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사유가 있어도 ‘처분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해고가 뒤집힌다. 노동위원회 판정례를 보면, 징계의 정당성 심사에서 두 번째 관문인 징계양정 적정성이 사건 결론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수차례 피드백을 줬는데도 — 그런데 정직 3월은 과했다
A기업은 반복적인 업무처리 오류를 이유로 직원 B에게 정직 3월 처분을 내렸다. 수개월에 걸쳐 개별 교육과 피드백을 제공했고, 오류는 계속됐다. 징계위원회는 직무태만으로 보고 중징계를 결정했다.
노동위원회는 어떻게 봤을까. 징계사유는 정당했다. 개별 지도에도 개선이 없었다는 점에서 직무태만 인정. 그런데 결론은 근로자 승리였다. 이유는 하나였다. 인정되는 비위의 경중에 비해 정직 3월은 양정이 과하다(2017부해○○○).
이 사건이 보여주는 구조가 있다. 징계는 ‘사유가 있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유에 걸맞은 처벌이냐’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징계양정 적정성 — 노동위원회의 심사 기준
판정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준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처분’이다. 이 기준에 해당하면 부당해고 또는 부당징계로 판정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가 핵심이다.
- 인정된 비위의 범위: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만 인정될 경우, 인정된 비위만으로 해당 처분이 균형을 이루는지 판단한다. 비위의 일부가 탈락되면 양정도 함께 재검토돼야 한다.
- 취업규칙상 양정기준표: 징계양정에 관한 구체적 규정이 있으면 그 기준에 따라 처분이 이뤄졌는지 확인한다.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중한 처분을 내리면 과도하다는 판단이 나오기 쉽다.
- 비위의 반복성·결과·직위: 관리자인지, 피해규모는 얼마인지, 이전에도 같은 잘못을 반복했는지, 반성은 있는지 등을 종합한다. 가중 또는 감경 요소가 된다.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판정례 비교
| 구분 | 사건 개요 | 인정된 비위 | 처분 | 판정 결과 | 결정적 이유 |
|---|---|---|---|---|---|
| 근로자 승 (양정 과중) |
당직근무 소홀, 조기퇴근 2020부해○○○ |
당직 미준수·조기퇴근 일부 나머지 증거 부족 |
파면(해고) | 부당해고 | 인정된 비위만으로는 해고에 이를 만큼 중하지 않음 |
| 근로자 승 (양정 과중) |
코로나19 증상 지연보고 2022부해○○○ |
지연보고 1건만 인정 음주소란·지시불이행 불인정 |
해고 | 부당해고 | 3가지 사유 중 1가지만 인정, 그 비위에 비해 해고 과도 |
| 근로자 승 (재량권 남용) |
공유재산 실태조사 미이행 2019부해○○○ |
실태조사 미이행 인정 불법전대 관리 부적정 불인정 |
해고 | 부당해고 | 인정된 위반 외에는 해고에 이를 사유 없음, 재량권 남용 |
| 근로자 승 (재량권 남용) |
사업 계약관리 의무 불이행 2023부해○○○ |
계약서 관리 의무 불이행 인정 | 무기정직 | 부당징계 | 무기정직은 목적 부합 않고 불확실성만 가중, 재량권 남용 |
| 근로자 승 (양정 과중) |
음주측정 0.0383% 초과 2024부해○○○ |
음주측정 기준 초과 인정 | 정직 | 부당징계 | 음주 관련 구체적 양정 규정 없고 처분 결과 공지도 없어 과도 |
| 사용자 승 (양정 적정) |
126만원 향응 접대 2022부해○○○ |
금품수수 비위 인정 | 해임 | 정당징계 | 취업규칙상 100만원 이상 해임·파면 규정, 기준에 따른 처분 |
| 사용자 승 (양정 적정) |
재택근무 전화 불수신 반복 2022부해○○○ |
직무유기 반복 인정 | 해고 | 정당해고 | 고의적·반복적 직무유기로 해고 균형 |
| 사용자 승 (양정 적정) |
어린이집 교사 아동학대 2023부해○○○ |
아동학대 행위 인정 | 해고 | 정당해고 | 비위 중대성, 재량권 남용이라 볼 수 없음 |
승패 가른 핵심 4가지
① 인정된 비위가 처분을 ‘지탱’할 수 있는가
여러 징계사유를 열거하면서 중한 처분을 내렸는데, 정작 심리 과정에서 일부 사유가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살아남은’ 비위만으로 해당 처분이 적절한지를 다시 따져야 한다. 코로나19 지연보고 한 건만 남은 상황에서 해고를 유지하기는 어렵다(2022부해○○○). 탈락한 사유를 빼고 나면 처분이 허공에 뜨게 되는 구조다.
② 취업규칙에 양정기준표가 있는가, 준수했는가
양정기준표가 있으면 그것이 심사의 기준점이 된다. 금품수수 126만원 → 해임·파면을 규정한 취업규칙에 따른 해임은 정당하다고 봤다(2022부해○○○). 반대로, 음주측정 초과에 대한 구체적 양정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정직을 내린 것은 과도하다고 봤다(2024부해○○○). 기준표는 사용자에게 방어막이 된다.
③ 비위의 반복성과 직위가 가중요소가 됐는가
관리자 위치, 동종 비위의 반복, 피해 확산 여부는 양정 가중 근거가 된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지위이고 비위를 모두 부인하여 개전의 정이 없다는 점이 해고를 지탱한 주요 논거였다(2023부해○○○). 반면 일회성 비위, 초범, 피해가 경미하면 감경 논리가 강해진다.
④ 말소된 징계전력도 양정에 참작할 수 있다
인사규정상 징계기록이 말소된 경우에도, 해당 전력을 ‘신분상 불이익’을 주는 것과 구별하여 ‘양정 참작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서울고법 2022누72269). 말소 = 완전 삭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이를 주된 징계 근거로 삼으면 안 된다.
사용자·인사담당자를 위한 징계양정 체크리스트
- ☑ 징계사유마다 인정 가능성을 개별적으로 검토했는가 — 일부 탈락 시 남은 비위로도 처분이 적절한지 재점검
- ☑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에 징계양정기준표가 있는가 — 없다면 신설 검토 필요
- ☑ 기준표가 있다면 해당 비위는 어느 등급에 해당하는가 — 기준 외 처분은 재량권 남용 위험
- ☑ 동종·유사 비위에 대한 과거 처분 수준과 일관성이 있는가 — 형평성 불균형은 불리하게 작용
- ☑ 비위의 경중·반복성·피해규모·반성 여부를 징계위원회 의사록에 명시했는가
- ☑ 관리자인 경우 직위에 따른 가중 사유를 기재했는가
- ☑ 말소된 징계전력을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직접 불이익 근거로 삼지 않았는가
- ☑ 처분 전 더 낮은 수위의 징계(경고·감봉 등)를 거쳤는가, 또는 왜 건너뛰었는지 합리적 사유가 있는가
실제 사건을 다뤄보면 징계사유보다 양정이 더 자주 쟁점이 된다. 사용자 측이 놓치는 것은 ‘열거된 징계사유 중 몇 개가 심리에서 살아남을지’ 미리 계산해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위원회는 문서로 입증되지 않은 사유를 제외한 뒤 남은 비위만으로 처분을 다시 평가하는데, 이 순간 해고가 갑자기 ‘과도한 처분’으로 돌변하는 사례를 여러 번 봤다. 징계위원회 전에 ‘사유 리스트 중 절반이 빠져도 이 처분이 버틸 수 있는가’를 자문해보길 권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징계사유가 인정됐는데도 처분이 뒤집힐 수 있나요?
네. 사유가 있어도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 부당징계로 판정됩니다. 사유 인정과 양정 적정은 별개로 심사됩니다.
Q. 취업규칙에 징계양정기준표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기준표가 없으면 처분의 적정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집니다. 음주측정 사건(2024부해○○○)처럼 기준 부재 자체가 과도성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가 탈락하면 처분도 바뀌나요?
반드시 바뀌는 건 아니지만, 남은 사유만으로 처분이 균형을 이루는지 재심사됩니다. 탈락 사유가 처분의 핵심 근거였다면 양정 과중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말소된 과거 징계전력을 이번 징계 양정에 고려해도 되나요?
‘참작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서울고법 2022누72269). 단, 말소된 전력 자체를 직접적인 불이익 근거로 삼는 것은 규정 위반이 됩니다.
Q. 무기정직도 재량권 남용이 될 수 있나요?
있습니다. 2023부해○○○에서 계약 관리 의무 불이행에 대한 무기정직은 ‘불확실성만 가중할 뿐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아 재량권 남용으로 판정됐습니다.
한 줄 정리: 징계양정 심사는 ‘인정된 비위만 남겼을 때도 이 처분이 버티는가’를 따지는 관문이다 — 중한 처분일수록 양정기준표와 비위 입증의 두 축을 모두 단단히 해야 한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