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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했는데 팀이 조용해졌다면 — 연결과 신뢰를 먼저 설계해야 하는 이유

회사가 AI를 도입한 뒤,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슬랙 메시지가 줄었고, 점심 약속이 뜸해졌으며, 누군가에게 물어보기 전에 챗봇부터 열게 됐다. 생산성은 올랐을지 모르지만, 팀이라는 느낌은 희미해졌다.

솔직히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사람 사이에 끼어들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연결’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HBR에 실린 세 편의 연구가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AI 도입의 진짜 변수는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아니라, 사람 간 신뢰를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질문이다.

한 줄 요약: AI 도입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연결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도움이 되지만 외롭다” — AI 의존의 역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Constance Noonan Hadley와 Sarah Wright는 미국 지식노동자 1,545명을 대상으로 AI 사용과 직장 내 외로움의 관계를 조사했다. 결과는 직관과 어긋났다.

응답자의 74%가 AI를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지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커리어 고민 상담(64%), 자기 계발 조언(54%), 심지어 친구 역할(50%)까지. 78%는 AI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AI에 의존하면서도 직장 내 외로움은 줄지 않았다. 52%가 직장에서 외로움을 느꼈고, AI 사용이 외로움을 줄였다고 답한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12%라는 숫자가 가장 충격적이다. AI가 사회적 기능을 대체하고 있지만, 정작 사람이 필요한 자리를 채우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네 가지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AI가 협업 필요성 자체를 줄이고(직장 과소화), 사람과의 갈등을 피하는 습관을 만들며(사회적 기술 퇴화), 동료 간 상호 의존을 끊고(신뢰 침식), 결국 ‘편리하지만 텅 빈’ 관계만 남긴다(실존적 외로움). 한 영업직원의 말이 이를 압축한다. “나는 더 이상 팀과 협업하지 않고, 전문가에게 전화하지 않으며, 후배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74%

AI를 사회적 지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직원

HBR / Hadley·Wright 설문, 2026

52%

직장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

HBR / 지식노동자 1,545명 조사, 2026

50.1%

AI Amplifier로 분류된 주니어 직원

KPMG / 초기 경력자 523명 연구, 2026

같은 도구, 다른 결과 — AI와 일하는 세 가지 방식

AI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주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느끼지만, 왜 그런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Ashish Agarwal 등 다섯 명의 연구자가 KPMG의 초기 경력자 523명을 관찰한 결과,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났다.

핵심 발견은 이것이다. 비판적 사고, AI 리터러시, 도메인 지식 같은 ‘기초 역량’은 AI 활용 성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성과를 가른 건 ‘일하는 방식’이었다.

연구팀은 세 유형을 식별했다. AI 견습생(Apprentice, 24.1%)은 기초 역량은 높지만 AI 결과물을 비판만 하고 개선하지 못하는 그룹이다. AI 위임자(Delegator, 25.8%)는 AI 결과물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그룹으로, 겉으로는 생산적으로 보이지만 실질적 가치를 더하지 않는다. 이건 좀 무섭다 — 위임자는 ‘보이지 않는 저성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나머지 절반인 AI 증폭자(Amplifier, 50.1%)는 달랐다. 이들은 워크플로를 직접 설계하고, 문제를 전략적으로 프레이밍하며, AI 결과물의 전제를 의심했다. AI가 “답”을 내놓으면 거기서 끝내지 않고, 왜 그런 답이 나왔는지, 빠진 관점은 없는지 파고들었다.

사례 — KPMGKPMG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Lakehouse에서 감사(Audit) 인턴부터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을 시작했다. 핵심은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AI와의 상호작용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다. 왜 AI 결과를 수용했는지, 왜 수정했는지, 왜 거부했는지를 문서화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판단을 보이게 만들었다.

신뢰부터 묻는 조직 — 파이낸셜타임스의 선택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Sandra Sucher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AI 도입 사례를 분석하며 한 가지 전환을 제안한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고객과 직원이 우리에게 무엇을 신뢰하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환이 핵심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AI 도입을 기술 프로젝트로 접근한다. 어떤 모델을 쓸지, 어떤 프로세스를 자동화할지가 첫 질문이 된다. 그러나 FT는 이해관계자의 우려를 먼저 파악하고, 원칙을 세운 뒤,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순서로 움직였다.

Sucher 교수가 특히 강조하는 건 중간관리자의 역할이다. AI 거버넌스는 리더십의 책임이지 IT 부서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AI가 신뢰를 얻느냐 잃느냐를 결정하는 건 결국 중간관리자다. AI 도입 결정은 위에서 내리지만, 그 결정이 팀원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는 중간관리자의 소통 방식에 달려 있다.

“리더가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질문은 기술적인 게 아니라 인간적인 것이다.” Sucher 교수의 이 한마디가, 세 편의 연구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요약한다.

연결을 설계하는 기술

세 연구를 겹쳐놓으면 하나의 그림이 보인다. AI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사람 사이의 접점을 줄인다. 그 빈자리를 의식적으로 채우지 않으면, 팀은 생산성은 높지만 신뢰는 낮은 조직이 된다.

Hadley와 Wright의 제안 중 눈에 띄는 건 “긍정적 마찰(positive friction)”이라는 개념이다. AI를 설계할 때 일부러 사람과의 접점을 남겨두는 것. 모든 걸 자동화하지 않고, 동료에게 물어봐야 하는 순간을 의도적으로 보존하는 것이다.

KPMG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AI 활용 교육도 ‘도구 사용법’에서 ‘판단력 훈련’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FT 사례가 증명하듯,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우리 조직이 지켜야 할 신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당신의 팀에서 마지막으로 동료에게 “이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본 게 언제인가. 그 질문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면, AI 도입의 속도보다 연결의 설계를 먼저 점검할 때다.

💡 실무 시사점: AI 도입 후 팀의 소통 빈도와 외로움 수준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라. AI가 대체하는 건 업무만이 아니라 관계다. 도구 교육을 판단력 훈련으로 전환하고, 중간관리자가 AI 거버넌스의 현장 책임자가 되도록 역할을 재정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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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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