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 스크리닝, 성과 평가 요약, 구조조정 대상 선정까지 — 2026년 HR 부서에서 AI가 관여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다. 문제는 이 도구들을 누가 감독하느냐다.
SHRM의 2026 AI in HR 리포트에 따르면 AI 거버넌스를 법무·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주도한다는 응답이 37%였다. HR이 직접 이끈다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AI를 가장 많이 쓰는 부서가, 정작 규칙 설계에서는 빠져 있는 셈이다. CHRO의 91%가 AI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도, 47%는 아직 AI의 생산성 측정 기준조차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 줄 요약: AI를 쓰는 HR이 AI 거버넌스까지 설계해야 한다 — 법무팀에 위임하는 시대는 끝났다.
채용 AI는 일상이 됐는데, 규칙은 아직 없다
채용 담당자의 58%가 AI를 주 3회 이상 활용한다. ChatGPT 활용률은 80%에 달하지만, 채용 플랫폼 전용 AI나 AI 면접 도구를 쓰는 비율은 15% 미만이다. 도구 활용은 범용 AI에 쏠려 있고, 전문 채용 AI는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더 흥미로운 건 신뢰도 수치다. 지원자 역량 검증이나 컬처 핏 판단에서 AI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답변은 15%에 불과했다. 도구는 쓰되 결과를 믿지 못하는 기묘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괴리가 거버넌스 부재의 직접적 증거라고 본다. 신뢰할 수 없으면 쓰지 않아야 하고, 쓸 거라면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일단 쓰고 나중에 검증하자’는 접근이 올해도 통용될 리 없다. 83%의 HR 담당자가 2026년 AI 활용을 더 확대하겠다고 답했고, 70% 이상이 서류 스크리닝과 면접 가이드 자동 생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확대는 이미 예정되어 있는데, 감독 체계는 여전히 공란이다.
58%
채용 담당자 주 3회 이상 AI 활용
그리팅HR 채용 AI 조사, 2026
37%
AI 거버넌스를 법무팀이 주도
SHRM AI in HR 리포트, 2026
15%
AI 평가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비율
그리팅HR 채용 AI 조사, 2026
연방 AI법, 드디어 HR 영역까지 들어왔다
2026년 6월 4일, 미 하원에서 ‘대미국 AI법(Great American AI Act)’ 초안이 공개됐다. 개별 주마다 제각각이던 AI 규제를 연방 차원에서 통합하겠다는 본격적 시도다. 제이 오버놀트(공화) 의원과 로리 트라한(민주) 의원이 공동 발의했으며, 정식 도입 전 의견 수렴 단계를 밟고 있다.
HR이 눈여겨볼 핵심은 워크포스 모니터링 의무화다. 인구조사국과 노동통계국이 기존 연방 조사에 ‘AI 도입·활용’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어떤 업무에 AI를 쓰고 있는지가 국가 차원의 벤치마킹 지표가 된다는 뜻이다. 채용 스크리닝이든 성과 평가 요약이든, AI 활용 자체가 추적·보고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안은 상무부 산하에 ‘AI 표준·혁신센터’를 설치해 모범사례와 보안 기준을 만들고, NIST와 에너지부가 국제 AI 표준 개발을 주도하도록 설계했다. 다국적 기업이라면 글로벌 기준에 맞춰 인사 시스템을 재정렬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솔직히 이 법안이 현재 형태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SHRM이 법안 공개 다음 날 공식 지지 성명을 낸 데서 알 수 있듯, 방향 자체는 되돌리기 어렵다.
‘혁신을 지원하되, 근로자를 보호하고, 고용주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라’ — 이 세 축은 어떤 최종안이 나오든 유지될 핵심이다. 한국 역시 AI 기본법 시행(2026년 1월)으로 같은 흐름에 있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향방은 국내 HR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4월 한 달 AI 감원 5만 건, 숫자가 말하는 현실
AI 도입이 HR 도구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증거는 감원 데이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취업 컨설팅 기업 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2026년 4월 한 달에만 AI 관련 감원이 약 5만 건에 달했다.
대표적 사례가 뉴저지에서 동시다발로 진행 중인 대형 구조조정이다. JPMorgan은 저지시티에서 305명을 3차에 걸쳐 정리하고 있고, Meta는 전사 8,000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뉴저지 74명을 감원한다. Novartis(250명)와 Barclays(64명)도 같은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인력을 줄이고 있다.
사례 — 글로벌 CEO 발언에서 읽는 신호JPMorgan CEO 제이미 다이먼은 “AI 전문가를 더 채용하되 일부 전통적 은행 업무에 대한 인력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고 밝혔고, Meta의 마크 저커버그는 “광범위한 AI 도입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이 발언들이 핵심이다 — 감원이 경기 침체 탓이 아니라 AI 전환이라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경영진이 직접 인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 내 전체 근로자의 6~7%가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건 좀 냉정하게 들리지만, 중요한 건 이 숫자가 단순 추정이 아니라 현재 추세의 연장선이라는 점이다. AI가 대체하는 포지션과 새로 만드는 포지션이 동시에 존재하는 지금, HR이 관리해야 할 전환의 범위는 채용·퇴직 양쪽 모두로 확장되고 있다.
HR이 거버넌스 테이블에 앉으려면
SHRM 리포트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이것이다. AI 구현을 주도하는 건 IT, 법무, 크로스펑셔널 팀이고, HR은 대부분 ‘따라가는’ 위치에 있다는 것. AI가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지점의 최종 책임은 HR에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이 구도를 바꾸는 출발점은 AI 레지스트리 구축이다. 채용, 평가, 보상, 퇴직 관리 — 어디에 어떤 AI 도구가 쓰이고 있는지 목록을 만드는 것. 이것이 거버넌스의 기초 인프라다. 대미국 AI법이 요구하는 ‘워크포스 AI 사용 추적’도, 출발점은 결국 이 레지스트리다.
레지스트리가 완성되면 각 도구의 의사결정 개입 수준을 분류한다. 단순 보조(이력서 요약)인지, 결정 지원(합격·불합격 추천)인지, 자동 결정(지원자 필터링)인지에 따라 거버넌스 수준이 달라져야 한다. 여기서 AI 도구가 다시 등장한다. 레지스트리 구축과 리스크 평가 자체를 AI로 자동화할 수 있다. 사내 SaaS 목록에서 AI 기능이 포함된 도구를 자동 식별하는 스크립트, 각 도구의 데이터 접근 범위를 매핑하는 자동화 워크플로우, 분기별 AI 사용 현황 대시보드 자동 생성 — 모두 실무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방법이다.
flowchart LR
A[AI 도구 도입] --> B[레지스트리 등록]
B --> C{개입 수준 분류}
C -->|단순 보조| D[자체 모니터링]
C -->|결정 지원| E[분기별 감사]
C -->|자동 결정| F[외부 검증 + 영향평가]
D --> G[연간 리뷰]
E --> G
F --> G
법무팀이 법적 리스크를 검토하고, IT가 기술적 보안을 담당하더라도, AI가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지점 — 누구를 뽑고, 누구를 평가하고, 누구를 내보내는가 — 의 최종 책임은 HR에 있어야 한다. 대미국 AI법이 통과되든 안 되든,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 실무 시사점: AI 거버넌스는 법무팀의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HR의 운영 체계다. AI 레지스트리 구축 → 의사결정 개입 수준 분류 → 분기별 감사 — 이 흐름을 올해 안에 가동하는 팀이 내년 규제 환경에서 우위를 점한다.
#AI거버넌스#HR테크#채용AI#컴플라이언스#AI규제
참고 링크
- SHRM, “What HR Needs to Know About the Great American AI Act of 2026” (2026)
- People Matters, “JPMorgan, Novartis, Meta and Barclays Cut Jobs Amid Economic Uncertainty” (2026)
- SHRM, “The State of AI in HR 2026 Report” (2026)
- 그리팅HR, “2026 AI 채용 전략: 단순 비서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