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실무 문서 가이드

0 / 0 섹션 완료

EVA냐 영업이익이냐 — 18일 파업을 불러온 삼성전자 성과급 공식의 법적 쟁점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은 약 300조 원. 하루로 나누면 8,000억~1조 원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예고한 총파업 기간은 18일. 단순 계산으로 14조~18조 원의 생산 공백이다. 그 파업을 촉발한 방정식의 핵심은 단 두 글자, EVA(경제적 부가가치)다. EVA가 무엇이고, 왜 노조는 그것을 바꾸겠다며 공장 문을 닫으려 하는가.

한 줄 요약: 삼성전자 18일 파업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산정 공식이다. 사측은 EVA(경제적 부가가치), 노조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요구한다 — 같은 회사 같은 실적이라도 어떤 공식을 쓰느냐에 따라 지급액이 갈리고, 이건 단체교섭의 의무적 교섭 대상에 해당한다.

지금 삼성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5월 21일~6월 7일(18일간) 총파업을 공식 예고했다. 5월 21일 오후 1시에는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예정했다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다.

4월 23일에는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에서 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이 집결했다. 조합원 찬반 투표는 가결됐다. 2024년 창사 이래 첫 파업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총파업 수순이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세 가지다.

  1. 성과급(OPI, 초과이익성과급) 산정 기준을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
  2. 성과급 상한 폐지
  3.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확대 (약 40조 원 규모)

사측은 협상 테이블에서 OPI 재원을 “EVA의 20% 또는 영업이익의 10% 중 선택”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고, 협상은 결렬됐다.

주의 — 성과급 산정 공식은 “경영권”이 아니다 회사 측이 “성과급 공식은 경영판단 영역”이라고 주장해도, 임금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산정 기준은 의무적 교섭 대상으로 본다.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 위험이 있다.

EVA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나

EVA(Economic Value Added, 경제적 부가가치)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투자된 자본 × 자본비용률)을 뺀 값이다. 쉽게 말하면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주주 기대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하면 EVA는 마이너스”가 된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바로 이 구조의 피해자다. VD 사업부는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흑자다. 그런데 EVA 기준으로는 자본비용을 빼고 나면 적자 사업부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VD 사업부 직원들은 회사가 돈을 벌었음에도 성과급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노조는 이를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산식”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 측은 EVA가 단순 매출이 아닌 자본 효율성까지 반영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반박한다. 자본비용을 감안하지 않으면 규모만 큰 저효율 사업부도 성과급을 받게 돼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논리다.

성과급의 법적 성격 — 통상임금인가, 경영 성과 배분인가

이 분쟁의 법적 핵심 쟁점은 OPI(초과이익성과급)의 성격이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OPI를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다. 통상임금(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OPI는 영업 성과에 따라 매년 달라지고 지급 여부 자체가 불확정적이어서 고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 점은 이미 여러 대법원 판결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해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닌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법 제29조는 교섭 사항으로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기타 대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 성과급 산정 방식과 상한 폐지는 ‘임금’에 관한 사항으로 정당한 교섭 사항이 된다. 노조가 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쟁의행위(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성과급은 경영 성과의 배분이므로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법적으로 근거가 약하다. 경영 성과의 배분 방식과 기준 자체가 이미 근로조건의 일부로 취업규칙·단체협약에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성과급 제도를 취업규칙에 명시하고 있다.

파업의 정당성 — 법원은 어떻게 볼까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린 선례가 있다(2026.4.24).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은 ① 교섭 대상이 아닌 사항을 목적으로 하거나 ② 절차적 요건(조정 전치주의 위반 등)을 지키지 않거나 ③ 파업으로 인한 손해가 불가역적이고 급박한 경우에 인용된다.

삼성전자 총파업에 대해 사측이 가처분을 신청할 경우, 법원은 성과급 산정 기준 변경 요구가 정당한 교섭 사항인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다룰 것이다. 현재까지 대법원 판례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단체교섭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반도체 생산 차질 — 실제 얼마나 멈추나

노조는 4월 23일 결의대회 당일 “반도체 생산라인이 18%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은 고도로 자동화돼 있어, 1~2일 파업만으로 생산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18일이라는 기간이 문제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의 경우 정밀 공정 중단이 수일만 이어져도 수율(양품 비율) 저하와 납기 지연이 발생한다. 주요 AI 칩셋 고객사(엔비디아, AMD 등)에 대한 납기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된다. 삼성전자 법인세는 연간 수조 원 규모다. 파업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면 세수에도 파급이 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성과급 제도 설계 검토: 삼성 사례는 불투명한 성과급 산식이 노사 분쟁의 뇌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과급 산정 근거와 방식을 취업규칙·단체협약에 명확히 기재해 두는 것이 분쟁 예방의 첫 걸음이다.
  • 성과급 상한 설정 시 주의: 성과급에 일방적인 상한을 두면 지급 기대를 가진 근로자들의 노사 갈등 원인이 된다. 상한 설정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근로기준법 제94조)를 준수해야 한다.
  • 쟁의행위 대응 준비: 파업이 예고된 경우, 업무 복귀 명령, 대체근로 허용 범위(노동조합법 제43조), 직장폐쇄 요건 등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쟁의행위 기간 중 임금 미지급이 원칙이나 개별 합의로 달리 정할 수 있다.
  • 단체협약 체결 시 성과급 조항: “영업이익의 X%” 형태로 단협에 명기하면 향후 지급 의무가 확정되므로 신중해야 한다. 반면 “위원회 결의로 결정”과 같이 유보하면 분쟁 소지가 남는다.

실무 포인트 — 성과급 분쟁 예방 3가지 ① 성과급 산정 공식의 단협·취업규칙 명시 여부 점검 ② 공식 변경 시 사전 협의·고지 절차 명문화 ③ 산정 근거(재무지표) 공개 범위 합의. 공식이 불투명할수록 분쟁 비용이 커진다.

5월 21일, 파업은 실제로 일어날까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사측은 “영업이익의 10%” 선택지를 제시했고, 노조는 “15%”를 요구하고 있다. 두 숫자의 간격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막판 협상 타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2024년 파업 때도 최종 합의로 파업이 종료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 투명성 요구는 금액 협상과 성격이 다르다. EVA냐 영업이익이냐는 단순한 숫자 선택이 아니라, 삼성이 반세기 넘게 유지해 온 성과 배분 철학의 전환을 의미한다. 사측이 이것을 바꾸기 쉽지 않다. 5월 총파업이 실제로 개시되면, 집단교섭 테이블의 무게 중심과 반도체 업계 전반의 노사관계 지형도가 달라질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성전자 성과급(OPI)은 통상임금인가?

아니다. 대법원은 초과이익성과급(OPI)을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단체교섭 대상인 임금·근로조건에는 해당한다.

Q. 성과급 산정 방식 변경을 이유로 파업이 가능한가?

성과급 산정 기준·방식은 근로조건으로서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적법한 쟁의행위(파업)가 가능하다. 다만 조정 전치주의 등 절차 요건을 갖춰야 한다.

Q. EVA 방식과 영업이익 방식의 차이는?

EVA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투자자본 × 자본비용률)을 차감한 값이다. 영업 흑자인 사업부도 EVA 기준으로는 적자가 될 수 있어, 직원 입장에서 성과급 불이익이 발생한다. 영업이익 기준은 단순하고 투명해 직원이 이해하기 쉽다.

Q. 파업 기간 중 임금은 어떻게 되나?

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쟁의행위 기간에는 임금 미지급이 원칙이다(무노동 무임금). 파업 참가 직원은 해당 기간 통상임금 및 수당을 받지 못한다.

Q. 과반노조의 의미는 무엇인가?

과반노조(전체 조합원 대비 과반)는 노동조합법상 교섭 대표 노조 지위를 독점한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2026년 4월 과반을 달성함에 따라 단독 교섭권이 강화됐다.

💡 시사점:

① 성과급 산정 공식은 의무적 교섭 대상이다 — 경영권 항변으로 회피되지 않는다.

② EVA vs 영업이익 논쟁은 “어떤 실적을 누구의 기여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③ 공식의 투명성 확보가 분쟁 예방의 출발점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단체교섭

작성: 서재홍 | NODE

ON THIS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