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시대의 마지막 해, 인사담당자가 지금 확인해야 할 것
“우리 회사 58세 정년 조항, 이거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되나요?” 지난달 한 중견 제조업체 인사팀장이 던진 질문이다. 놀랍게도 비슷한 질문이 올해 들어 세 배 이상 늘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법이 바뀌고 있고, 준비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한 줄 요약: 65세 정년은 사실상 기정사실이고, 임금체계 재설계에는 1~2년이 걸린다. 정년·퇴직금·통상임금이 동시에 움직이는 지금, 법안 확정을 기다리면 늦는다.
2026년은 한국 인사 현장에서 조용하지만 무거운 해다. “정년 연장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미 지났다. 지금은 “어떻게, 언제부터, 우리 회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63세, 2033년까지 65세로 정년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2026년 3월 발표된 퇴직금 제도 개선 방안이 맞물리면서, 인사담당자에게는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65세
2039년 완성 — 단계적 정년 연장 목표
민주당 안 / 2029년부터 단계 시작
5년
정년 연장 시 추가 근로 기간
퇴직금 충당부채 직접 영향
2%대
한국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
가입자 90% 원리금 보장형 집중
국회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
2026년 4월 현재, 정년 연장 법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향성은 거의 굳어졌다. 민주당이 2025년 11월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2026년 3월 정부가 단계적 연장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안은 2029년부터 단계적 연장을 시작해 2039년 65세를 완성하는 시나리오다. 정년 도달 전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1~2년간 재고용하는 경과조치도 논의 중이다. 문제는 노사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을, 노동계는 재고용 과정의 처우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법안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떤 안이 통과되든 65세 정년 자체는 기정사실이고, 임금체계 재설계에는 최소 1~2년이 걸린다. 지금 시작해도 빠듯하다.
퇴직금 제도, 어디가 바뀌나
퇴직금 개선 방안의 핵심은 산정 기준의 명확화와 근로시간 단축 연동이다.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면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 구성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기업별로 직접 비용 영향을 만든다.
현행 퇴직금은 “30일분의 평균임금 × 계속 근로연수”로 계산된다. 정년이 65세로 늘어나면 같은 직원이 5년을 더 일하게 되고, 그만큼 퇴직금 충당부채가 늘어난다. 중소기업 재무담당자와 인사담당자가 같이 봐야 하는 숫자다.
여기에 하나 더. 202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됐다.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퇴직금 산정 기준 자체가 올라갔다. 이 판결의 여파가 아직 현장에 다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년까지 늘어나면, 기업의 퇴직금 부담은 이중으로 커진다. 실무자 입장에서 이건 “알고만 있는 리스크”가 아니라, 지금 당장 수치로 시뮬레이션해야 하는 과제다.
지금 당장 실무에서 체크해야 할 것은 퇴직연금 가입 형태다. DC형(확정기여형)이라면 매년 불입 의무가 있으므로 연장된 근로기간만큼 적립 부담이 증가한다. DB형(확정급여형)은 운용 리스크가 회사에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부채 규모 추정이 더 중요하다.
퇴직연금 의무화, 이건 별도 이슈다
정년 연장과 별개로, 퇴직연금 전 사업장 의무화도 병행 추진되고 있다. 현재 퇴직금을 사내에 적립하는 중소기업이 상당수인데, 이들에게 사외적립을 의무화하는 방향이다. 회사가 문을 닫아도 근로자의 퇴직금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기금형 퇴직연금도 신설 예정이다. 현재 한국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2%대에 불과하다. 가입자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형 초저위험 상품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기금형이 도입되면 전문 운용기관이 자산을 관리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인사담당자 입장에서 이게 왜 중요하냐면, 퇴직연금 제도 변경은 근로자 동의가 필요한 취업규칙 변경 사항이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과 퇴직연금 전환을 한꺼번에 추진하면 노사 합의 절차가 겹치게 된다. 일정을 분리할지 통합할지, 이것도 지금 판단해야 할 문제다.
정년 연장, 임금체계 개편이 함께 온다
근로기준법은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에게 기존 연공급을 그대로 적용하면 임금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임금피크제 도입 또는 개편. 일정 연령 이후부터 임금을 단계적으로 낮추되,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가장 많이 쓰이지만, 감액 비율을 얼마로 할 것인지가 항상 분쟁 포인트다. 최근 판례 경향을 보면 합리적 근거 없이 30~40% 이상 삭감하는 피크제는 위험하다. “합의서만 있으면 된다”는 인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둘째, 직무급 전환. 직위가 아니라 하는 일의 가치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이지만 직무평가 체계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대기업은 3~5년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고, 중소기업은 외부 컨설팅 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셋째, 재고용 계약. 정년 도달 후 일정 기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재설정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과조치도 이 방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현실적인 옵션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 가지 모두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로자 과반수 동의 절차가 요구된다. 준비 없이 갑자기 추진하면 노사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의 — “합의서만 있으면 된다”는 옛말 최근 판례 경향상 합리적 근거 없이 30~40% 이상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위험하다. 감액 비율의 합리적 근거(고용 유지 효과·생산성 등)와 절차적 정당성(과반수 동의)이 함께 갖춰져야 분쟁에서 살아남는다.
지금 회사에서 확인해야 할 실무 포인트
정년 연장과 퇴직금 개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 시기에, 인사담당자가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현재 재직 중인 55세 이상 근로자 현황을 파악하라. 앞으로 5년 내 정년 도달 예정 인원이 몇 명인지, 그들의 평균 급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비용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이 작업은 ERP에서 데이터 뽑으면 반나절이면 끝나는 일이다. 미루는 이유가 없다.
둘째,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서 정년 관련 조항을 확인하라. 명시된 정년이 60세인지, 혹시 이미 55세나 58세로 낮게 설정된 조항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법 개정 이후 불일치가 생길 경우 정비가 필요하다.
셋째, 퇴직연금 가입 현황과 적립 수준을 확인하라. 법정 퇴직급여 대비 실제 적립률이 낮다면 지금부터 분할 적립 계획을 세우는 것이 나중에 일시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퇴직연금 의무화가 시행되면 사내적립 방식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게 된다. 미리 전환해 두면 나중에 급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넷째, 통상임금 재점검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우리 회사 통상임금 범위가 바뀌었는지 확인했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연장·야간·휴일 수당은 물론 퇴직금까지 연쇄적으로 올라간다. 이걸 반영한 인건비 시뮬레이션 없이 정년 연장 대응 계획을 세우는 건, 솔직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고령자 고용 지원 제도, 활용하고 있나
정년 연장이 비용 부담만 만드는 건 아니다.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거나 재고용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가 이미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거나 재고용하는 경우 분기당 최대 90만 원(월 30만 원)을 2년간 지원한다.
60세 이상 고령자를 새로 채용하는 경우에는 ‘고령자 고용지원금’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제도를 조합하면 정년 연장에 따른 순 인건비 증가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제도의 존재를 아는 인사담당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원금 신청은 고용센터를 통해 하며, 자격 요건과 지급 기간이 매년 조정된다. 지금 당장 관할 고용센터에 확인 전화 한 통 넣는 것을 추천한다.
체크리스트: 정년 연장 준비 현황 자가점검
- ☐ 55세 이상 재직자 현황 파악 완료 (인원수, 평균 연봉, 직무)
- ☐ 취업규칙·단체협약의 정년 조항 확인 및 법 개정 대응 여부 검토
- ☐ 임금체계 개편 방향 내부 논의 시작 (임금피크제 / 직무급 / 재고용)
- ☐ 퇴직연금 적립률 점검 및 향후 5년 충당 계획 수립
- ☐ 퇴직연금 의무화 대비 사외적립 전환 검토
- ☐ 통상임금 범위 재확인 및 인건비 시뮬레이션 업데이트
- ☐ 60세 이후 재고용 시 계약 형태 및 업무 설계 검토
- ☐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고용지원금 수급 자격 확인
결국 핵심은 ‘시간’이다
법안이 확정되면 그때 움직이겠다는 기업이 아직 많다. 그런데 60세 정년이 의무화됐을 때도 그랬다. 법 시행 직전에 허겁지겁 취업규칙 바꾸고, 임금피크제 합의서를 급하게 만들고, 그 합의서가 나중에 소송에서 깨진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퇴직 시점을 미루는 문제가 아니다. 임금체계, 퇴직금, 인력 운영 전략까지 회사의 인사 구조 전체를 재설계하는 작업이다. 법이 확정된 뒤에 시작하면 늦다. 그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 우리 회사의 정년 조항, 지금 몇 세로 되어 있는가?
💡 실무 시사점:
① 데이터부터. 55세 이상 재직자 현황·평균 급여를 ERP에서 반나절 안에 뽑아 비용 시뮬레이션을 시작하라.
② 통상임금 재점검과 연동. 2024년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범위 변경분이 퇴직금에 어떻게 연쇄 영향을 주는지 시뮬레이션 없이 정년 대응 계획을 세우면 밑 빠진 독.
③ 지원 제도 활용.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분기 90만 원, 2년)·고용지원금을 조합해 순 인건비 증가분을 일부 상쇄하라.
#정년연장#퇴직금#임금체계개편
참고 링크
- 파이낸셜뉴스, “65세로 정년연장 해법 나올까…민주당 최종안에 ‘관심’” (2026)
- 서울경제, “통상임금 확대 판결에…대한상의 ‘기업 임금체계 개편 불가피’” (2024)
- BenefitView, “2026년 정년연장 논의 현황” (2026)
- HR인사이트, “정년 연장이 새로 이슈, 퇴직금 제도 재정의하라” (2026)
- HR인사이트, “퇴직금 제도 변경,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 영향” (2026)
- 한경비즈니스, “2026 기금형 퇴직연금 포럼”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