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발표 직후 48시간이 핵심입니다. 합병은 상법상 근로관계가 법적으로 자동 승계되고, 영업양도도 판례상 원칙적으로 포괄승계됩니다. 단, 양도 당사자가 ‘승계 제외’ 특약을 걸 수 있어 대응 타이밍과 방식이 달라집니다. 계속 일하고 싶을 때, 거부하고 싶을 때, 조건이 나빠질 때 —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해야 할 행동이 달라집니다.
법은 뭐라고 하나
현행 노동관계법에는 영업양도 시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습니다. 대신 두 가지 법적 근거가 작동합니다.
- 합병: 상법 제235조 — “합병 후 존속한 회사 또는 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는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된 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근로계약도 여기에 포함되어 근로자 동의 없이 자동 포괄승계됩니다.
- 영업양도: 명문 규정은 없지만 판례가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포괄승계”를 확립해 왔습니다 (대법원 1994.6.28, 93다33173). 특약이 있어도 “실질적으로 해고나 다름이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무효입니다.
- 회사분할: 상법 제530조의10 — 분할계획서에 근로관계 승계가 기재된 경우 효력 발생. 단, 사전 설명·이해·협력 요청 절차가 없으면 근로자 거부권이 예외적으로 인정됩니다 (대법원 2013.12.12, 2011두4282).
- 자산매각(물적 양도): 물적 시설만 이전하고 채무·인력은 별도로 처리하는 경우 — 원칙적으로 고용승계 아님. 단, 실질적 동일성이 유지된다면 법원이 영업양도로 볼 수 있습니다.
판례·행정해석이 말하는 실무 기준
대법원 1994.6.28, 93다33173 — 특약이 있어도 정당한 이유 없으면 무효
영업양도 당사자 사이에 일부 근로자를 승계 제외하기로 한 특약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그 특약은 실질적으로 해고나 다름이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유효하며, 영업양도 자체만을 사유로 삼아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지금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원칙입니다.
대법원 2010.1.28, 2009다32522·32539 —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는 집단 동의가 필요
합병 후 양수 회사가 취업규칙 통일을 이유로 기존 근로조건을 낮추려 했지만, 대법원은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경우 기존 근로조건은 그대로 유지되며, 이를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승계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회사가 합병됐다는 이유만으로 연봉·직급·복지가 자동으로 낮아지지 않습니다.
행정해석 임금근로시간정책팀-1193, 2006.5.29 — ‘신규임용’ 형식도 포괄승계
A사가 B사에 합병되면서 기존 A사 직원을 B사가 ‘신규임용’ 형태로 채용한 사안에서, 고용노동부는 “형식적으로 신규채용 형태를 취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기업합병이 이루어졌다면 근로관계도 포괄적으로 승계해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회사가 새로운 입사 서류를 요구해도 법적으로는 이전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습니다.
영업양도·합병 통보를 받은 직후 — 5단계 체크리스트
Step 1. 기업변동 유형부터 특정한다
대응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발표문에서 아래 중 어느 유형인지 확인합니다.
- 흡수합병·신설합병: 상법상 자동 포괄승계. 근로자 동의 불필요
- 영업양도: 판례상 포괄승계 원칙. 단 ‘승계 제외 특약’ 여부 확인 필수
- 회사분할: 분할계획서 기재 + 사전 설명 절차 이행 여부를 함께 확인
- 자산매각(물적 양도): 영업양도로 볼 실질 동일성이 있는지 검토 필요
확인 방법: 회사 공시문·내부 공고에서 “영업양도”, “흡수합병”, “자산인수” 문구를 직접 확인합니다. 공시를 받지 못했다면 인사팀에 서면으로 기업변동 유형 통지를 요청합니다.
Step 2. 기존 근로계약서·취업규칙·단체협약을 즉시 확보한다
고용승계 후 근로조건 분쟁의 핵심 증거는 승계 당시 기존 근로조건입니다. 발표 직후 즉시 아래 서류를 확보합니다.
- 현재 근로계약서 사본 (임금, 직급, 근무지, 근무형태 명시 버전)
- 취업규칙 현행본 (개정 연혁 포함)
- 단체협약 현행본 (노조 소속이라면 필수)
- 급여명세서 최근 3개월치 (수당 항목 증거)
- 연차 잔여일수·퇴직금 적립 현황 (인사시스템 캡처)
Step 3. 고용승계 여부와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확인 요청한다
구두 약속은 나중에 없던 일이 됩니다. 인사팀에 아래 내용을 포함한 공문을 이메일이나 서면으로 발송합니다.
- 고용승계 대상 여부
- 승계 후 적용될 임금·직급·근무지·복리후생
- 기존 근속기간 인정 여부 (퇴직금 산정 기준)
- 기존 단체협약·취업규칙의 계속 적용 여부
회사가 “조건 그대로”라고 구두로만 답하면, “서면으로 확인해 주십시오“라고 재요청합니다. 이 서면이 이후 분쟁의 기준이 됩니다.
Step 4. 근로조건 불이익이 있다면 즉시 이의를 제기한다
합병·영업양도 후 회사가 취업규칙 통일을 명목으로 기존보다 불리한 조건을 적용하려 할 때, 근로자는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 근로자 과반수 또는 과반수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무효. 동의 절차에서 명시적 반대 의사를 표명하거나 별도 이의서를 제출합니다.
- 임금 삭감 통보: “회사 인사규정 통일”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기존 근로계약상 임금을 낮출 수 없습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기존 계약 조건이 유지됩니다.
- 이의 기한: 변경 실시 전에 해야 합니다. 변경 통보를 받고 아무 말 없이 계속 출근하면 묵시적 동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Step 5. 거부하고 싶을 때 — 퇴직금·실업급여·협상 포인트를 확인한다
합병·영업양도 자체를 받아들이기 싫다면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 합병: 원칙적으로 거부권 없음 (상법상 포괄승계). 근로조건 불이익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 동의 거부 또는 퇴사 후 실업급여 수급 검토
- 영업양도: 양수인이 근로자를 승계 거부하면 부당해고 — 해고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합니다
- 실업급여: 영업양도·합병으로 근로조건이 현저히 낮아져 퇴사한 경우, 고용보험법 제58조 제1항 정당한 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어 수급 자격 발생 가능
- 퇴직금: 퇴사 시 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에 따라 지급 의무가 있습니다. 양도인·양수인 간 부담 합의가 있어도 근로자에 대한 책임은 그대로입니다
- 기간제 계약직 주의: 대법원은 “영업양도 계약 체결일 현재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만 승계 대상”으로 봅니다. 계약 체결일 직전 계약이 종료된 기간제는 승계 범위 밖으로 배제될 수 있습니다.
자주 하는 실수 — 이 타이밍을 놓치면 늦습니다
- 실수 1: “어차피 자동 승계”라며 아무 대응 안 함 — 나중에 근로조건이 낮아졌을 때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당합니다. 반드시 서면으로 현행 조건을 확인·보존하세요.
- 실수 2: ‘신규 입사 서류’에 아무 생각 없이 서명 — 기존 근로관계 단절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서류에 서명하기 전 “기존 근속기간을 포함하여 승계되는 조건임을 확인한다”는 문구를 삽입하거나, 확인 후 서명합니다.
- 실수 3: 구두 약속만 믿음 — 서면 확인 없이는 분쟁 시 입증이 불가합니다. 이메일 한 줄이라도 남기세요.
- 실수 4: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한 놓침 — 해고(승계 거부 포함)된 날로부터 90일. 단 하루만 지나도 각하됩니다.
- 실수 5: 계약직도 당연히 승계된다고 믿음 — 영업양도 계약 체결일 이전에 계약이 종료됐다면 승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합병·영업양도·회사분할·자산매각은 법적 효과가 다릅니다. 발표 즉시 유형부터 특정하세요.
- 기존 근로계약서·취업규칙·단체협약은 승계 후 근로조건 분쟁의 핵심 증거입니다. 발표 직후 즉시 확보하세요.
- ‘신규 입사 서류’ 서명 전, 기존 근속 승계 조건을 반드시 서면으로 확인하세요.
-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려면, 이의제기는 변경 실시 전에 해야 합니다.
- 승계 거부 후 퇴사 시 실업급여·퇴직금 양쪽을 모두 챙길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서면 확인 요청 문안 예시
아래 문안을 인사팀에 이메일 또는 내용증명으로 발송합니다.
귀사의 [합병·영업양도] 관련 공고(발표일: ____년 ____월 ____일)와 관련하여, 저는 현재 [부서 / 직급]으로 재직 중입니다. 이에 다음 사항을 서면으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1. 본인이 고용승계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
2. 승계 후 적용되는 임금·직급·근무지·복리후생 조건
3. 기존 근속기간(입사일 ____년 ____월 ____일 기준) 인정 여부
4. 기존 취업규칙·단체협약의 계속 적용 여부본인은 기존 근로계약서상 조건이 그대로 유지되는 조건으로 고용승계됨을 확인합니다.
날짜: ____년 ____월 ____일 / 소속: ____________ / 성명: ____________
자주 묻는 질문
Q. 영업양도 통보를 받았는데 새 회사에서 다시 입사 서류를 쓰라고 합니다. 이전 근속기간이 없어지나요?
신규 입사 서류를 쓰더라도 실질적 영업양도·합병이라면 고용노동부 해석상 근로관계는 포괄승계됩니다(임금근로시간정책팀-1193, 2006.5.29). 단, 서류에 ‘기존 근속 불인정’ 조항이 있다면 서명 전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Q. 합병 후 새 회사가 임금을 낮춘다고 합니다. 거부할 수 있나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근로자 과반수 또는 과반수 노조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 없이 임금을 낮추면 무효이며 기존 조건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Q. 영업양도 후 새 회사에서 채용을 거부했습니다. 부당해고 신청은 어디에 하나요?
승계 거부는 해고와 동일하게 처리됩니다. 해고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야 합니다. 하루라도 지나면 각하됩니다.
Q. 계약직(기간제)인데 자동으로 고용승계가 되나요?
영업양도 계약 체결일 현재 실제 근무 중인 경우에만 승계 대상입니다. 계약 체결일 직전 계약 기간이 만료된 기간제는 승계 범위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판례 입장).
Q. 승계 후 근로조건이 나빠져 퇴사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
영업양도·합병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이 현저히 낮아져 퇴사한 경우, 고용보험법 제58조 제1항의 정당한 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어 수급 자격이 생깁니다. 반드시 고용센터에서 사전 확인하세요.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