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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라, 다른 노동시장 — OECD가 경고하는 지역 고용 양극화의 실체

OECD 38개 회원국 평균 고용률 72.1%, 경제활동참가율 76.7%.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이 ‘역대 최고’라는 숫자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2026년 7월 7일 발표된 OECD 고용전망 보고서(Employment Outlook 2026)가 꺼낸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다. 같은 나라 안에서 지역 간 고용 격차가, 국가 간 격차만큼 크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일자리 비중은 21.6%에 달하지만, 비수도권은 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청년 고용률은 43.8%로 전년 대비 2.4%p 하락했고, 이 하락분이 어디에 집중됐는지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

한 줄 요약: 국가 평균 고용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도, ‘어디에 사느냐’가 개인의 노동시장 기회를 결정하는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숫자가 말하는 ‘갈라진 노동시장’

OECD가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강조한 건 ‘지리적 불평등(geographic disparities)’이다. 보고서 제목 자체가 그렇다. 단순히 실업률 하나로 노동시장 건강을 판단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이다.

72.1%

OECD 평균 고용률 (Q1 2026) — 역대 최고

OECD Employment Outlook 2026

4.9%

OECD 평균 실업률 — 4년 연속 5% 이하

OECD, 2026년 5월 기준

2.2%

실질임금 상승률 (Q1 2026) — 전년 2.7%에서 둔화

OECD Employment Outlook 2026

21.6%

서울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일자리 비중

OECD Korea Country Note 2026

솔직히, 고용률 72.1%라는 숫자만 보면 낙관할 법하다. 그런데 이 숫자를 지역 단위로 쪼개는 순간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OECD 보고서는 명시적으로 이렇게 적었다. “한 국가 내 지역 간 고용률 격차가, OECD 최상위 국가와 최하위 국가 사이의 격차와 맞먹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장이 보고서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한 줄이라고 본다.

한국의 지역 양극화 — 서울 집중의 구조적 함정

한국노동연구원(KLI)의 2026년 노동동향 보고서를 함께 보면 그림이 더 선명해진다. 2026년 5월 기준 전체 고용률은 70.2%로 전년 대비 0.3%p 하락했다. 실업률은 2.9%로 소폭 상승. 아직 ‘위기’를 논할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이 평균 아래 숨은 편차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8%로 전년 대비 2.4%p나 떨어졌고, 실업률은 7.2%로 0.6%p 올랐다. OECD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실업률 상승이 청년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한국에서도 확인된다.

그런데 이건 좀 아쉽다 — 서울에 고부가가치 일자리의 21.6%가 몰려 있다는 OECD 데이터를 보면서도, 우리는 ‘지역균형발전’을 여전히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관점에서만 논의한다. 핵심이다: 도로와 철도가 아니라, 어떤 일자리가 어디에 만들어지느냐가 진짜 격차를 결정한다.

사례 — OECD 지역별 구직자 이동 분석OECD 보고서는 흥미로운 역설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것만으로는 지역 격차가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숙련 인력이 이미 좋은 일자리가 있는 지역으로 몰리면서, 출발 지역은 더 공동화(空洞化)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정확히 이 패턴을 따르고 있다.

실질임금 — 숫자는 회복됐지만 체감은 다르다

한 가지 밝은 데이터가 있긴 하다. 한국의 실질시급은 2021년 1분기 대비 5.7% 상승해, OECD 회원국 중 ‘구매력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확실히 회복한’ 소수 국가에 속한다. 반면 OECD 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은 2.2%로, 전년 동기 2.7%에서 둔화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지역 변수가 작동한다. 임금 회복이 주로 대기업 밀집 지역과 고숙련 직종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KLI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규모 사업체와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종의 임금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기술 변동과 지역의 적응력 — AI가 만드는 새로운 지리학

OECD 보고서가 올해 특별히 주목한 또 하나의 축은 ‘무역·기술 충격(trade and technology shocks)에 대한 지역별 적응력’이다. AI와 자동화로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는 지역이 있고, 반대로 비정형(non-routine) 서비스업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지역이 있다.

문제는 조정 방식이다. OECD는 이렇게 분석한다. “구조적 변화에 대한 적응은 주로 기존 근로자가 다른 산업으로 이동해서가 아니라, 실업 상태로의 전환신규 진입자의 기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쉽게 말해, 제조업 노동자가 IT 산업으로 이직하는 게 아니라, 제조업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세대가 IT 일자리를 채우는 구조라는 뜻이다. 기존 근로자에게는 ‘지속적 상흔(lasting scars)’이 남는다.

한국에서 이 현상은 이미 현실이다. 고용노동부가 2026년 스타기술인 홍보대사를 위촉하면서 ‘학력보다 숙련’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기술 전환기에 낙오하는 계층이 생겨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데이터가 HR에 던지는 질문

OECD 보고서와 국내 노동시장 데이터를 교차해서 읽으면, 단순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이 날카로워진다.

‘우리 조직의 채용 풀은 어디에 있는가?’ 수도권 밖의 인재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원격근무와 지역 거점 오피스 전략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인재 확보의 구조적 선택이 된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 기술 전환으로 인해 내부 인력이 ‘상흔’을 입기 전에, 리스킬링(재교육) 투자를 어떤 속도로 해야 하는가.

OECD가 스킬 프리미엄(기술에 따른 임금 격차) 변화를 별도 챕터로 다룬 건 우연이 아니다. 특정 기술이 임금으로 전환되는 비율 자체가 변하고 있다. AI 관련 스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경험 연수’ 중심의 보상 체계가 근본적 재설계를 요구받고 있다는 신호다.

마지막으로 비경쟁조항(non-compete agreements) 이슈. OECD가 이번에 고용보호법제와 함께 비경쟁조항을 분석한 건, 인력 이동의 자유가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메커니즘 중 하나인데 비경쟁조항이 이를 막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한국에서도 전직금지약정 남용이 반복적으로 문제되는 맥락과 일맥상통한다.

💡 실무 시사점: 지역별 노동시장 격차는 단순히 ‘지방 소멸’ 담론이 아니라, 채용·보상·리스킬링 전략의 근본 전제를 흔드는 구조적 변수다. ‘전국 단일 처우 기준’이 합리적인지, ‘지역별 인재 접근성’을 채용 전략에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지역격차 #OECD고용전망 #스킬프리미엄 #청년고용 #리스킬링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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