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대 32.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인준된 미국 노동부 장관이 취임 1년 만에 사임했다. 그리고 불과 이틀 뒤, 미국 노동부는 수십 년간 논쟁이 이어져 온 ‘공동고용주(joint employer)’ 기준을 새로 정리한 규칙안을 발표했다. 시기적으로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지만, 두 사건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원청이 근로자에 대해 실질적 통제력을 행사하면, 그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원칙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줄 요약: 미국 노동부의 새 공동고용주 규칙안은 4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실질 통제하면 사용자로 본다. 한국도 원청 사용자 책임 확대 방향으로 가는 흐름 — 외주·파견·도급 계약을 형식이 아니라 실질 통제 관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공동고용이란 무엇인가
한 명의 근로자가 있고, 그 근로자의 노동으로 이익을 얻는 기업이 두 곳 이상 있다면 — 누가 ‘사용자’인가? 이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고, 원청의 지시를 받고, 원청이 정한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를 떠올려 보자. 형식상 고용관계는 하청과 맺었지만, 실질적인 통제권은 원청에 있다.
미국법에서 이런 상황을 포착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 ‘공동고용주(joint employer)’다. 두 개 이상의 사업체가 한 근로자의 고용 조건에 대해 실질적 통제력을 갖는 경우, 모두를 사용자로 본다는 법리다. 2026년 4월 22일 발표된 새 규칙안은 이 개념을 공정근로기준법(FLSA), 가족의료휴가법(FMLA), 이주·계절 농업근로자보호법에 걸쳐 단일한 판단 기준으로 통합했다.
4기준
공동고용주 판단 — 하나만 충족해도 책임
미국 노동부 규칙안 (2026.4.22)
6.22까지
의견 제출 기한 — 2026년 6월 22일
미국 DOL 의견수렴 (2026)
67vs 32
전 노동부 장관 인준 표 — 취임 1년 만에 사임
미 상원 (2026)
새 규칙안의 핵심: 4가지 판단 기준
규칙안은 공동고용을 ‘수직적(vertical)’과 ‘수평적(horizontal)’ 두 유형으로 나눈다.
수직적 공동고용은 원청-하청 구조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근로자는 형식적으로 하청업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원청이 실질적 통제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규칙안은 다음 4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공동고용 여부를 판단한다.
- 채용·해고 권한 — 근로자를 뽑거나 내보낼 수 있는가
- 업무 감독 및 근무 조건 통제 — 일정, 작업 방식, 장소를 결정하는가
- 임금 결정권 — 급여 수준과 지급 방식을 정하는가
- 고용 기록 관리 — 근태, 급여 등 고용 관련 기록을 보관하는가
4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공동고용주로 판단될 수 있다. 반드시 모든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제력이라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핵심이다.
수평적 공동고용은 한 근로자가 같은 주에 여러 사업체에서 일하는 경우다. 두 사업체가 근로자의 서비스를 공유하거나, 소유 관계로 연결되어 있거나, 상호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경우 공동고용이 성립한다. 이때 각 사업체에서 일한 시간을 합산해 초과근무 여부를 판단한다.
공동고용이 확정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가장 무거운 효과는 ‘연대 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이다. 공동고용주로 인정되면, 최저임금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전액 책임을 진다. 하청업체가 임금을 체불했더라도, 원청이 공동고용주라면 원청에 직접 청구할 수 있다. “우리가 직접 고용한 게 아니니 모르겠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다.
주의 — 연대 책임은 항변이 통하지 않는다 공동고용주로 인정되면 최저임금·초과근무수당 전액 책임이다. 하청 체불도 원청 직접 청구 대상. “직접 고용 아니니 모르겠다”는 방어가 막힌다.
가족의료휴가법(FMLA) 적용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생긴다. 공동고용 관계의 근로자는 모든 공동고용주의 근로자 수에 합산된다. 50인 미만이라 FMLA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기업이, 공동고용주의 근로자까지 합산하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왜 지금인가 — 정치적 맥락
이 규칙안이 나온 시점은 의미심장하다. 4월 20일 미국 노동부 장관이 전격 사임했다. 초당적 인준(상원 67대 32)을 받은 인물이었지만, 취임 후 내부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후임으로 전 EEOC(고용평등위원회) 위원 출신인 키스 손덜링이 장관 대행을 맡았다. 사임 이틀 뒤 나온 공동고용주 규칙안은, 리더십 교체와 맞물려 미국 노동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사임한 전 장관이 재직 시절 노동조합 친화적 성향과 기업 친화적 성향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는 것이다. 의원 시절 노조법 강화안(PRO Act)을 공동 발의하면서도, 주(州) 단위 노동권법(right-to-work law)을 지지했다. 이런 양면성이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을 키웠고, 후임자의 등장은 보다 명확한 노선 정리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한국 HR이 주목해야 할 이유
미국의 공동고용주 규제는 한국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기업에게는 물론이고, 국내 노동법의 흐름을 읽는 데에도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첫째, 미국에 사업장을 둔 한국 기업에게는 즉각적인 영향이 있다. 현지 인력을 파견업체나 하청업체를 통해 운용하고 있다면, 새 규칙안 아래에서 공동고용주로 판단될 수 있다. 규칙안에 대한 의견 제출 기한은 2026년 6월 22일까지다.
둘째, 한국 역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리가 발전하고 있다. 대법원은 원청의 지휘·감독이 실질적일 경우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판례를 축적해왔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미 도급인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강화했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의 책임을 사실상 전제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규칙안은 같은 방향의 글로벌 트렌드를 확인시켜 준다.
셋째, 플랫폼 노동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확산되면서, ‘누가 사용자인가’라는 질문의 무게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배달 플랫폼, IT 개발 아웃소싱,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 이 모든 영역에서 공동고용 논의는 이미 진행 중이다. 미국이 연방 차원의 통일 기준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신호다.
실행 팁 — 계약서 vs 실질 점검 도급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실제 운영 모습을 점검하라. 누가 업무 지시를 하고, 누가 근태를 관리하며, 누가 평가를 하는가. 셋 중 둘 이상이 원청이면 형식적 도급은 위태롭다.
실무자가 챙겨야 할 체크포인트
- 외주·파견·도급 계약 점검 — 계약서에는 도급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업무 지시, 근태 관리, 평가를 직접 하고 있다면 실질적 통제력이 인정될 수 있다
- 지시 체계 문서화 — 하청 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시가 불가피한 경우, 그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기록해둬야 한다
- 임금 구조 투명성 —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단가나 임금 수준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점검
- 글로벌 사업장 모니터링 — 미국 현지 법인이 staffing agency를 활용하는 경우, 규칙안 시행 시 리스크 평가 필요
💡 실무 시사점 — 공동고용 리스크 점검 3가지:
① 형식 아닌 실질 점검. 도급계약서가 아니라 채용·감독·임금·기록 4가지 통제 중 무엇을 원청이 쥐고 있는지 매핑하라. 하나만 실질이면 위험.
② 미국 사업장 우선 대응. 6월 22일 의견 제출 기한 전 staffing agency 활용 구조를 재점검. 규칙 확정 시 연대 책임으로 직격.
③ 지시 체계 문서화. 직접 지시가 불가피한 경우 범위·한계를 기록으로 남겨라. 한국 대법원·중대재해처벌법 흐름과 같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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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SHRM, “DOL Issues Proposed Joint Employer Rule” (2026)
- SHRM, “Secretary of Labor Chavez-DeRemer Resigns”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