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만료는 부당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상태에서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면, 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해고와 동일하게 취급합니다. 대법원 2015두44493 판결(2017.10.12.)로 법리가 확립된 이후, 2025~2026년 노동위원회 판정례에서도 이 판단이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갱신기대권이 있느냐’뿐 아니라, ‘갱신거절의 합리적 사유가 있느냐’까지 두 단계를 통과해야 구제를 받는다는 점입니다. 2025~2026년 판정례 15건을 보면, 패턴이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2년 8개월 일하고 하루아침에 잘렸다
한 공공기관 계약직 직원이 약 2년 8개월 동안 같은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매년 계약서에 서명했지만, 사용자 측은 별다른 평가나 논의 없이 형식적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해, 갑자기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 종료 통보가 왔습니다.
노동위원회는 이 사건에서 부당해고를 인정했습니다(2025부해○○○, 2026. 1. 6. 판정). ① 기존 공단과 현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업주였고, ② 같은 업무를 약 2년 8개월간 상시·지속적으로 수행했으며, ③ 사용자가 갱신 재량을 행사하지 않고 자동으로 갱신해온 관행이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데다가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도 없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사건에서도 인용 결정이 나왔습니다(2025부해○○○, 2026. 1. 30. 판정). 이 사업장은 단기 계약 후 매번 평가를 거쳐 재계약하고, 최종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평가점수를 근거로 갱신을 거절했는데, 노동위원회는 평가점수 자체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보아 합리적 거절 사유를 부정했습니다.
갱신기대권은 인정됐는데도 기각된 사건들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반드시 구제받는 건 아닙니다. 사용자가 합리적인 갱신거절 사유를 입증하면 기각됩니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계약직 직원 사건(2025부해○○○, 2025. 11. 25. 재심판정)을 보면, 취업규칙에 갱신 요건이 명시되어 있고 2년간 2차례 실제로 갱신된 이력이 있어 갱신기대권이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는 해당 직원에게 다수의 민원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했고, 재심 노동위원회는 이것이 합리적인 갱신거절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스포츠 감독·코치 계약직 사건(2024부해○○○, 2024. 5. 20. 판정)은 더 명확합니다. 재계약 평가위원 3명의 평균점수가 70점 이상이면 갱신한다는 내부 시행세칙이 있었고 실제로 이 기준에 따라 운영해왔습니다. 이 근로자는 인사규정상 기준 점수를 채우지 못했고, 노동위원회는 평가 절차가 적정하게 진행됐다고 보아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정해 기각했습니다. 갱신기대권은 인정됐지만 패소한 사례입니다.
애초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들
한편, 갱신기대권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사건도 다수입니다.
2026년 1월 7일 판정(2025부해○○○)에서 노동위원회는 이렇게 봤습니다.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 만료일까지 새로운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 본 계약은 자동 해지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고, 취업규칙에도 갱신 요건이나 절차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근로자는 이 사용자와 1회 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했고, 갱신 관행이 형성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었습니다. 갱신기대권 불인정 → 기각.
또 다른 사건(2025부해○○○, 2026. 1. 2. 판정)에서는 근로자가 계약 종료 시 ‘촉탁만료’라고 자필로 직접 기재·서명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종료를 통보한 것이 아니었기에 갱신기대권 주장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일 단위 근로계약을 11일에 걸쳐 10회 체결한 근로자 사건(2025부해○○○, 2026. 1. 27. 판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짧은 계약을 반복한 경우, ‘갱신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됐습니다.
승패를 가른 세 가지 핵심
15건의 판정례를 정리하면 갱신기대권 분쟁의 구조는 아래 세 단계로 요약됩니다.
1단계: 갱신기대권이 존재하는가
노동위원회가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 장기간(통상 1년 이상) 반복 갱신 관행이 실제로 존재했다
- 근로계약서 또는 취업규칙에 갱신 관련 조항(인사평가 후 갱신 등)이 있었다
- 정규직 전환 등 구체적인 기대를 심어줄 만한 제도나 관행이 있었다
- 업무가 상시·지속적이어서 한시적 사업과 구별됐다
반대로 갱신기대권이 부정된 사건들은 ① 계약서에 ‘자동 해지’ 조항 명시, ② 갱신 관행 없음, ③ 1~2회 단기 계약에 그친 경우, ④ 근로자 스스로 종료 사실을 인정하는 서면 작성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2단계: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가 — 증명책임은 사용자
갱신기대권이 인정됐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인 거절 사유를 입증하면 기각됩니다. 이때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대법원 2015두44493). 합리적 거절이 인정된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인사규정에 명시된 평가점수 기준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미달을 확인한 경우
- 구체적이고 다수의 민원 발생 사실을 문서로 입증한 경우
- 사업 자체의 종료나 예산 삭감 등 외부 요인이 명확한 경우
반면 갱신거절이 부당하다고 판단된 사례는, 평가점수 산정 방법이 불투명하거나 같은 상황임에도 일부 직원만 갱신 거절된 경우, 즉 평가의 객관성·공정성이 결여된 경우였습니다.
3단계: 구제이익이 있는가
구제신청 시점에 이미 계약기간이 만료된 경우라도 곧바로 각하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형식적 기간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인정될 여지가 있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계약 만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신청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사용자(회사) 측 체크리스트
- 계약서에 자동 갱신 조항을 두지 않는다 — ‘계약기간 만료 시 자동 해지’ 문구를 명확히 기재
- 평가 기준을 사전에 문서화한다 — 인사규정에 갱신 평가 기준(점수, 절차, 평가자)을 명시하고 일관 적용
- 갱신거절 사유를 서면으로 남긴다 — 민원 내역, 평가 결과, 회의록 등 근거 자료 필수
- 갱신 관행 형성을 주의한다 — 매번 자동으로 갱신해온 관행이 쌓이면 갱신기대권이 발생할 수 있다
근로자 측 체크리스트
- 갱신 관련 규정·관행 증거를 모아둔다 — 취업규칙, 내부 공문, 전년도 계약갱신 통보 이메일 등
- 종료 서면 서명에 주의한다 — 회사가 내미는 ‘퇴직 확인서’나 ‘촉탁만료 확인서’는 내용 확인 후 서명
- 구제신청 기한(3개월)을 놓치지 않는다 — 계약 만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신청 필수
- 평가 결과의 공정성을 확인한다 — 갱신거절 사유로 평가점수가 제시됐다면 평가 기준과 과정의 적정성을 다툴 여지가 있다
한 줄 정리
계약직이라도 갱신이 반복되고 관행이 형성됐다면 갱신기대권이 생긴다. 하지만 사용자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일관되게 적용했다면 갱신거절은 정당하다 — 그 증명책임은 언제나 사용자에게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간제 계약직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나요?
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한 근로관계 종료도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Q.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려면 몇 번 이상 갱신해야 하나요?
정해진 횟수 기준은 없습니다. 대법원은 계약 반복 횟수뿐 아니라 갱신 관행, 업무의 상시·지속성, 취업규칙상 규정, 사용자의 언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Q. 회사가 평가점수 미달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면 무조건 정당한가요?
아닙니다. 평가 기준이 사전에 명시되어 있고, 절차가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진행됐음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일부 근로자에만 다르게 적용됐다면 갱신거절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계약 만료 시 퇴직 확인서에 서명하면 어떻게 되나요?
스스로 종료를 인정하는 서면에 서명하면 사용자의 일방적 종료 통보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어 갱신기대권 주장이 어려워집니다. 서명 전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Q. 구제신청 기한은 언제까지인가요?
계약 만료일(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각하됩니다(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