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현장에서 다쳤다. 원청 담당자는 “우리 직원이 아닌데요”라고 말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 말이 법적으로 통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그리고 2026년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원하청 관계의 법률 지형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한 줄 요약: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 책임의 새 잣대는 “실질적 지배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설·장비·장소를 지배하면 안전 책임을,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을 지배하면 단체교섭 의무를 각각 원청에 지운다. “계약 관계가 없다”는 항변은 더 이상 방패가 되지 않으며, 실형·법정 구속·교섭 응낙 명령 사례가 이미 누적되고 있다.
원청 입장에서 “계약 관계가 없다”는 항변이 더 이상 방패가 되지 않는 시대. 실무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두 법률의 교차점을 짚어본다.
‘우리 직원 아닌데요’가 통하지 않는 이유
원하청 구조에서 원청의 법적 책임을 묻는 법률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중대재해처벌법이고, 다른 하나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핵심 키워드는 같다. 바로 “실질적 지배력”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원청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 · 운영 ·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를 개정해,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 즉,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나 근무시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단체교섭 의무까지 질 수 있다.
법원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 주목할 판례 3선
1.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2고단3254
2023년 4월 6일 선고된 이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건축공사 현장에서 하청 소속 노동자가 개구부(바닥에 뚫린 구멍)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었다. 법원은 원청(도급인)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월(집행유예 3년)을, 원청 법인에는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핵심 쟁점은 원청이 현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원청이 공사 현장 전체를 관리하면서도 개구부에 안전난간이나 덮개를 설치하지 않은 점,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에게 충분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지 않은 점을 들어 유죄를 인정했다.
2.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2고합95 — 원청 대표 실형 선고
같은 해 4월 26일, 더 무거운 판결이 나왔다. 철강제조 공장에서 원청으로부터 설비보수를 하도급받은 수급인 소속 노동자가 1.2톤짜리 방열판에 부딪혀 사망한 사건이다. 법원은 원청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으며, 원청 법인에는 벌금 1억 원을 부과했다.
1호 판결과 달리 실형이 선고된 결정적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피고인에게 안전 관련 전과가 있었다. 둘째, 재임 기간 중 동종 사고가 반복되었음에도 개선 조치를 하지 않았다. 법원은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이 구조적이고 반복적”이라고 판단했다.
3. 서울고등법원 2023누34646 —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 인정
2024년 1월 24일, 서울고등법원은 택배회사(원청)와 택배기사 노동조합 사이의 분쟁에서 원청의 단체교섭 응낙 의무를 인정했다. 택배기사들은 집배점(하청)과 계약을 맺고 있었지만, 법원은 택배회사가 배송 물량, 배송 지역, 수수료 단가 등 핵심 근로조건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고 보았다.
법원은 “도급인의 사업체계에 편입되어 있는지, 상시적 · 필수적 업무인지, 지속적 지배력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6개 교섭 의제 중 5개에 대해 택배회사의 단독 결정권을 인정했다. 이 판결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에 이미 법원이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1년 실형
창원지원 2022고합95 — 원청 대표 법정 구속
전과·반복 사고 가중
5/6의제
서울고법 2023누34646 — 택배사 단독 결정 인정
2024.1.24. 단체교섭 응낙 의무
2026.3.10
노란봉투법 시행 — 실질적 지배력 사용자 명문화
노조법 제2조 제2호 개정
두 법률의 교차점, 실무자가 놓치면 안 되는 것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은 각각 안전(생명)과 노동권(단체교섭)이라는 다른 영역을 규율하지만, 원청에 대한 요구는 사실상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 시설 · 장비 · 장소를 지배하면 안전 책임이 따른다 —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원청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면, 원청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 조치(시행령 제4조)를 다해야 한다.
- 근로조건을 지배하면 교섭 의무가 따른다 —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하청 노동자의 임금 · 근무시간 · 업무 배정 등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
- 손해배상 리스크도 달라졌다 — 개정 노동조합법 제3조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서 개별 조합원의 책임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대법원 2017다46274 판결(2023. 6. 15. 선고)도 “조합원 전체에 동일한 책임을 부과하면 단결권이 위축된다”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주의 — 안전관리자 ‘임명만’ 하면 형식적 체계 시행령 제4조 제3호(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와 제5호(안전보건관리 책임자에 대한 평가 권한·예산 부여)가 가장 빈번한 위반 항목이다. 안전관리자를 임명만 하고 실제 권한·예산·평가 체계가 없으면, 법원은 ‘안전보건확보의무 미이행’으로 본다. 무죄로 판단된 사건들은 모두 권한·예산이 실제로 작동했음을 증명한 케이스다.
무죄 판결에서 읽는 실무 교훈
흥미로운 것은 최근 원청의 무죄 판결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지디종합건설, 평화오일씰공업(2024. 12. 19.), 한화오션(2025. 2. 19.), SK멀티유틸리티(2025. 3. 6.) 등의 경영책임자가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의 핵심 근거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했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한 기록이 없으면 유죄 가능성이 높아진다. 2025년 2월 기준 검찰이 기소한 75건 이상의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중 36건 이상에서 1심 판결이 선고되었고, 대부분 유죄였다.
실무자가 여기서 읽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하다.
- 문서화가 생명이다 — 안전점검 기록, 위험성 평가 보고서, 교육 이수 내역, 예산 편성 증빙. 이 모든 것이 법정에서 “의무를 이행했다”는 증거가 된다.
- 형식적 체계로는 부족하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유해 · 위험요인 확인 · 개선 업무절차)와 제5호(안전보건관리 책임자에 대한 평가 권한 · 예산 부여)가 가장 빈번하게 위반으로 지적된다. 안전관리자를 임명만 해두고 실제 권한을 주지 않았다면, 체계를 구축했다고 보기 어렵다.
- 노란봉투법 시행 후 단체교섭 대응 체계를 점검하라 —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생겼다. 교섭 대상(의무적 교섭 사항 vs. 임의적 교섭 사항)을 사전에 정리하고, 어떤 사안에서 교섭 의무가 발생하는지 내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실행 팁 — 의무이행 증빙 폴더를 사고 발생 전 구축 사고가 나면 검찰·노동청은 “이행 기록”을 요구한다. 안전점검 일지, 위험성 평가 보고서, 교육 이수 명단, 예산 편성·집행 내역, 안전관리자 평가 보고서를 분기별 폴더로 사전 정리해두면 무죄 판결의 토대가 된다. “있긴 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답은 유죄로 가는 지름길이다.
핵심 정리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의 책임은 더 이상 “도의적 의무”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하청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원청의 형사적 책임을,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노동권에 대한 원청의 교섭 책임을 각각 법제화했다. 두 법의 공통 기준인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면, 계약 관계의 형식과 무관하게 원청은 책임의 당사자가 된다.
2023~2025년 판례는 이 원칙이 실제 법정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형 선고, 법정 구속, 단체교섭 응낙 명령. 원청이라면 지금 당장 안전보건관리체계와 단체교섭 대응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 실무 시사점:
① 도급 구조 재진단. 시설·장비·장소를 누가 지배하는가, 근로조건을 누가 결정하는가 — 두 질문에 원청이 답해야 한다면 두 법률 모두의 책임 라인에 들어 있다.
② 의무이행 증빙을 평시에 정리. 사고 발생 후 모은 자료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분기별 폴더로 안전점검·위험성 평가·교육·예산 기록을 평시에 적층.
③ 단체교섭 응대 매뉴얼 마련. 하청 노조 교섭 요구 시 의무적/임의적 교섭사항 구분, 응대 절차, 응낙 거부 시 부당노동행위 리스크를 사전에 정리해 둘 것.
#노란봉투법#중대재해처벌법#실질적지배력#원하청책임
자주 묻는 질문
Q. ‘우리 직원 아닌데요’가 통하지 않는 이유, 어떻게 되나요?
원하청 구조에서 원청의 법적 책임을 묻는 법률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중대재해처벌법이고, 다른 하나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다.
Q. 법원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 주목할 판례 3선, 어떻게 되나요?
1..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2고단3254
2023년 4월 6일 선고된 이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Q. 두 법률의 교차점, 실무자가 놓치면 안 되는 것, 어떻게 되나요?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은 각각 안전(생명)과 노동권(단체교섭)이라는 다른 영역을 규율하지만, 원청에 대한 요구는 사실상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시설 · 장비 · 장소를 지배하면 안전 책임이 따른다 —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Q. 무죄 판결에서 읽는 실무 교훈, 어떻게 되나요?
흥미로운 것은 최근 원청의 무죄 판결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지디종합건설, 평화오일씰공업(2024.
Q. 핵심 정리, 어떻게 되나요?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의 책임은 더 이상 “도의적 의무”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하청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원청의 형사적 책임을,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노동권에 대한 원청의 교섭 책임을 각각 법제화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