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냐, 0%냐.” 4월 21일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처음으로 꺼낸 숫자는 그 자체로 올해 심의의 성격을 드러냈다. 두 숫자의 간격은 단순한 금액 차이가 아니다. 한쪽은 물가 상승과 생계비를 말하고, 다른 쪽은 소상공인의 폐업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사이, 처음으로 공식 테이블에 오른 또 다른 질문이 있다.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도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한 줄 요약: 배달라이더 최저임금 적용을 두고 노동계 8%, 경영계 0%로 첫 충돌이 발생했다. 단순한 인상 폭 다툼이 아니라 “건당 보수를 어떻게 시급으로 환산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룰북이 만들어지는 자리다.
8%
노동계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
2026년 최저임금위 1차 회의
0%
경영계 동결 요구 — 첫 충돌
2026년 최저임금위 1차 회의
2027년 최저임금 심의, 지금 어디까지 왔나
2027년(내년 1월 1일 적용)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4월 21일 열렸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10,320원.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법정 90일 이내, 즉 6월 29일까지 의결을 마쳐야 한다.
노동계는 첫날부터 7~8% 인상을 요구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실질임금이 2년 연속 동결 수준”이라며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정반대로 동결 또는 최소 인상을 내세웠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인건비 압박이 임계치에 달했다”고 맞섰다. 같은 날 민주노총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사각지대 해소와 도급근로자 적용 확대를 촉구했다.
예년 패턴대로라면 여름까지 20~30차례 회의를 거쳐 막판 표결로 결론 낸다. 2026년(현행) 최저임금은 2025년 심의에서 290원(2.9%) 인상으로 결정됐다. 역대 정부 출범 첫해 인상률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그 반동으로 올해 노동계 초기 요구가 더욱 강경한 배경이다.
주의 — “건당 보수 = 시급 환산”의 함정 배달라이더의 시간당 수익을 어떻게 계산하느냐(대기시간 포함 여부, 이동시간 산정 등)에 따라 동일한 노동이 최저임금 위반이 되거나 안 되거나 갈린다. 환산 방식 자체가 핵심 쟁점이다.
38년 만에 깨어난 조문 —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숫자 싸움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올해 처음으로 “도급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공식 의제로 올라온 것이다.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처럼 건당 수수료(도급)로 보수를 받는 종사자들은 현행 최저임금 제도 바깥에 놓여 있다. 최저임금법은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만이 대상이다. 도급 계약으로 일하는 종사자는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면 최저임금 보호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은 1988년 법 제정 당시부터 이미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하여져 있는 경우로서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 38년간 잠자고 있던 조문이다. 한 번도 실제로 적용된 적이 없다.
2025년 심의에서도 이 조항의 활성화를 표결에 부쳤지만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올해는 고용노동부가 공식적으로 심의를 요청하면서 다시 테이블에 올라왔다. 의결 정족수는 재적 위원 과반수다.
왜 지금 이 쟁점이 중요한가 — 법적 구조를 들여다보면
배달라이더의 현실을 보자. 주요 배달 플랫폼에서 건당 3,000~3,500원을 받는 라이더가 시간당 3건을 처리하면 수령액은 9,000~10,500원이다. 현행 최저임금(10,320원) 경계선 바로 아래다. 그런데 ‘도급계약’이라는 계약 형식 때문에 법적 보호 밖에 있다.
도급근로자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려면 근로자성 인정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대법원은 근로자성 판단 시 ① 업무 내용·방식의 상당한 지휘·감독 ② 근무 시간·장소의 구속성 ③ 보수의 근로 자체 대가성 ④ 전속성 등을 종합 고려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최근 고용노동부는 화물기사에 대해 “실질적 근로자”라는 행정해석을 내놓았고, 법원도 개별 사안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이 현실화되면 파급력이 크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카카오T 등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구조와 비용 모델이 전면 재검토 대상이 된다. 추산되는 대상자만 전국 50만 명 이상이다.
경영계의 또 다른 카드 — 업종별 차등 적용
경영계는 도급근로자 적용 반대와 함께 업종별·지역별 구분 최저임금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숙박·음식업, 농림어업 등 소상공인 밀집 업종에는 낮은 최저임금을, 대기업·금융업 등에는 높은 기준을 별도로 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거 조문은 이미 있다. 그러나 1988년 이후 36년간 한 번도 실제로 차등이 적용된 적이 없다. 노동계는 “업종 차등은 저임금 노동자를 법으로 고착시키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한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도급 종사자를 사용하는 사업주: 계약서상 ‘도급’이라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 관계가 있다면 이미 현행법상 최저임금 적용 대상일 수 있다. 계약 형식과 실질의 괴리가 있는 경우 지금부터 점검이 필요하다.
- 플랫폼·배달업종 기업: 2027년 최저임금에 도급 기준이 도입될 경우 단가 재산정이 불가피하다. 심의 결과를 관망만 할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별 비용 분석을 미리 해둬야 한다.
- 소규모 사업장: 업종별 차등 적용이 현실화되면 해당 업종 사업장의 실적용 최저임금이 달라진다. 음식업·숙박업 등은 고시 내용을 최종 확정 때까지 주시해야 한다.
- 임금 설계 시점: 최저임금 고시는 통상 8월 초에 관보에 게재된다. 2027년도 임금 체계·연봉 협약은 그 이후 최종 확정하는 일정이 안전하다.
실무 포인트 — 플랫폼 사업자가 점검할 3가지 ① 배달 1건당 평균 소요시간(대기·이동·배달) ② 시간당 환산 시 최저임금 위반 발생 여부 ③ 라이더 보상체계의 투명성 — 알고리즘 결정 로직 공개 범위. 사후 분쟁 비용이 사전 점검보다 훨씬 크다.
7월까지의 전망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단순한 인상률 협상이 아니다. 도급근로자 적용과 업종별 차등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쟁점이 처음으로 동시에 테이블에 올라 있다. 두 쟁점 중 하나라도 전원회의 의결을 통과하면, 1988년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최저임금 적용 범위가 확장되거나 분화된다.
7월 최종 의결까지 약 70일이 남았다. 그 사이 벌어질 노사 줄다리기는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플랫폼 경제 시대 노동 보호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싸움이다. 위원회 표결 구도(노동계 9명·사용자측 9명·공익위원 9명)에서 공익위원의 향방이 결정적이다. 현재 공익위원은 정부 제안을 통해 선임되는 구조다. 노사 간 입장 차가 클수록 공익위원의 주도권도 커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달라이더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나?
현재는 근로자성이 인정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은 도급제 근로자에 별도 최저임금 결정 근거를 뒀으나, 1988년 이후 한 번도 실제 적용된 사례가 없다. 2027년 심의에서 첫 공식 논의가 진행 중이다.
Q. 2027년 최저임금은 언제 결정되나?
최저임금위원회는 법정 기한인 6월 29일까지 의결해야 하며, 통상 7~8월 최종 고시된다. 올해는 구조적 쟁점이 겹쳐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Q.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이 도입될 수 있나?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에 근거가 있으나 1988년 이후 36년간 실제 적용된 적 없다. 올해 경영계가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표결 가능성이 있으나 노동계 반대로 통과는 미지수다.
Q. 현재 최저임금(10,320원)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도 있나?
동거 친족만 사용하는 사업장, 가사 사용인, 수습 근로자(최초 3개월, 일부 감액 허용), 감시·단속적 근로자(고용노동부 승인 시) 등에는 적용 예외나 감액이 인정된다.
💡 시사점:
① 배달라이더 최저임금 적용은 시급 환산 룰북이 핵심이다.
② 노 8% vs 경 0%의 격차는 “플랫폼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가치 충돌이다.
③ 결과는 다른 플랫폼 노동(택배·대리·돌봄)에 도미노로 영향을 미친다.
#최저임금#배달라이더#플랫폼노동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