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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후생비가 폭주한다 — 스타벅스가 비만 치료제를 끊은 이유와 한국 기업이 배워야 할 것

월 100만 원짜리 약을 회사가 대줬다. 지난 2년간 미국 대기업 상당수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위고비, 마운자로 등)를 직원 건강보험에 포함시켰다. 직원 만족도는 올랐고, 채용 브랜딩에도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올해, 스타벅스가 10월부터 체중 감량 목적의 GLP-1 보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왜 멈췄을까.

답은 단순하다. 돈이 안 된다. 정확히 말하면, 지속이 안 된다.

한 줄 요약: 복리후생비가 전례 없이 치솟는 시대, 기업이 해야 할 일은 혜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뺄 것인가’를 설계하는 것이다.

약값이 복리후생비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브랜드 약 가격은 월 1,000~1,500달러. 고용주가 70~100%를 부담하는 구조에서, 이 약 하나가 전체 처방약 비용의 20%를 차지하게 됐다. 2025년 한 해 동안 GLP-1 관련 지출은 전년 대비 50% 폭등했고, 처방약 비용 전체가 매년 13~15%씩 상승하고 있다.

스타벅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 고용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올해 GLP-1 보장을 철회한 기업이 6%에 달했고, 2027년까지 보장을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72%에 그쳤다. 나머지 10%는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솔직히 이 숫자가 충격적이다. 불과 2년 전까지 ‘채용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홍보하던 혜택을 이제 10곳 중 1곳이 접겠다고 말하고 있다.

50%

2025년 GLP-1 지출 증가율

SHRM / 2026

13~15%

미국 기업 처방약 비용 연간 상승률

SHRM / 2026

56.3%

한화투자증권 복리후생비 증가율 (2025 1~3Q)

시사저널e / 2025

실질임금은 줄고, 복리후생비는 느는 이중 압박

미국의 2026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4% 상승했다. 6월(3.5%)보다는 소폭 둔화됐지만, 에너지 가격은 12개월 기준 14.7% 올랐고 휘발유는 24.6%나 뛰었다. 문제는 실질임금이다. 7월 실질 평균 시급은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명목 임금이 오르고 있지만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직원의 68%가 재정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45%는 그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2027년 예상 임금인상률은 3.4%로, 올해(3.5%)와 거의 같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임금은 올려야 하고, 복리후생 비용은 통제 불능이고, 직원은 여전히 불만인 삼중고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2026년 건강보험 요율은 7.19%로 올랐고, 국민연금은 9%에서 9.5%로 인상됐다. 한화투자증권의 사례를 보면, 2025년 1~3분기 복리후생비가 447억 원으로 전년 동기(286억 원) 대비 56.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이 36.3%였으니, 복지비가 매출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직원 수는 오히려 27명 줄었는데도 말이다.

빼기의 설계 —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스타벅스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비싼 혜택을 잘랐다”가 아니다. GLP-1을 체중 감량 목적에서는 빼되, 당뇨 등 의학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유지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것이 바로 ‘빼기의 설계’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핵심이다. 복리후생 구조조정에서 가장 위험한 건 일괄 삭감이다. “경영 상황이 어려워서 복지를 줄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직원들은 ‘다음은 내 차례’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 혜택은 의료적 필요에 따라 재분류합니다”라고 말하면, 같은 삭감이라도 메시지가 다르다.

한국 기업의 복리후생비 구성을 보면 식사비용이 31.7%(월 약 7만 9천 원), 교통·통신 지원비가 10.3%, 건강·보건비가 7.5%를 차지한다. 법정 외 복지비용은 월평균 25만 원 수준이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를 쓰는가”가 아니라 “무엇에 쓰는가”. 식대 보조 7만 9천 원이 직원 만족도에 기여하는 정도와, 같은 금액을 정신건강 상담이나 자녀 돌봄 지원에 재배치했을 때의 효과를 비교한 기업이 얼마나 될까.

사례 — 한화투자증권2025년 복리후생비가 4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3%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직원 수는 1,065명에서 1,038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1인당 복리후생비가 급격히 올라간 셈이다. 매출 대비 복리후생비 비율은 1.78%에서 2.04%로 상승, 업계 경쟁사(NH투자증권 1.14%)를 크게 앞질렀다. 가족친화기업 인증까지 받았지만, 이 속도가 지속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 기업이 GLP-1 사례에서 읽어야 할 신호

비만 치료제는 한국에서 아직 기업 보험에 편입되지 않았지만, 그 시점이 멀지 않다. 미국, 영국, 일본이 공적 보험으로 편입하거나 약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전액 비급여지만, 민간 보험사들이 정액형 담보 특약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기업 복지 패키지에 이 항목이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다.

더 중요한 건 복리후생의 ‘도입’보다 ‘퇴장’ 시나리오다. 새로운 혜택을 추가할 때 대부분의 HR 부서는 “도입 후 효과 측정”까지만 설계한다. 그런데 스타벅스처럼 2년 만에 철회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퇴장 시나리오가 없는 혜택은 조직 신뢰를 훼손한다.

그리고 복리후생은 총액이 아니라 배분의 문제다. 대기업 1인당 월 노동비용 760만 원, 중소기업 483만 원. 이 격차는 좁혀지기 어렵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일수록 총액 경쟁 대신, 직원이 실제로 체감하는 항목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연 1회 건강검진에 50만 원을 쓸 것인가, 월 4만 원씩 정신건강 앱 구독을 지원할 것인가. 답은 데이터에 있다.

퇴장 시나리오 없는 복지는 부채다

복리후생 설계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추가”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경쟁사가 시작했으니 우리도 한다. 채용 공고에 한 줄 더 넣기 위해 도입한다. 그런데 도입한 혜택을 빼야 할 때의 프로세스를 설계한 기업은 거의 없다.

스타벅스가 보여준 건 “빼는 기술”의 모범 사례다. 단순 삭감이 아니라, 의학적 필요성이라는 기준선을 제시하고 그 위와 아래를 구분했다. 이걸 한국 맥락으로 번역하면 이렇다. 선택적 복지 포인트제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매년 사용률 데이터를 보고 하위 10% 항목을 자동으로 재검토하는 프로세스를 넣어라. 법정 복지와 법정 외 복지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법정 외 항목에는 반드시 “2년 후 재검토” 조항을 붙여라.

복리후생비가 매출보다 빠르게 느는 기업은, 지금 당장 복지 항목별 ROI를 측정해야 한다. 측정할 수 없는 복지는 투자가 아니라 관성이다. 관성은 언젠가 부채가 된다.

스타벅스의 GLP-1 결정이 한국 HR 실무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우리 회사의 복리후생 중, 내일 당장 빼야 한다면 무엇을 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즉답할 수 없다면, 복지 구조는 이미 경직돼 있다.

💡 실무 시사점: 복리후생 설계는 ‘추가’보다 ‘퇴장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법정 외 복지 항목에 2년 재검토 조항을 삽입하고, 사용률 하위 10% 항목은 자동 재검토 대상으로 설정하라. 총액 경쟁 대신 직원 체감도 기반 배분 전략이 중소기업의 현실적 대안이다.

#복리후생 #보상설계 #HR운영 #비용관리 #직원경험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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