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갑자기 쓰러지셨다면, 회사에 뭘 신청해야 할까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쓰러지거나, 배우자가 수술 후 장기 입원 상태가 됐다. 연차를 다 썼고, 무급휴가를 달라고 하기엔 눈치가 보인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제도가 가족돌봄휴직과 가족돌봄휴가다. 두 제도 모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이 사업주에게 허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HR 담당자 입장에서도 이 두 제도는 자주 헷갈린다. 휴직인지 휴가인지, 기간이 얼마인지, 무급인지 유급인지, 서류를 받아야 하는지 안 받아도 되는지. 이 가이드에서 실무에 필요한 내용을 한 번에 정리한다.
법은 뭐라고 하나
남녀고용평등법 제22조의2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가족돌봄휴직·휴가 신청을 의무적으로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상 가족의 범위는 조부모,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 손자녀로, 2020년 1월부터 조부모·손자녀가 추가됐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2조의3은 가족돌봄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규정한다. 가족돌봄 외에도 본인 질병·사고, 55세 이상 은퇴 준비, 학업을 이유로 신청할 수 있다.
허용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는 법령이 열거하고 있으며, 사업주가 이를 증명해야 한다. 허용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서면으로 사유를 통보해야 하고, 업무시간 조정·연장근로 제한 등 대안 조치를 마련하도록 노력할 의무도 있다.
행정해석이 정리한 실무 기준
① 근로시간 단축 중에도 가족돌봄휴가 별도 사용 가능 — 여성고용정책과-523(2020.2.5)
가족돌봄 근로시간 단축 중에 추가로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한 경우, 사업주는 허용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허용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할 수 없다. 또한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했다고 해서 근로시간 단축이 종료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두 제도는 독립적으로 병행 운용된다.
② 아버지가 있어도 어머니 돌봄 휴직 거부 불가 — 여성고용정책과-1084(2018.3.13)
어머니의 질병을 이유로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는데 아버지가 살아 계신 경우, 사업주가 다른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 있을까? 행정해석은 단순히 다른 가족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그 가족이 실제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아버지가 고령이거나 본인도 질병 상태라면 의학적 진단으로 확인하는 경우 허용 거부를 정당화할 수 없다.
③ 24시간 격일제 근로자의 휴가 일수 산정 — 여성고용정책과-76(2020.1.7)
감시단속적 근로자(고용노동부 인가)로 24시간 격일제 근무 중인 경우, 근무일에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하면 다음날(비번일)까지 포함해 2일 사용으로 산정한다. 즉 1월 2일부터 11일까지 휴가를 쓰면 10일 전부를 사용한 것으로 본다. 연차유급휴가 산정 행정해석(근로기준정책과-561, 2018.1.23)과 같은 취지다.
3가지 제도 한눈에 비교
| 구분 | 가족돌봄휴직 | 가족돌봄휴가 | 가족돌봄 근로시간 단축 |
|---|---|---|---|
| 법적 근거 | 남녀고용평등법 제22조의2제1항 | 남녀고용평등법 제22조의2제2항 | 남녀고용평등법 제22조의3 |
| 사용 기간 | 연 최장 90일 (무급) | 연 최장 10일 (무급, 한부모 15일) ※ 가족돌봄휴직 기간에 포함 |
최대 3년 (1년+2년 연장 1회) 학업 목적은 1년만 |
| 단축·분할 | 분할 가능 (1회 30일 이상) | 일 단위 사용 가능 | 주 15~30시간 범위, 분할 불가 |
| 신청 기한 | 개시 30일 전까지 | 사유 발생 시 신청 (긴급 사유로 시기 협의 가능) |
개시 30일 전까지 |
| 서류 요구 | 가능 (진단서·입원확인서 등) | 법적 근거 없음 — 강제 불가 | 가능 (의사소견서·장기요양인정서 등) |
| 급여 | 무급 (고용보험 급여 없음) | 무급 | 단축 시간 비례 임금 지급 |
| 근속 산입 | 근속기간 포함, 평균임금 산정 제외 | 동일 | 평균임금 산정 기간 제외 |
| 연차 출근율 | 출근한 것으로 간주 | 출근한 것으로 간주 | 단시간 근로자 규정 적용 |
| 위반 제재 | 과태료 500만원 이하 | 과태료 500만원 이하 | 과태료 500만원 이하 |
단계별 신청 가이드
가족돌봄휴직 신청 절차
Step 1. 근로자가 개시 30일 전까지 아래 사항을 기재한 신청서(전자문서 포함)를 사업주에게 제출한다.
- 돌봄 대상 가족의 성명·생년월일
- 돌봄이 필요한 사유
- 휴직 개시 예정일·종료 예정일
- 신청 연월일 및 신청인 서명
Step 2. 사업주는 필요 시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진단서, 입원확인서, 장기요양인정서 등).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Step 3. 기한이 지난 후 신청한 경우, 사업주는 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개시일을 지정해 허용해야 한다.
Step 4. 허용하지 않을 경우, 서면으로 사유를 통보하고 업무시간 조정, 연장근로 제한, 근로시간 단축 등 대안 조치를 협의해야 한다.
Step 5. 근로자는 개시예정일 7일 전까지 신청을 철회할 수 있다. 돌봄 대상 가족이 사망하거나 질병이 치유된 경우 신청은 없었던 것으로 본다.
가족돌봄휴가 신청 절차
Step 1. 가족의 질병·사고·노령 또는 자녀 양육으로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한 경우 신청한다. 자녀 학교 행사(입학식, 졸업식, 학부모상담 등), 학교 휴교에 따른 자녀 돌봄, 병원 동행 등이 해당한다.
Step 2. 단순 여행·봉사·체험활동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여성고용정책과-523, 2020.2.5).
Step 3. 사업주는 서류 제출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 근로자가 서류 제출을 거부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허용해야 한다. 다만 사업운영에 중대한 지장이 있으면 시기를 변경하도록 협의할 수 있다.
가족돌봄 근로시간 단축 신청 절차
Step 1. 단축 개시 30일 전까지 신청서를 제출한다. 사유별 증빙서류(의사소견서·진단서·장기요양인정서, 학업계획서·수강증 등)를 함께 요구할 수 있다.
Step 2. 단축 후 근로시간은 주당 최소 15시간, 최대 30시간 이내여야 한다. 사업주는 단축된 시간 외에 연장근로를 요구할 수 없다(근로자 본인이 명시적으로 청구한 경우 주 12시간 이내 연장 가능).
Step 3. 기간은 최초 1년이며, 가족돌봄·본인 건강·은퇴준비 사유는 2년 범위에서 추가 연장 가능(1회). 총 최대 3년. 학업 목적은 연장 없이 1년이 한도다.
Step 4. 신청 후 30일 이내에 허용 여부 통지를 받지 못하면 신청 내용대로 허용된 것으로 간주된다.
사업주·HR 담당자가 자주 하는 실수
- 가족돌봄휴가 신청 시 서류를 강제로 요구하는 것 — 가족돌봄휴가는 사업주가 서류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 휴직(제22조의2제1항)과 달리 휴가(제22조의2제2항)에는 서류 제출 요구 조항이 없어 강제하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 다른 가족이 있으니 거부라는 판단 — 다른 가족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거부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그 가족이 실제로 돌볼 수 있는 상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여성고용정책과-1084).
- 고용센터 외 경로로 구인노력을 인정하는 것 — 대체인력 채용 불가 사유는 직업안정기관(고용센터)을 통한 구인 노력만 인정된다. 사업주가 다른 경로로 구인해도 인정되지 않아 거부 사유로 쓸 수 없다.
- 가족돌봄휴가 10일이 휴직 90일과 별도 한도라는 오해 — 가족돌봄휴가 10일은 가족돌봄휴직 90일 한도에 포함된다. 별개의 한도가 아니다.
- 가족돌봄휴직 기간을 연차 산정에서 결근으로 처리하는 것 — 가족돌봄휴직 기간은 연차유급휴가 출근율 산정에서 출근한 것으로 간주한다.
신청 전 체크리스트
근로자용
- 돌봄 대상이 법정 가족 범위(조부모·부모·배우자·배우자의 부모·자녀·손자녀)에 해당하는가
- 해당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한 기간이 6개월 이상인가
- 가족돌봄휴직의 경우 개시 30일 전에 신청서를 제출했는가
- 신청서에 대상 가족 성명·생년월일·돌봄 사유·개시 및 종료 예정일을 모두 기재했는가
- 사업주가 서류를 요구한 경우(휴직), 진단서·입원확인서 등을 준비했는가
- 가족돌봄휴직 잔여 일수를 확인했는가 (연간 90일 한도, 휴가 10일 포함)
- 무급임을 인지하고 생활비 계획을 세웠는가
HR 담당자·사업주용
- 신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허용 여부를 통보했는가
- 거부 사유가 법정 예외(시행령 제16조의3)에 해당하는가
- 거부 시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했는가
- 거부 시 업무시간 조정, 연장근로 제한 등 대안 조치를 협의했는가
- 가족돌봄휴가 신청 시 서류를 강제 요구하지 않았는가
- 휴직·휴가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하고, 연차 출근율에 반영했는가
- 복직 후 동일 업무 또는 동일 수준 직무에 배치했는가
- 휴직·휴가를 이유로 해고, 감급, 불이익 처우를 하지 않았는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분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업주가 아버지가 계시잖아요라며 어머니 돌봄 휴직을 거부하는 경우인데, 아버지 본인도 고령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면 의학적 확인서 한 장으로 사업주의 거부를 뒤집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HR 담당자가 가족돌봄휴가 신청 시 진단서를 요구하다 노동청 진정을 받는 경우인데, 휴가는 서류 제출 요구 조항이 없으므로 내부 지침에서 삭제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족돌봄휴직 기간에도 4대보험은 유지되나요?
네.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 자격이 유지되며,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보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양쪽 합의 하에 납부 예외 신청이 가능합니다.
Q. 가족돌봄휴직 중 고용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
아니요. 가족돌봄휴직은 무급이며, 육아휴직급여처럼 고용보험에서 지원하는 별도 급여 제도가 현재(2026년 기준) 없습니다. 대체인력 고용 시 사업주에게 지원되는 대체인력 지원금은 고용센터에서 신청 가능합니다.
Q. 신청 30일 전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라면 어떻게 하나요?
신청 기한이 지난 후에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업주는 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로 개시일을 지정해 허용해야 합니다(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6조의2제2항).
Q. 가족돌봄휴직·휴가는 계약직에도 적용되나요?
계속 근무 6개월 이상 요건을 충족하면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적용됩니다. 기간제·단시간 근로자도 포함됩니다.
Q. 가족돌봄 근로시간 단축 중에 연장근로를 요구받았습니다. 거부할 수 있나요?
네. 사업주는 근로시간 단축 중인 근로자에게 단축된 근로시간 외 연장근로를 강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근로자 본인이 명시적으로 청구하면 주 12시간 이내에서 연장근로가 가능합니다(남녀고용평등법 제22조의3제3항).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