되고 있는가. 이 셋 중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그건 리스크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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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Korea Herald, “Korea cuts E-9 visa quota to 80,000 for 2026” (2026)
- McKinsey, “Closing talent gaps to unlock inclusive growth” (2026)
- 이민정책연구원, “국내 기업 외국인 고용 실태조사” (2025)
- 고용노동부, “2026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8만명 도입” (2026)
- 샤플, “외국인 채용 가이드: E-7·유학생 비자부터 체크리스트 및 FAQ까지”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