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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법인으로 나눠도 소용없었다 —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판정례가 뒤집은 5인 기준과 근로자성

광고기획사 A에서 일하던 근로자 B씨는 2022년 12월 11일, 전화 한 통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황당한 마음에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서를 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이유로 신청을 각하했다.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므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신청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회사 측이 미리 법인을 두 개로 나눠 각각 4인 이하로 유지해온 결과였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달리 판단했다(2023구합72578).

근로기준법 제11조 — 5인 기준이 왜 이렇게 중요한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이 단 하나의 조항이 수많은 분쟁의 출발점이 된다. 5인 이상이면 해고의 정당한 이유 요건(제23조), 서면 해고 통지 의무(제27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권(제28조), 연차유급휴가(제60조)가 모두 적용된다. 반면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서는 이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업주는 아무 이유 없이 해고해도 법적으로 제재받지 않는다. 근로자는 민법상 해지통고 규정(고용 해지 시 1개월 전 통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에 대해 두 차례(1999년 98헌마310, 2019년 2013헌바112) 합헌 결정을 내렸다. “영세사업장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고려한 입법정책적 결정”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 규정이 사업주 측에 유리하게 악용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법원은 ‘5인 이상’의 의미를 더 넓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쟁점별 비교

쟁점 1: 법인을 둘로 나누면 5인 미만이 되는가

구분 이긴 사건 (근로자 승) 진 사건 (근로자 패)
사건번호 서울행정법원 2023구합72578 창원지법 밀양지원 2019가합103
사실관계 광고기획 법인과 여론조사 법인, 별개 법인이지만 사무실·보안시스템·인터넷·구글드라이브 공동 사용. D사 대표이사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광고기획사 직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 해고 결정도 D사 대표가 내림. 배우자와 함께 운영하는 식당. 근로자가 11일 근무 후 해고. 법원도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판단.
법원 판단 경영상 일체 인정 — 두 법인 합산 시 5인 이상 —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 부당해고 구제 인용 5인 미만 확인 — 근로기준법 제23조·제27조 미적용 — 구제신청 각하 — 민법상 1개월분 임금만 인정
핵심 근거 장소 동일성, 설비 공동 사용, 실질적 지휘감독, 업무 유기적 관련성, 해고 결정 주체가 타 법인 대표 사업장이 물리적·경영적으로 실제 분리, 근로자 수 5인 미만이 상태적으로 지속

법원은 대법원 1993. 2. 9. 선고 91다21381 판결을 인용했다.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말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한다.” 형식적으로 법인 등기가 분리돼 있어도 실질이 하나의 사업체라면 합산해서 5인 이상 여부를 판단한다는 의미다. 또한 “상시”는 상태적으로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때때로 5인 미만이 되는 날이 있어도 상태적으로 5인 이상이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대법원 1987. 4. 14. 선고 87도153 판결,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0도16228 판결).

쟁점 2: 직함이 ‘이사’이거나 위탁계약이면 근로자가 아닌가

구분 근로자성 인정 사건 근로자성 부정 사건
사건번호 수원지방법원 2016가단514349 서울고등법원 2021나2031444
당사자 영어학원의 외국인 원어민 강사 8명 (위탁계약 형식) 가스 판매업체 상무이사 (이사 등기 + 주식 보유)
계약 형태 형식상 위탁·도급 계약 형식상 임원 등기 + 공동사업 합의
법원 판단 실질적 종속관계 인정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 주휴수당·연차수당·퇴직금 지급 의무 독자 업무수행권 + 주식 보유 + 공동사업 합의 — 근로자성 부정 — 구제신청 각하·손해배상 기각
결정적 요소 수업 시간표·교재·보고 방식 등을 사용자가 일방 지정, 대체 불가능 독자적 영업 권한 행사, 일반 직원과 다른 대우, 주주로서 이익 배분 참여

근로자성 판단에서 법원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원칙은 하나다.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종속관계”다. 위탁계약서를 썼더라도, 사용자가 업무 내용·시간·장소를 지시하고 대체가 허용되지 않으며 보수가 종속적 노무 제공의 대가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다. 반면 상무이사 사건(2021나2031444)처럼 실제로 독자 권한을 행사하고 주식을 보유하며 공동사업자로 대우받았다면 근로자성이 부정된다.

승패를 가른 4가지 체크포인트

  • 경영상 일체 여부: 법인이 분리돼 있어도 사무실·장비 공유, 지휘감독 통합, 업무 유기적 연결이 확인되면 합산. 단순 사무실 임차만으로는 부족하다.
  • 상시 근로자 수 계산 방식: 정규직뿐 아니라 일용직·임시직도 포함. 때때로 5인 미만이 되는 날이 있어도 상태적으로 5인 이상이면 적용된다. 사업주가 특정 기간만 인원을 줄여 ‘5인 미만’으로 주장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 근로자성 핵심 판단 기준: 업무 내용·시간·방법에 대한 사용자의 구체적 지시 여부 / 겸업 또는 대체 가능 여부 / 보수가 노무 제공 대가인지 사업 성과 대가인지 / 근무 장소·시간 고정 여부.
  •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적용되는 규정: 5인 미만이라도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예고)는 적용된다. 또한 임금 지급 의무(제43조), 근로계약 체결 시 서면 교부 의무(제17조)는 5인 미만에도 적용된다. 단, 해고예고 위반이 해고의 사법상 효력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실무 체크리스트

  • 우리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수는 몇 명인가? 일용직·단기 파견 인원도 포함해서 계산했는가?
  • 법인이 둘 이상이라면, 같은 사무실을 쓰거나 대표자가 실질 지휘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 프리랜서·위탁계약 형태로 운영 중인 인원이 있다면, 업무 지시·시간·장소를 사용자가 직접 통제하고 있지는 않은가?
  • 이사·임원 직함을 부여한 인원이 실제로 독자 권한 없이 지휘감독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
  •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서면 근로계약, 임금명세서, 해고예고는 의무 사항임을 인지하고 있는가?
💼 위너스 인사이트
현장에서 사건을 보면, 사업주가 5인 미만을 유지하려고 법인을 나누거나 인원을 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무실에서 대표자가 단체 카카오톡 방으로 직접 지시를 내리고 있다면, 법원은 결국 경영상 일체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5인 미만이라고 각하됐다고 포기하지 말고 ‘경영상 일체’ 주장을 행정소송에서 펼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줄 정리: 근로기준법 적용범위는 법인 등기·계약서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영 일체성과 종속관계로 판단한다 — 사업주가 법인을 나눠도, 근로자를 위탁계약자로 불러도, 실질이 다르면 법원은 다르게 본다.

자주 묻는 질문

Q. 법인이 두 개인데 각각 4명씩 있으면 근로기준법이 안 적용되나요?

법인이 분리돼 있어도 사무실 공유, 대표자의 실질 지휘감독, 업무 유기적 연결이 확인되면 경영상 일체로 보아 8명 합산으로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됩니다(서울행정법원 2023구합72578).

Q.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는데 퇴직금을 달라고 할 수 있나요?

계약서 명칭이 아닌 실질 관계로 판단합니다. 업무 시간·장소·내용을 사용자가 지시하고 대체가 불가능하다면 근로자로 인정돼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수원지법 2016가단514349).

Q.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있나요?

네.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예고) 규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됩니다. 30일 전 통보를 하지 않으면 30일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해고예고수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이사로 등기된 임원도 근로자가 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이사 직함이 있어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종속 노무를 제공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됩니다. 단, 주식 보유+독자 권한+공동사업 합의가 결합되면 근로자성이 부정됩니다(서울고법 2021나2031444).

Q. 상시 근로자 수에 일용직도 포함되나요?

포함됩니다. 상시(常時)는 상태적으로 지속된다는 의미이며, 계속 근무자뿐 아니라 그때그때 사용하는 일용직·임시직도 포함해 계산합니다(대법원 87도153, 대법원 2020도16228).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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