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데이터, 몰입도 데이터, HCM 데이터 — 이걸 다 붙이면 무슨 일이 생길까
Lattice가 Workday 파트너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2025년 10월 발표된 이 뉴스는 HR테크 업계에선 ‘드디어’였지만, 한국 사업장 관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던진다. “HR 데이터를 통합해서 단일 뷰(unified view)를 만드는 것, 법적으로는 괜찮은 건가?”
성과 평가 데이터, 직원 몰입도 설문 결과, 인사·급여·조직도 정보를 하나의 AI 엔진으로 연결하는 것 — 글로벌 HR테크 트렌드의 방향은 분명하다. 그런데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법과 근로기준법 프레임 안에서 이 통합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는 생각보다 복잡한 지점이 있다.
한 줄 요약: HR 플랫폼 통합은 ‘데이터 단일화’라는 편의 뒤에 근로자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 동의 범위 초과, AI 의사결정 투명성이라는 세 가지 법적 긴장을 품고 있다.
Lattice + Workday — 무엇이 연결되는 건가
Lattice는 OKR·성과리뷰·1:1 미팅·직원 피드백을 다루는 인재관리 플랫폼이고, Workday는 급여·인사기록·조직도·복리후생을 관리하는 HCM(인적자본관리) 시스템이다. 두 시스템의 통합은 단순히 데이터를 동기화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데이터(operational data)와 인재 신호(talent signal)를 AI가 실시간으로 결합하는 구조다.
Lattice CEO Sarah Franklin은 이렇게 표현했다: “성과와 몰입도는 최우선 과제다. 이 파트너십은 기업이 성장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며 성공할 수 있도록 실행 가능한 AI를 제공한다.” Tekion의 CPO Rana Robillard는 “핵심 시스템들을 하나로 모아 인력에 대한 통합된 시각을 갖는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글로벌 맥락에서 보면 이 방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현재 한국 HR테크 도입률은 20% 수준으로, 미국(70% 이상)과 비교하면 여전히 초기 단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CLAP, 유스트라, 카카오워크 등이 성과관리와 인사관리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엮으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20%
한국 기업 HR테크 도입률
캘러스컴퍼니 2026 HR트렌드 보고서
70%+
미국 기업 HR테크 도입률
캘러스컴퍼니 2026 HR트렌드 보고서
5,000개+
Lattice 글로벌 고객사 수
Lattice 공식 발표, 2025
데이터를 ‘연결’하면 생기는 법적 긴장 3가지
솔직히, 이 부분을 명확하게 짚는 HR 콘텐츠가 많지 않다. 기술의 편의성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그래서 한국 사업장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는 공백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실무자 입장에서 세 가지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
첫 번째: 수집 목적과 이용 목적의 분리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와 제18조는 ‘수집 목적 내 이용’과 ‘목적 외 제공’을 엄격히 구분한다. 직원이 성과 리뷰 시스템에 동의했을 때, 그 데이터가 급여 산정 AI에 연동될 것이라고 고지받지 못했다면 — 이건 목적 외 이용이 될 수 있다. HR 플랫폼 통합의 편의는 역설적으로 ‘동의 범위 초과’의 지뢰를 심는다.
두 번째: AI 의사결정 투명성
2023년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제37조의2)은 완전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권 및 설명 요구권을 도입했다. 성과 평가, 승진 후보 선정, 이상 이직 신호 탐지 등 AI가 인사 판단에 관여하는 경우, 근로자는 그 결정의 근거를 요구할 수 있다. Lattice AI Agent가 “이 직원의 성과 트렌드와 몰입도를 분석했을 때 6개월 내 이직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로직을 공개할 수 있는가?
세 번째: 민감정보의 혼입
직원 몰입도 설문에는 종종 직무 스트레스, 번아웃 수준, 관리자와의 관계 만족도가 포함된다. 이런 항목들은 심리적 상태와 직결되고, 일부는 건강 관련 정보(민감정보)로 분류될 수 있다. HCM과 성과관리 플랫폼이 통합되면, 이 데이터가 HR 시스템 전반에 흐르게 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의 민감정보 처리 제한 조항이 작동할 여지가 생긴다.
사례 — 국내 중견 제조업 A사근태·급여 시스템(ERP)에 성과 평가 툴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사전 컨설팅에서 “피평가자의 별도 동의 없이 기존 HCM 데이터와 성과 리뷰 데이터를 결합하는 것은 목적 내 이용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개인정보 처리방침 전면 개정과 전 직원 재동의 절차를 거쳐 프로젝트가 6개월 지연됐다.
통합 앞에서 한국 인사담당자가 해야 할 세 가지 질문
개인적으로는 HR 플랫폼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데이터를 연결해야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도입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 현재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제3자 시스템 연동’ 항목이 명시되어 있는가? — 통합 플랫폼 벤더는 대부분 외국계 SaaS다. 개인정보 국외 이전 요건(제28조의8)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 AI가 인사 판단에 관여하는 범위를 정의했는가? — “참고용”과 “자동 결정”은 법적 의미가 다르다. AI 추천 기반 성과 등급을 관리자가 검토·승인하는 구조인지, 아니면 시스템이 직접 산출하는 구조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 재동의 절차를 언제 트리거할 것인가? — 기존에 수집한 데이터를 새 시스템에 이관할 때, 이용 목적이 변경된다면 원칙적으로 재동의가 필요하다. 이 절차를 생략하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이슈가 생긴다.
글로벌 트렌드 vs 한국 법제 — 간극을 메우는 방향
Lattice-Workday 통합이 보여주는 방향은 결국 “단일 인력 인텔리전스(unified workforce intelligence)”다.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AI가 패턴을 읽고, 관리자가 더 빠르고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지원하는 구조. 이건 맞다.
그런데 한국은 GDPR을 모델로 한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법 체계를 갖고 있고,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별도의 규제 레이어를 제공한다. 미국이나 영국 시장을 겨냥해 설계된 HR테크 플랫폼이 한국에서 “그대로” 작동할 수 없는 이유다.
이건 좀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글로벌 HR테크 벤더들이 한국 법제에 맞춘 데이터 처리 구조를 제공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고, 인사담당자가 직접 법률 검토와 계약 수정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 AI·도구로 측정/자동화 가능한 부분
- 개인정보 처리 현황 자동 매핑: 현재 HR 스택(어떤 데이터가 어느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는지)을 자동으로 매핑하는 데이터 디스커버리 툴 활용 — OneTrust, Osano 등이 한국 법제 기반 컴플라이언스 체크를 지원한다.
- 동의 이력 관리 자동화: 직원별 동의 버전, 동의 일시, 재동의 필요 여부를 HR 시스템에서 자동 추적하는 모듈 구축. 재동의 트리거 조건(목적 변경 등)을 룰로 설정해 두면 누락 없이 관리 가능.
- AI 의사결정 로그 보존: 성과 평가, 승진, 부서 이동 등 AI가 관여한 결정 내역을 자동 아카이빙. 근로자가 설명 요청 시 즉시 제공 가능한 구조. Lattice, Workday 모두 감사 로그(audit log) 기능을 제공하지만 설정이 필요하다.
- 민감정보 자동 식별 및 분리: 몰입도 설문·직원 피드백 데이터에서 건강·정신건강 관련 텍스트를 AI로 자동 식별하고 별도 보안 레이어 적용. 플랫폼 설정 레벨이나 별도 DLP(데이터 유출 방지) 툴로 구현 가능.
- 국외 이전 모니터링: 글로벌 HR SaaS가 데이터를 어느 리전에 저장하는지 자동 확인 및 개인정보 보호법 제28조의8 요건 충족 여부 점검 — 벤더 계약서 검토를 넘어 실제 데이터 흐름 감시가 필요하다.
💡 실무 시사점: HR 플랫폼 통합은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동의 파이프라인이기도 하다. Lattice-Workday가 보여주는 ‘단일 인력 뷰’는 기술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한국 사업장에서 도입하려면 개인정보 처리방침 개정 → 재동의 절차 → AI 의사결정 투명성 설계 → 국외 이전 요건 충족 순서로 법적 기반을 먼저 다져야 한다. 도구는 빌려도 되지만, 컴플라이언스는 직접 설계해야 한다.
#HR테크통합#인사데이터#개인정보보호법#LatticeWorkday#HR플랫폼
참고 링크
- Lattice, “Lattice Joins Workday Partner Program to Power the Future of People + AI” (2025)
- HRTech Edge, “Lattice Integrates With Workday to Unify HR Insights” (2025)
- 캘러스컴퍼니, “2026년 HR 트렌드: AI가 이끄는 인사·조직관리” (2026)
- CLAP 블로그, “2026 HR 트렌드 총정리” (2026)
- 개인정보 보호위원회,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