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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청년 일자리를 ‘없앤’ 게 아니다 — 50대에게 ‘넘긴’ 것이다

4년 사이 청년 일자리 28.5만 개가 사라졌다. 뉴스 헤드라인은 여기서 멈추고, 독자는 AI가 일자리를 집어삼키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런데 같은 기간, 같은 산업에서 50대 일자리는 23만 개 늘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일자리는 없어진 게 아니라 다른 세대의 손으로 옮겨간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24쪽짜리 이슈노트를 한 장씩 넘기다 보면, AI 고용 위기의 실체는 ‘파괴’가 아니라 세대 간 재분배에 가깝고, 한국의 세제와 채용 관행이 이 재분배를 청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증폭하고 있다는 구조가 드러난다.

한 줄 요약: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누가 차지하는지를 바꾸고 있다 — 한국의 세제·채용 구조가 이 세대 간 재분배를 청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증폭한다.

같은 산업, 정반대의 운명

국민연금 가입자 약 1,600만 명의 데이터를 업종별·연령별로 쪼개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2022년 6월 대비 2026년 6월, 청년층(15~29세) 고용은 28.5만 명 줄었다. 이 가운데 94%인 26.8만 명의 감소가 AI 고노출 업종 — 정보서비스, 출판,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서비스 — 에 집중됐다. AI 저노출 업종에서의 감소는 고작 1.7만 명이다.

-26.8만 명

AI 고노출 업종 청년(15~29세) 고용 감소

국민연금 가입자 데이터 · 2022.6 → 2026.6

+17.3만 명

같은 AI 고노출 업종 50대 고용 증가

국민연금 가입자 데이터 · 2022.6 → 2026.6

94%

청년 고용감소 중 AI 고노출 업종 집중도

한국은행 이슈노트 2026-19호

51.8%

한국 업무 목적 AI 활용률 (미국 26.5%의 약 2배)

서동현 외(2025) 가계조사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기묘한 대칭이 보인다. 50대 일자리 23만 개 증가분의 75.2%인 17.3만 개 역시 AI 고노출 업종에서 나왔다. 정보서비스업에서 청년 고용이 31.4% 급락하는 동안, 같은 산업의 30~59세 핵심연령층은 이전의 증가세를 고스란히 유지했다. AI가 일자리를 태운 게 아니다. 불은 세대의 경계선을 따라 번졌고, 그 반대편에서는 50대가 오히려 자리를 넓혔다.

고학력이 방패가 아니라 표적이 된 시대

솔직히 이 데이터는 좀 불편하다. ChatGPT가 등장하기 전, 대졸 청년 실업률과 전문대졸 이하 청년 실업률은 각각 8.2%8.0%로 거의 같았다. 등장 이후 3년 반이 지난 지금, 대졸 청년 실업률은 7.0%, 전문대졸 이하는 5.4%다. 양쪽 모두 실업률 자체는 떨어졌지만, 대졸 쪽의 낙폭이 현저히 작아 1.6%p의 격차가 벌어졌다. 확장실업률(불완전취업자 포함)로 봐도 대졸 9.4% 대 전문대졸 이하 8.5%로 역전 구도는 같다.

메커니즘은 직관적이다. 학력이 높을수록 AI 노출도가 높다 — 고졸 0.23, 전문대졸 0.25, 4년제 대졸 이상 0.27. 대졸 주니어가 맡는 자료 분석, 문서 초안, 기초 코딩이야말로 생성형 AI가 가장 먼저 학습한 과업이다. 실제로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감소율은 고졸 0.8%에 불과한 반면, 4년제 대졸 이상은 5.2%에 달한다. 대학 4년이 쌓아준 인지적·분석적 역량이 오히려 AI와의 경쟁 지대를 넓힌 셈이다.

역전된 공식 ‘고학력 = 고용 안전’이라는 수십 년간의 통념이 AI 확산 3년 만에 흔들리고 있다. 30~59세 핵심연령층에서는 여전히 대졸의 실업률이 전문대졸 이하보다 낮다. 이 역전은 오직 청년층에서만 나타난다 — 학력의 보호막이 경험과 결합할 때만 작동한다는 뜻이다.

문 앞에서만 막힌 게 아니다

‘채용이 줄었다’는 이야기에는 이미 익숙하다. 그런데 데이터는 한 발 더 나간다. AI 고노출 업종에서 이미 일하던 청년의 월평균 유출량이 3,700명에서 4,900명으로 32% 늘었다. 유입은 줄고 유출은 느는, 양방향 압착이다.

유출이 단순한 이직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전 직장이 AI 고노출 업종이었던 청년 가운데 신규 실업자로 유입되는 규모가 과거 월 1,000명 수준에서 최근 2,000명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밀려난 청년 상당수가 다른 일자리로 옮긴 게 아니라 아예 고용 밖으로 나갔다는 의미다. 기업이 단지 신규 채용의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기존 주니어 직원의 역할 자체를 재편하면서 그 과정에서 탈락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냐 증강이냐 — 그 선택이 세대의 운명을 가른다

AI 도입 자체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결정적이라는 데이터가 있다. Claude 실사용 기록을 분석해 업종별 자동화·증강 비중을 산출한 결과, 자동화 비중 상위 업종의 청년 고용은 기준 시점(2022년 11월) 대비 약 75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반면 증강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감소 폭이 눈에 띄게 완만했고, 분위별로 일관된 패턴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이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AI를 ‘과업을 맡기는 도구’로 쓰면 주니어가 밀려나고, ‘learning을 돕는 도구’로 쓰면 주니어에게도 기회가 남는다. 문제는 이 선택이 개별 기업의 단기 비용 판단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판단을 기울이는 구조적 힘이 존재한다.

팬데믹이 깔아놓은 활주로

AI 고노출 직업과 재택근무 가능 직업의 스피어만 순위상관계수는 ρ = 0.74다. 데이터 과학자, 회계사, 변호사, 프로그래머 — 재택이 가능했던 직업군이 곧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업군이다.

우연이 아니다. 재택근무를 도입하려면 업무 절차를 디지털로 기록하고, 복잡한 과업을 독립적으로 수행 가능한 모듈로 쪼개고, 구성원 간 역할과 전달 기준을 문서화해야 한다. 팬데믹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강제로 이 과정에 밀어 넣었다. 그 결과물 — 표준화된 프로세스, 문서화된 산출물, 모듈화된 과업 — 은 원격 협업의 인프라인 동시에 AI 자동화의 완벽한 입력값이 되었다.

사례 — 미국 대기업 소프트웨어 팀 Emanuel, Harrington, Pallais(2025)의 분석에 따르면, 재택근무 환경에서 주니어 엔지니어가 받는 피드백과 훈련 기회가 줄어 인적자본 축적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반면 시니어 엔지니어의 단기 생산성은 재택 시 오히려 높아졌다. 비공식 학습의 소멸이 세대 간 격차를 벌린 또 하나의 경로다.

재택근무가 직접 청년 일자리를 없앤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를 AI가 소화하기 좋은 형태로 재구성함으로써, 뒤이어 등장한 생성형 AI의 적용 범위를 넓혀놓았다. 팬데믹 → 디지털 모듈화 → AI 자동화라는 3단 가속이 불과 4년 안에 압축적으로 일어난 셈이다.

기울어진 세제가 가속 페달을 밟는다

Acemoglu, Manera, Restrepo(2020)는 미국의 조세제도가 노동보다 장비·소프트웨어 투자를 상대적으로 우대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을 넘어선 자동화를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에는 소득세·급여세가 부과되지만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낮은 실효세율과 관대한 감가상각 혜택을 받는다. 결과는 ‘그저 그런 자동화(so-so automation)’ —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도 않으면서 인력만 줄이는 투자 — 의 과잉이다.

한국도 이 비대칭에서 자유롭지 않다. AI 소프트웨어 구입비는 투자비용으로 명확히 인정되는 반면, 신입사원 멘토링에 투입된 시니어의 근로시간, 현장 프로젝트 운영비, AI 협업형 직무 재설계 비용은 ‘교육훈련 투자’로 인정받기 어렵다. 측정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 기울기가 존재하는 한, 기업은 근로자의 역량을 높이는 증강형 AI보다 인력을 줄이는 자동화 방식을 택할 유인이 크다. 앞서 본 ‘자동화 vs 증강’의 세대별 운명 차이는 기업의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제도가 만들어낸 경제적 합리성의 결과일 수 있다.

경력 사다리를 다시 놓을 수 있는가

개별 기업 입장에서 AI로 초급 업무를 자동화하고 주니어 채용을 줄이는 것은 완벽하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다수 기업이 동시에 같은 선택을 하면, 장기적으로 숙련인력 공급이 마르는 인재 파이프라인 문제가 발생한다. 자료 검색, 문서 초안, 기초 분석 — 이런 초급 과업은 당장의 산출 기여뿐 아니라 미래의 시니어를 만드는 훈련장이었다. 그 훈련장이 AI에 넘어가면, 10년 뒤 기업이 선호할 ‘경험 풍부한 경력자’는 대체 어디서 오는가.

이건 좀 아이러니하다. 삼중차분 회귀분석이 보여준 핵심 숫자가 있다. AI 노출도가 1분위(25 percentile) 올라갈 때, 50대 대비 청년의 고용 격차는 -7.6%p. 업종·시점 고정효과를 모두 통제한 뒤의 수치다. 이 격차가 매년 누적되면 5년 뒤에는 기업이 원하는 ‘중간 숙련자’ 자체가 희소해질 수 있다.

반전의 실마리 Brynjolfsson, Li, Raymond(2025)의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오히려 경험이 적은 근로자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 AI가 우수 근로자의 지식과 업무방식을 전달하는 디지털 코치로 작동하면, 주니어의 학습 속도를 높이고 숙련 격차를 줄일 수도 있다. 현재의 연공편향은 AI의 본질적 특성이 아니라 도입 초기의 과도기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열쇠는 정책 설계에 있다. 채용보조금이 아니라 경력 형성 지원금이 필요하다 — 멘토링에 투입된 시니어의 근로시간, 현장 프로젝트 운영비, 직무 순환 비용까지 교육훈련 투자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AI 소프트웨어 구입과 인재 양성에 적용되는 실효세율의 비대칭을 실증적으로 점검하고, 기울기가 확인되면 교정해야 한다. AI 자체에 불이익을 주자는 게 아니다. 생산성과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자동화는 촉진하되, 세제의 비대칭 때문에 기업이 인력절감형 자동화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자는 것이다.

💡 실무 시사점 — HR이 이번 분기에 점검할 3가지:

① 주니어 직무 재설계. AI가 대체한 초급 과업(자료 정리, 문서 초안, 기초 분석)을 목록화하고, 그 자리에 문제 정의·결과 검증·고객 적용 같은 판단 중심 과업을 배치한다. 주니어가 AI와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AI를 활용하며 숙련을 쌓는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② 멘토링 비용의 가시화. 시니어가 주니어 교육에 투입하는 시간을 측정·기록하라. 교육훈련비 세액공제나 인재개발 지원금 청구의 근거가 된다. 재택근무 환경이라면 비공식 학습 기회의 감소분을 구조화된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보전해야 한다.

③ 자동화 vs 증강 비중 모니터링. 우리 회사의 AI 활용이 ‘과업 위임(자동화)’에 치우쳐 있는지, ‘역량 강화(증강)’와 균형을 이루는지 분기별로 점검한다. 자동화 비중이 높은 부서일수록 주니어 이탈률이 높아지는지 교차 분석하라.

#AI고용 #청년실업 #연공편향 #경력사다리 #HR전략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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