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은 AI가 채용을 늘린다고 한다. 그런데 현장 팀은 왜 성과를 못 내는 걸까.
세 편의 보고서—People Matters, BCG—를 교차해서 읽다 보면, 이 모순의 구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숫자는 낙관적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언가 어긋나고 있다.
CEO 60%가 AI = 채용 증가라고 보는 이유
People Matters가 금융서비스 섹터를 중심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CEO의 60%가 “AI 도입이 인력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논리는 명확하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처리하면 인간은 더 고차원적 업무에 집중하게 되고, 새로운 역할과 팀이 생긴다는 거다.
LinkedIn 데이터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2025~2026년 구간에서 신입·인턴 채용이 전년 대비 168% 급증했다. AI 전담 직무 공고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기업들이 AI 프로젝트용 전문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한 결과다.
수치만 보면 AI 전환은 고용 친화적이다. 그런데 왜 팀 성과는 따라오지 않는 걸까.
숫자 뒤에 숨겨진 균열: 리더십 갭과 실행 단절
People Matters 보고서의 부제가 핵심을 찌른다. “AI가 채용을 늘린다는데, 왜 팀은 여전히 언더퍼포밍인가?” 조사 결과, 문제의 진원지는 기술이 아니라 리더십과 실행 사이의 단절이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균열이 관찰됐다. 솔직히 이건 좀 예상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래도 데이터로 확인되니까 무시하기 어렵다.
AI 도구 도입과 업무 설계 변경이 따로 논다. 기업들은 AI 툴을 사서 직원들에게 주었지만, 업무 프로세스 자체는 손대지 않았다. 직원은 기존 방식대로 일하면서 AI를 ‘보조 도구’로만 쓴다. 생산성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
관리자층이 AI 시대의 성과 기준을 재정의하지 못했다. KPI는 여전히 AI 이전 시대의 것이다. 팀원이 AI로 업무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어도, 그게 성과로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왜 이렇게 빨리 끝났냐”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이건 나만 느끼는 건가? 너무 흔한 장면이다.)
신규 채용은 늘었지만 온보딩 구조가 없다. AI 직무 신입이 들어왔는데, 이들을 기존 팀과 연결하는 체계가 없다. 기술은 있지만 비즈니스 맥락을 모르는 신입과, 비즈니스는 알지만 AI를 모르는 시니어가 각자 따로 움직이는 셈이다.
BCG가 말하는 진짜 처방: AI 전환은 인력 전환이다
BCG의 2026년 보고서 제목은 단호하다. “AI Transformation Is a Workforce Transformation.” AI 전환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 구현이 아니라 인력 전환 전략의 부재라는 거다.
BCG는 CHRO(최고인사책임자)에게 세 가지 역할을 요구한다.
스킬 기반 인력 계획 수립. “몇 명을 뽑느냐”가 아니라 “어떤 스킬 조합이 필요하냐”로 전략의 단위를 바꿔야 한다. 직무 타이틀 중심의 채용 계획은 이미 구식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건 스킬 포트폴리오 기반의 동적 인력 배치다.
AI가 직무·스킬·업무에 미치는 영향 평가. “AI가 일자리를 바꾼다”고 막연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기능별·직무별로 어떤 태스크가 자동화되고 어떤 스킬이 증폭되는지를 매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업이 없이 채용 계획을 세우는 건 그냥 도박에 가깝다고 본다. 엉뚱한 사람을 뽑거나 엉뚱한 훈련을 시키게 된다.
2030년 노동 모델 재설계. 단기 채용 계획이 아니라 3~5년 후의 인력 구조를 지금부터 설계해야 한다. AI 내재화 속도에 따라 어떤 직무가 통합되고, 어떤 역할이 새로 생기는지를 시나리오별로 그려보는 작업이다.
한국 HR 실무에서 이 흐름이 의미하는 것
해외 보고서를 읽다 보면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 아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그런데 신입·인턴 채용 168% 증가라는 숫자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네이버, 카카오,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AI 인턴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스타트업들은 AI 네이티브 신입 채용을 기존 채용과 분리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채용은 늘지만 구조는 그대로다. 연공서열형 보상 체계, 직무 기술서 없는 포괄적 채용 공고, 성과 평가 기준의 불명확성—이 조건들이 AI 인력을 들여놓아도 성과로 연결되지 않게 만드는 구조적 장벽이다.
지금 당장 점검해볼 수 있는 질문들이 있다.
- AI 도구를 도입했을 때, 업무 프로세스도 함께 바뀌었는가? 아니면 도구만 바뀌고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인가?
- AI로 업무 효율이 높아진 직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성과 기준에 AI 활용이 반영되어 있는가?
- AI 직무 신입을 채용했다면, 기존 팀과 협업할 수 있는 온보딩 구조가 있는가?
- 3년 후 어떤 직무가 사라지고, 어떤 역할이 생기는지 그려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AI 채용만 늘리면,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CEO의 낙관론과 현장의 언더퍼포밍이라는 모순이 반복된다.
채용이 아니라 설계가 먼저다
AI 전환의 성패는 몇 명을 채용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조직 설계 위에서 그 인력이 일하느냐에 달려 있다. BCG의 표현을 빌리면, AI 프로젝트가 아니라 인력 전환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한다.
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에, 그 사람이 들어왔을 때 어떤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 것인지를 먼저 설계하는 것. 그게 지금 HR 실무에서 가장 시급한 일이다.
숫자가 움직이는 건 확인됐다. 그 숫자 뒤에 어떤 구조를 만들 것인지—그게 지금 진짜 질문이다.
참고 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