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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000만 원보다 강력한 것 — 정서적 연봉이 리텐션을 바꾼다

연봉 3,000만 원을 올려도 사람은 떠난다

서울대 경영대학 신재용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분석 결과가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정서적 연봉 점수가 5점(10점 만점) 오르면, 화폐 연봉을 3,000만 원 깎아도 이직 의향이 동일하게 억제된다는 것. 쉽게 말해, 사람들은 통장 잔고를 보고 입사하지만 감정 잔고가 바닥나면 떠난다.

이건 좀 뼈아픈 수치다.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 성과급 경쟁에 연봉으로 맞불을 놓는 전략이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맥킨지가 72개 글로벌 역량 센터(GCC), 7,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설문도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긍정적 직원 경험(EX)을 보유한 구성원은 잔류 의향이 8배, 몰입도가 4배 높았다.

한 줄 요약: 돈으로 살 수 없는 ‘정서적 연봉’이 리텐션의 진짜 변수다 — 연봉 인상보다 직원 경험 설계가 먼저다.

숫자가 말하는 감정 잔고의 위력

3,000만 원억제 효과

정서적 연봉 5점 상승 시 화폐 연봉 감소분과 동일한 이직 억제력

서울대 신재용 교수 연구, 2026

8

긍정적 EX 보유 구성원의 잔류 의향 배율

McKinsey GCC 설문(7,000명+), 2025

0.9%

SK하이닉스 2024년 자발적 이직률 — 업계 최저 수준

한경비즈니스, 2026

세 가지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패턴이 보인다. 리텐션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얼마 받느냐’에서 ‘어떻게 일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연봉 테이블로 인재를 붙잡으려는 시도는 2026년 기준으로 이미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정서적 연봉 — 보이지 않는 급여 명세서

신재용 교수가 정의한 정서적 연봉이란, 업무 환경·자율성·심리적 안전감·성장 기회 등 직장인이 일터에서 느끼는 비금전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한 개념이다. 월급 명세서에는 없지만, 퇴사 결심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급여’인 셈이다.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은 미래의 통장 잔고를 보고 입사하지만, 헤어질 결심을 할 때는 감정 잔고가 탈탈 털려서 퇴사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한 문장이 리텐션 전략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찌른다고 본다.

SK하이닉스의 자발적 이직률 0.9%가 이를 실증한다. 반도체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도 한몫했겠지만, 내부 조사에서 구성원들이 꼽은 잔류 이유는 달랐다. 의견 개진의 자유로움, 실패에 대한 조직의 수용적 태도 — 결국 정서적 연봉의 구성 요소들이었다.

사례 — SK하이닉스2024년 자발적 이직률 0.9%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외에 ‘의견 개진 자유도’와 ‘실패 수용 문화’가 핵심 잔류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상 반도체 업계 평균 이직률이 5~8%인 점을 감안하면, 정서적 연봉 요소가 금전 보상의 빈자리를 메운 대표 사례다.

맥킨지가 찾은 6가지 결정적 여정

맥킨지는 72개 GCC에서 9가지 직원 여정(Employee Journey)을 정의한 뒤, 이 가운데 6가지가 입사·잔류 결정에 압도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역할 변경(Role Change), 피드백·코칭, 성과 리뷰, 교육·스킬 개발 — 이 네 여정은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이탈을 직접 촉발하는 ‘독이 되는 여정’이었다.

핵심이다 — 이 네 가지는 모두 현금 보상이 아니라 경험 설계의 영역이다. 승진이 빨라서가 아니라, 피드백을 어떻게 받느냐가 퇴사를 결정한다는 얘기. 조직이 직원 경험을 ‘복지’가 아니라 ‘인프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맥킨지 연구팀은 한 가지 더 강조했다. 획일적 EX 프로그램은 효과가 없다는 것. 직원 페르소나를 세분화해서, 연차·직무·라이프스테이지별로 맞춤 설계해야 실제 잔류율이 움직인다.

퇴직 위기 집단을 먼저 찾아라

그렇다면 실무에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뭘까. HR인사이트 6월호는 퇴직 위기 집단(Flight-Risk Group)을 선제 식별하는 ‘Engagement Squad’ 모델을 제안한다. 핵심은 세 가지다.

이탈 신호를 정량적으로 포착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성과 평가 점수 하락, 내부 공모 지원 감소, 1:1 미팅 빈도 저하 같은 데이터를 조합해 위험군을 특정한다. 그 다음 단계는 종적 라인 외에 횡적 소통 채널을 설계하는 것이다. 직속 상사에게 말 못하는 이슈가 실제 퇴사 트리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HR이 단순 정책 수행자가 아닌 ‘실천 컨트롤타워’로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조직개발(OD)과 인사관리(HRM)를 통합하는 관점이 필수다.

아쉽다 —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에서 이런 데이터 기반 접근은 아직 먼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50명 규모 조직이라면 정량 지표 없이도 관리자가 ‘감’으로 위험군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감을 공식 프로세스로 전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이 당장 쓸 수 있는 정서적 연봉 레버

대기업과 연봉 경쟁이 불가능한 중소·중견기업에 신재용 교수가 제시한 정서적 연봉의 핵심 레버는 명확하다.

낮은 인간관계 스트레스 — 소규모 조직의 플랫한 구조는 그 자체로 장점이다. 대기업 특유의 정치적 피로감이 없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브랜딩해야 한다. 우수한 동료 환경 — 한 명의 채용이 팀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소규모 조직에서는 동료의 질이 곧 정서적 연봉이다. 일의 의미 — “내 일이 회사의 어떤 결과에 연결되는지” 가시성이 높을수록 의미감은 올라간다. 대기업의 부품 느낌과 대비되는 강점이다.

이 세 가지는 예산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돈을 더 쓰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강점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리텐션 전략, 지금 점검하지 않으면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 조직에서 마지막으로 퇴사한 사람은, 정말 돈 때문에 떠났는가?

퇴사 면담에서 “더 좋은 조건”이라고 답한 사람의 상당수는, 사실 감정 잔고가 먼저 바닥났을 가능성이 높다. 정서적 연봉 5점 상승이 3,000만 원 연봉 인상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는, 리텐션 예산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라는 신호다. 맥킨지가 말하는 ‘8배 잔류 의향’의 비밀도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 — 사람이 남는 이유는 돈이 아니라 경험이다.

HR이 해야 할 일은 연봉 테이블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경험이라는 보이지 않는 급여 명세서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 첫 단추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 지금 이 순간, 감정 잔고가 바닥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일.

💡 실무 시사점: 정서적 연봉은 비용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자율성, 심리적 안전감, 피드백 품질 — 이 세 가지를 점검하는 것만으로 리텐션 전략의 방향이 바뀐다. 중소기업일수록 이미 가진 강점(플랫 조직, 일의 가시성, 동료 밀도)을 의식적으로 브랜딩해야 한다.

#정서적연봉 #직원경험 #리텐션 #조직문화 #HR트렌드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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