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나간 고3 학생이 기계에 끼어 숨졌다. 학교는 ‘실습 중 사고’라고 했고, 사업체는 ‘교육훈련생’이라고 했다. 그런데 법원은 달랐다.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그 실습생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근로자냐 학생이냐에 따라 산재보험 적용 방식, 사업체의 배상 책임, 학교의 관리 의무가 전혀 달라진다.
한 줄 요약: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에서 법원은 “사용종속관계가 있으면 학생이 아니라 근로자”라고 못 박았다. 협약서의 표제가 아니라 실질이 기준이며, 이 판단 하나로 산재·4대보험·최저임금·민형사 책임 범위가 모두 달라진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이란 어떤 구조인가
직업계고(마이스터고·직업고·특성화고) 학생들은 3학년 2학기 무렵 기업의 현장실습에 나간다. 이 구조에는 세 주체가 있다. 학교는 교육 목적으로 학생을 기업에 보내고, 사업체는 학생을 받아 실습을 진행하며, 학생은 그 중간에서 실제 생산·서비스 현장에 투입된다.
문서상으로는 ‘표준현장실습협약서’를 작성한다.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제7조는 이 협약에 따라 실습하는 학생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현장실습생은 ‘교육받는 사람’이지 ‘일하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현장에서 하는 일은 대개 정규 직원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상사의 지시를 받으며, 결근하면 제재를 받는다. 협약서가 아무리 ‘교육훈련’이라고 적어도, 그 실질이 다르다면 법원은 다르게 판단한다.
주의 — “교육훈련 협약” 표제는 보호막이 아니다 표준현장실습협약서를 작성했더라도 실제 업무가 정규직과 같다면 법원은 근로자성을 인정한다. 사업체가 “우리는 교육훈련 협약을 맺었으니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해도 통하지 않는다.
법원이 ‘근로자’라고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은 1987년부터 명확한 입장을 세워왔다(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2920 판결). “고등학교 졸업예정자인 실습생이라도 사용자와의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사용종속관계’를 판단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일반 근로자와 동종·유사 업무 수행 여부: 실습이라는 이름이지만 실제로 생산 라인에 투입되었는지
- 구체적·직접적 지휘·감독 여부: 사업체 관리자가 업무 내용과 방식을 지시하는지
- 출퇴근 시간과 근무 장소 구속: 사업체가 일방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지각·결근에 제재를 가하는지
- 보수의 성격: 지급받는 금액이 교육훈련 장려금인지, 실질적 임금인지
- 연장·휴일근로 여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하도록 요구받는지
이 중 복수의 요소가 충족되면 법원은 협약서 내용과 무관하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다. 사업체가 ‘우리는 교육훈련 협약을 맺었으니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해도 통하지 않는다.
근로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적 결과
현장실습생의 근로자 인정 여부는 사고가 났을 때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다.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이 전면 적용된다. 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급여·유족급여 등이 모두 산재로 처리되며, 사업체는 산재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진다. 4대보험 측면에서는 월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국민건강·국민연금·고용보험도 적용된다. 그리고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연장근로 제한 규정도 모두 적용된다.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제7조와 산재보험법 제123조의 특별 조항에 따라 산재보험만 적용된다. 국민건강·국민연금·고용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사업체의 법적 책임 범위도 좁아진다.
같은 사고라도 ‘학생’이냐 ‘근로자’냐에 따라 유족이 받는 보상의 범위와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와 사업체, 각각의 법적 책임은
학교-사업체-학생의 3자 구조에서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가 복잡해진다. 노동부는 현장실습생의 사용자로 사업체를 우선 보고 있다. 실제로 지휘·감독을 하는 주체가 사업체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현장실습 전 안전교육 의무를 진다. 2025년 교육부가 개정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공통매뉴얼은 학생이 현장실습에 나서기 전 산업재해 예방과 권익보호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학교장이 이 교육 의무를 해태하면 민사상 책임이 생길 수 있다.
사업체는 더 직접적인 책임을 진다. 학생이 근로자성이 인정될 만큼 실질적으로 종속된 환경이었는데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중대재해 사망 사건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다(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 기준).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현장실습생을 받는 사업체라면 다음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실습 내용 확인: 정규직원과 동일한 라인에 투입하는지, 독립적 교육과정인지를 구분하라. 전자라면 근로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다.
- 출퇴근 지시·제재 방식 점검: 지각·결근에 사업체가 제재를 가하거나 기록을 관리한다면 사용종속관계로 볼 수 있다.
- 지급금액 성격 확인: 교육훈련 참가비·장려금 명목이어도 실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완비: 근로자 여부와 무관하게, 현장실습생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 및 보호구 제공은 법적 의무다.
- 표준현장실습협약서 작성 의무 확인: 협약서 미체결은 그 자체로 위법이며, 내용이 허위이면 책임이 가중된다.
학교 측에서는 사업체 방문 점검 기록을 남기고, 학생이 이상 징후(연장근로, 욕설·폭언, 안전 사고 우려 등)를 신고할 수 있는 채널을 실질적으로 작동시켜야 한다.
실무 포인트 — 현장실습생 받는 사업체 점검 5가지 ① 정규직과 동일 라인 투입 여부 ② 출퇴근·결근 제재 방식 ③ 지급금이 장려금인지 임금인지 ④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보호구 제공 ⑤ 표준현장실습협약서 적정 작성. 다섯 중 한 가지라도 흠이 있으면 사고 시 책임이 가중된다.
앞으로의 전망: 법적 공백은 어디에 있나
가장 큰 공백은 사용자 특정의 어려움이다. 학교가 보낸 학생이지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구조에서, 사고 발생 시 학교 측의 감독 의무와 사업체의 사용자 책임이 중첩된다. 법원은 사례마다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
두 번째 공백은 4대보험 미적용 구간이다. 근로자성이 인정되어도 월 소정근로 60시간 미만이면 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단기·단시간 실습이 많은 현장실습의 특성상, 이 구간에 해당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정부는 2025년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 개정과 표준협약서 의무화 확대로 보호를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과 근로기준법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적 해답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협약서가 있으면 교육, 실질이 다르면 근로’라는 판례 중심의 판단 방식은 사고가 난 뒤에야 법이 작동하는 구조다. 사고 전에 작동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현장실습생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나요?
네.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산재법 전면 적용, 인정되지 않아도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제7조와 산재법 제123조에 따라 산재보험이 특별 적용된다.
Q. 현장실습생이 근로자로 인정되는 조건은 무엇인가요?
정규직원과 동종·유사 업무 수행, 사업체의 직접 지휘·감독, 출퇴근 시간 구속 등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86다카2920).
Q. 현장실습생이 근로자가 되면 최저임금도 받아야 하나요?
그렇다.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최저임금법이 적용된다. 교육훈련 명목의 지급금이라도 최저임금 미만이면 위반이다.
Q. 현장실습 사고 시 학교와 사업체 중 누가 책임지나요?
사업체가 실질적 사용자라면 산재 책임과 안전조치 의무를 진다. 학교는 현장실습 전 안전교육 의무와 사업체 지도·점검 의무를 부담한다. 두 책임은 중첩될 수 있다.
Q. 표준현장실습협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위반이다. 협약 없이 실습을 진행하면 산재보험 특례 적용에도 지장이 생기고, 사고 시 사업체의 민·형사 책임이 가중될 수 있다.
💡 시사점:
① 현장실습생의 근로자성은 협약서가 아니라 “사용종속관계의 실질”로 가려진다(대법원 86다카2920).
② 근로자로 인정되면 산재 전면 적용·최저임금·중대재해처벌법까지 책임 범위가 확장된다.
③ 사업체는 협약서 정비·안전조치 완비를, 학교는 안전교육과 점검 기록을 챙겨야 한다.
#현장실습#근로자성#산업안전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