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오후, 인천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유아람 부장판사)가 법원 가처분으로 파업을 멈출 수 있는 기준을 선명하게 그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청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에서 재판부는 의약품 완성 공정 3개는 금지하고, 배양·정제 등 나머지 공정은 허용했다. 같은 공장 안에서 어떤 공정은 멈추게 하고, 어떤 공정은 계속 파업하게 두는 결정 — 기준은 단 하나, ‘금전으로 배상받을 수 없는 손해’였다.
한 줄 요약: 인천지법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처분에서 ‘금전 배상 가능한 손해’와 ‘회복불가능한 손해’를 가르는 선으로 의약품 변질 위험이 큰 완성 공정 3개만 금지하고, 배양·정제 등 생산 공정은 허용했다. 같은 공장 안에서 공정별로 결론이 갈린 이번 결정은 5월 삼성전자 가처분의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사측은 즉시 항고했다. 노조는 “5월 파업 강행”을 선언했다. 그리고 5월 21일 삼성전자 전면파업을 앞두고 수원지법이 심리 중인 또 다른 가처분에 이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같은 공장, 다른 결론 — 무엇이 경계선이었나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 공정 전체를 검토한 뒤 ‘회복가능성’이라는 기준 하나로 경계를 나눴다.
파업 금지 인용 — 3개 완성 공정
- 농축 및 버퍼교환(UFDF)
- 원액 충전(DS Filling)
- 버퍼 제조·공급
재판부의 논리: “제품 완성 단계 마무리 작업으로, 중단 시 의약품 변질·폐기 위험이 크다.” 이미 투입된 원료가 상온에 방치되면 돌이킬 수 없게 손상된다. 돈으로 배상할 수 없는 회복불가능한 손해(irreparable harm)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파업 허용 기각 — 배양·정제 등 생산 공정
- 배양
- 정제
- 바이러스 여과 등 초기·중간 생산 공정
재판부의 논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활동이며,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금전 배상이 가능하다.” 이익 손실이 아무리 크더라도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금전 배상 가능한 손해 때문에 막을 수는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3개
파업 금지 인용 공정 — UFDF·DS Filling·버퍼 제조
인천지법 민사합의21부 (2026.4.23.)
4요건
쟁의행위 적법성 4요건 — 주체·목적·절차·수단
대법원 판례 종합·노조법 제41조·제45조
5.21
삼성전자 전면파업 예정일 — 수원지법 결정 임박
금속노조 삼성전자지회 보도 (2026.4)
법원이 파업을 멈추는 요건 — 가처분 법리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은 민사집행법 제300조의 임시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이다. 법원이 인용하려면 두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 피보전권리 존재: 쟁의행위가 위법하여 사측의 권리가 침해될 것. 적법한 파업은 피보전권리가 인정되지 않아 가처분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 보전의 필요성: 현재 긴박한 위험이 있거나, 본안 소송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것. 단순한 매출 감소·이익 손실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 삼성바이오 결정은 같은 사업장 내에서도 공정별로 ‘보전의 필요성’을 달리 판단한 것이 핵심이다. 법원은 결코 “회사가 손해를 본다”는 주장만으로 파업 전체를 막아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무 포인트 — 가처분 대응의 첫 카드는 ‘회복가능성’
사용자 측: 매출 손실·이익 감소만으로는 가처분이 거의 인용되지 않습니다. 원료 변질, 안전시설 정지처럼 금전으로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공정별로 입증해야 합니다. 노조 측: 찬반투표(노조법 제41조 제1항)·조정 절차(제45조) 증빙을 미리 정리해두면 절차적 정당성 다툼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파업이 ‘합법’이어야 하는 이유 — 쟁의행위 적법성 4요건
가처분 인용의 더 근본적인 전제는 쟁의행위 자체가 위법해야 한다는 점이다. 헌법 제33조는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적법한 파업에는 가처분이 없다. 쟁의행위의 적법성은 네 가지 요건으로 판단한다.
- 주체의 정당성: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주도해야 한다.
- 목적의 정당성: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치적 교섭 조성이 목적이어야 한다. 순수 정치 파업이나 경영권 침해를 목적으로 한 파업은 정당성을 잃는다.
- 절차의 정당성: 쟁의행위 전에 조합원 찬반투표 과반수 가결이 선행되어야 하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 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거쳐 냉각기간이 경과해야 한다(같은 법 제45조). 이 절차를 건너뛰면 적법한 파업이 아니다.
- 수단·방법의 정당성: 폭력 행사, 생산 설비 파괴, 핵심 시설 불법 점거 등은 쟁의행위의 적법 범위를 벗어난다.
삼성바이오 노조는 찬반투표(노조법 제41조 제1항)와 조정 절차(제45조)를 모두 거쳤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법원이 3개 공정에 대해 금지 결정을 내린 것도 쟁의행위 자체가 위법해서가 아니라, 해당 공정의 특수성(의약품 변질이라는 회복불가능한 손해)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로 해석된다.
주의 — ‘같은 공장 안에서도 결론이 갈린다’ 이번 결정은 단일 사업장 단일 결과의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줍니다. 공정별로 회복가능성을 따져 인용·기각이 갈리므로, 사용자·노조 모두 공정 단위 영향평가서를 사전에 준비해야 다툼이 가능합니다.
삼성전자 5월 파업 가처분 — 이번 결정이 미치는 영향
4월 16일 삼성전자 사측은 수원지방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5월 21일 전면파업 예정을 앞두고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 결정 논리를 삼성전자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이 전망할 수 있다.
- 인용 가능성이 높은 영역: 웨이퍼·화학물질이 중단 시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되는 반도체 공정. 삼성바이오의 의약품 변질 논리와 구조가 같다. 특히 산화막 증착, 이온주입 등 공정 중단 시 웨이퍼가 오염·폐기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 인용 가능성이 있는 영역: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시설 유지 의무가 있는 공정. 긴박한 위험이 인정되면 인용될 수 있다.
- 기각 가능성이 높은 영역: 일반 조립·검수·포장 라인. 매출 손실은 금전 배상이 가능하므로 보전의 필요성 인정이 어렵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가처분도 ‘공정별 선별 인용’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면 파업 금지 결정은 나오기 어렵다. 그리고 이 결론은 사측 입장에서는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신호이고,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권이 완전히 봉쇄되지 않는다는 확인이다.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실무 포인트
사측·인사 담당자라면
- 가처분 신청 시 공정 특정이 핵심: “파업 전체를 금지해달라”는 포괄 신청은 기각된다. 회복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하는 공정·업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소명해야 법원이 검토한다.
- 대체 근로 금지 원칙 준수: 파업 중 대체 근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노조법 제43조). 하도급·파견 형태의 대체도 금지 대상이므로 사전에 법무팀과 검토가 필요하다.
- 교섭 성실의무 기록 관리: 법원은 사측이 성실하게 교섭했는지도 가처분 판단에 참고한다. 교섭 일지, 제안·역제안 내용을 정리해 두어야 한다.
- 쟁의기간 임금·4대보험 처리 사전 정리: 파업 참여 근로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적용 기준과 쟁의기간 중 4대보험 처리(특히 고용보험·건강보험) 기준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근로자·노동조합이라면
- 절차 준수가 최선의 방어: 조합원 찬반투표 과반수 가결(노조법 제41조 제1항)과 노동위원회 조정신청(제45조 — 일반사업 10일·공익사업 15일 냉각기간 경과)을 반드시 완료해야 한다. 절차 위반은 가처분과 손해배상 소송 양쪽 모두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 안전시설 유지 의무: 파업 중에도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 유지는 법적 의무다. 시설 파손이나 안전 저해 행위는 쟁의행위 정당성 자체를 잃게 하는 요소다.
- 가처분 결정에 불복 수단 존재: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는 즉시항고가 가능하고, 가처분 취소 신청(민사집행법 제307조)으로 상황 변화를 이유로 다시 다툴 수도 있다.
5월 춘투 시즌, 법원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삼성바이오 결정은 이번 5월 춘투 시즌(삼성전자·현대차·기아·LG 계열사 등 대형 파업이 동시 예고)에서 법원의 역할을 보여주는 가늠자다. 법원은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을 전면 봉쇄하지 않는다. 회복불가능한 손해가 있는 특정 공정만 선별적으로 제한할 뿐이다.
사측이 가처분을 ‘파업 전면 금지’의 수단으로 기대한다면 낮춰야 한다. 반대로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권이 법원에 의해 완전히 막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다만 생산 공정의 성격(의약품·화학물질 변질 등 회복가능성 여부)에 따라 일부 제한은 감수해야 한다. 5월 삼성전자 가처분 결정과 함께, 이번 달이 2026년 춘투의 법적 향방을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시사점:
① 단일 결정의 시대는 끝났다. ‘파업 전체 금지/허용’ 이분법 대신 공정별 분리 판단이 표준화될 가능성. 사업장은 공정 영향도 매트릭스를 미리 만들어둬야 한다.
② 회복가능성이 핵심 변수. 매출 손실 = 금전 배상 가능 → 기각. 원료 변질·안전시설 마비 = 회복 불가능 → 인용. 입증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③ 5월 삼성전자가 다음 시험대.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화학물질이 회복불가능한 손상을 입는 공정’은 인용 가능성, 일반 조립·검수는 기각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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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파업을 할 수 없나요?
인용된 공정·행위에 한해서만 파업이 금지됩니다. 위반 시 법원 결정 위반으로 간접강제(벌금) 또는 민사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기각된 부분은 파업이 가능합니다.
Q. 찬반투표 없이 파업하면 어떻게 되나요?
노조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쟁의행위는 조합원 과반수 찬반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미이행 시 위법 쟁의행위로 판단되어 노조와 조합원 개인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으며, 노란봉투법의 면책 조항도 ‘정당한 쟁의행위’에만 적용됩니다.
Q. 파업 중 회사가 대체 인력을 투입해도 되나요?
원칙적으로 파업 중 대체 근로는 금지됩니다(노조법 제43조). 하도급·파견 근로자로의 대체도 금지 대상이며, 위반 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가처분 결정에 불복할 수 있나요?
즉시항고가 가능하며, 가처분 취소 신청(민사집행법 제307조)을 통해 사정 변경을 이유로 다시 다툴 수도 있습니다. 삼성바이오 사측도 기각 부분에 대해 즉시 항고한 상태입니다.
Q. 삼성전자 파업 가처분은 언제 결론이 나나요?
삼성전자가 4월 16일 수원지방법원에 신청했으며, 5월 21일 예정 파업 전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바이오 결정(4/23 일부 인용)이 판단 기준의 선례가 될 전망입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