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팀 직원이 퇴근 후 프리랜서로 브랜드 디자인을 받아 SNS에 포트폴리오를 올렸습니다. 게시물 안에는 회사가 클라이언트에게 납품한 캠페인 포스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당장 내리게 하고 싶지만, 어디까지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기준이 잡히지 않습니다. 취업규칙에 ‘일체의 겸직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어도 — 그 조항 하나로 전부 해결되지 않습니다. 겸직 자체를 막는 법과 업무 산출물 유출을 막는 법은 작동하는 트랙이 다릅니다.
겸직 제한, 법이 그어 놓은 선
헌법 제15조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근로자가 퇴근 후 본인의 기술로 수익을 얻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생활·직업선택 자유의 영역입니다.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취업규칙 조항은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겸직이 다음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한다면 제한·징계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 ① 노무제공 지장 — 겸직으로 인해 본업의 근로 제공에 실질적 지장이 생기는 경우. 근무시간 중 타 업체 업무 수행, 수면 부족·과로로 인한 결근·지각 반복이 대표적입니다.
- ② 이익충돌·경쟁관계 —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경쟁업체나 자기 사업을 운영하며 회사 영업 이익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 ③ 기업 신뢰·명예 훼손 — 회사의 영업비밀·고객 정보 등을 활용하거나, 회사 신뢰를 직접 훼손하는 행위.
중요한 포인트는 ‘겸직 행위 자체’가 아니라 위 요건에 해당하는 실질적 해악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취업규칙상 ‘겸직금지’ 조항 위반을 이유로 징계하면 부당징계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판례가 선을 그은 방식 — 서울고등법원 2023나2027173
2024년 6월 14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23나2027173 판결은 겸직 제한의 경계를 잘 보여 줍니다. 이 사건에서 영업직 근로자는 근무시간 중 타 법인의 재무담당 이사로 활동하면서 두 직무 사이에 이해충돌이 발생하였고, 회사가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①근무시간 중 겸직에 따른 노무제공 지장, ②이해충돌 가능성, ③반복적 시정명령 불이행이라는 세 요소가 겹쳐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퇴근 후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부업이라면 — 회사 정보를 사용하지 않고, 본업에 지장이 없다면 — 겸직금지 조항 위반을 이유로 한 징계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업무 산출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나 — 저작권법 제9조
저작권법 제9조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를 규정합니다.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법인(회사)이 저작자가 되며, 하나라도 빠지면 직원 개인 저작물로 귀속될 수 있습니다.
| 요건 | 내용 | 실무 판단 포인트 |
|---|---|---|
| ① 법인의 기획 | 회사가 저작물 작성을 기획·지시 | 업무 지시서, 프로젝트 브리프 존재 여부 |
| ② 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작성 | 재직 중 근로자 또는 위탁계약 당사자 | 계약서상 고용·위탁 관계 명시 |
| ③ 업무상 작성 | 직무 범위 내에서 작업한 결과물 | 근무시간·회사 장비·자원 사용 여부 |
| ④ 법인 명의 공표 | 회사 이름으로 발표·배포 | 저작권 표시, 납품·배포 이력 존재 여부 |
대법원 2021다236111 판결은 이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했습니다. 회사의 기획이 명확하지 않고 직원이 퇴근 후 독자적으로 작업한 결과물은, 설령 회사 업무와 관련이 있더라도 업무상저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업무상 작성한 디자인 파일을 직원이 SNS에 올리는 경우 — 특히 회사 명의로 납품·공표된 결과물이 포함되어 있다면 — 이는 저작권 침해가 됩니다.
SNS 게시 시 발생하는 3가지 법적 위험
직원이 업무 산출물을 포트폴리오로 SNS에 올릴 때 발생 가능한 법적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① 저작권 침해 (저작권법 제136조) — 4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업무상저작물을 무단 게시하면 저작권 침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 민사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 ②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제10조) — 클라이언트 전략 방향·단가 정보·미공개 기획안 등이 파일 안에 담겨 있다면 영업비밀 침해. 법원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이 동시에 가능합니다.
- ③ 신의칙상 비밀유지의무 위반 — 명시적 서약서가 없더라도 근로계약상 신의칙에 따라 회사 기밀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됩니다. 다만 입증이 쉽지 않으므로 서약서가 있어야 실효성이 높아집니다.
겸직 유형별 제한 가능 여부 판단표
| 겸직 유형 | 제한 가능 여부 | 적용 근거 |
|---|---|---|
| 퇴근 후 디자인 부업 (회사 자원 미사용, 경쟁 무관) | 제한 어려움 | 직업선택의 자유, 노무지장 없음 |
| 경쟁사·동종업 겸직 | 조건부 제한 가능 | 이익충돌·영업비밀 침해 우려 시 |
| 근무시간 중 타 법인 업무 수행 | 제한·징계 가능 | 노무제공의무 위반 (서울고법 2023나2027173) |
| 업무 산출물 SNS 무단 게시 | 저작권·비밀유지 위반으로 조치 가능 | 저작권법 제9조, 부정경쟁방지법 |
| 회사 고객 정보·영업비밀 활용 부업 | 강력 제한·법적 조치 가능 |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제10조 |
단계별 실무 가이드 — 겸직 관리 5단계
| 단계 | 조치 내용 | 서식·도구 | 유의점 |
|---|---|---|---|
| 1단계 취업규칙 정비 | 전면금지 조항 → 신고·승인제로 전환, 제한 사유 구체화 | 취업규칙 개정안 | 과반수 동의 절차 필수 (근기법 제94조) |
| 2단계 입사 시 서약 | 비밀유지·겸직 신고의무·저작물 귀속 조항 서약서 징구 | 입사 서약서 | 기존 직원도 별도 서약 갱신 요청 |
| 3단계 신고 접수 | 겸직 발생 시 사전 신고·내용 확인 | 겸직 신고서 | 업무 내용·시간대·거래처·경쟁 여부 파악 |
| 4단계 검토·승인 | 이익충돌·노무지장 여부 판단 후 승인 또는 불허 | 승인 결재서 | 불허 사유 서면 통보 권장 |
| 5단계 위반 대응 | 경고 → 시정 요구 → 징계 순서 준수 | 경고장, 인사위원회 의결서 | 즉시 해고 전에 시정 기회 부여 필수 |
사업주가 자주 하는 실수 3가지
- ❶ “취업규칙에 있으니 그냥 징계” — 전면금지 조항 위반만으로 징계하면 부당징계 판정 위험이 큽니다. 노무제공 지장·이익충돌 등 실질적 해악의 입증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 ❷ 입사 서약서에 비밀유지 조항 누락 — SNS 게시 문제를 다루려면 “업무 산출물·고객 정보를 허가 없이 외부에 게시하지 않는다”는 명시 조항이 서약서에 있어야 실효성이 생깁니다. 이 조항 없이 저작권만으로 대응하면 4요건 미충족 시 공백이 생깁니다.
- ❸ 경고 없이 즉시 중징계 — 법원은 충분한 시정 기회 제공을 중요 요소로 봅니다. 서울고법 2023나2027173도 수차례 시정명령 미이행이 있었기에 해고를 인정했습니다. 첫 적발에 해고는 위험합니다.
겸직 신고서 핵심 항목 예시
겸직 신고서 필수 기재 항목 (인사팀 접수용)
- 겸직 기관·거래처 명칭 및 업무 내용 (구체적 직무 기술)
- 겸직 시작 예정일 및 예상 종료일
- 주당 예상 겸직 시간·수행 시간대 (근무시간 중 여부 명시)
- 본업과의 경쟁·이해충돌 관계 자기진술
- 회사 정보·장비·인프라 사용 여부
비밀유지 서약서 핵심 조항 문안 예시
본인은 재직 중 및 퇴직 후에도 다음 사항을 준수할 것을 서약합니다. ①업무상 취득한 고객 정보·디자인 결과물·기획안 등을 회사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SNS를 포함한 외부 채널에 게시하지 않는다. ②회사 명의로 공표된 저작물을 포트폴리오 등의 목적으로 무단 활용하지 않는다. ③위 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책임을 진다.
관리 체크리스트
- 취업규칙 겸직 조항이 전면금지 방식인지 확인 — 신고·승인제로 전환 여부 검토
- 입사 서약서에 비밀유지·저작물 귀속 조항 포함 여부 확인
- 기존 직원 대상 비밀유지 서약 갱신 여부 검토
- 업무 결과물(디자인·기획안 등)의 저작물 귀속 취업규칙 또는 계약 조항 명시 여부 확인
- 겸직 신고서 서식 구비 및 담당자 지정 여부 확인
- 겸직 위반 시 경고→시정→징계 순서 확립 여부 확인
- SNS 포트폴리오 게시 관련 사내 가이드라인 또는 취업규칙 조항 존재 여부 확인
이 유형의 상담에서 사업주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은 “취업규칙 겸직금지 조항이 있으니 다 해결된다”는 오해입니다. 취업규칙만으로는 SNS 포트폴리오 게시를 막을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저작물 귀속 조항과 비밀유지 서약서를 반드시 별도로 갖춰야 두 트랙이 모두 작동합니다. 특히 디자이너·콘텐츠 직군을 두는 사업장이라면 저작물 귀속 동의서를 표준 입사 서류에 편입하고, 기존 직원에게도 갱신 서명을 받아 두는 것이 실무에서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취업규칙에 ‘모든 겸직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는데, 이 조항은 유효한가요?
전면 겸직금지 조항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무효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노무제공 지장·이익충돌·영업비밀 침해 등 구체적 제한 사유를 명시한 신고·승인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실효적입니다.
Q. 직원이 근무시간에 만든 디자인은 무조건 회사 것인가요?
저작권법 제9조의 4가지 요건(법인 기획·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작성·업무상 작성·법인 명의 공표)을 모두 충족해야 회사 귀속입니다. 특히 ‘법인 명의 공표’ 요건이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됩니다. 납품·배포 이력이 있는 결과물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Q. 비밀유지 서약서 없이도 직원의 SNS 게시를 막을 수 있나요?
업무상저작물 4요건을 충족한다면 저작권 침해로 조치할 수 있고, 영업비밀이 포함된 경우 부정경쟁방지법도 적용됩니다. 다만 서약서가 있으면 입증이 훨씬 수월하며, 4요건 미충족 시에도 대응 근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Q. 이미 재직 중인 직원에게 소급해서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을 수 있나요?
새로운 의무를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므로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내 공지를 통해 자발적 서명을 요청하거나, 취업규칙 개정 시 비밀유지 조항을 신설하고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으면 구속력이 생깁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