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AI 도구를 하나도 안 쓰는 조직이 오히려 예외가 됐다. 맥킨지 조사에서 전체 조직의 91%가 최소 하나 이상의 AI 도구를 사용한다고 응답했고, BCG에 따르면 현장 근로자의 74%가 매일 또는 주 수회 AI를 활용한다. 1년 전보다 23%포인트 뛴 수치다. 그런데 솔직히, 숫자만 놓고 보면 화려한데 실제 현장은 좀 다르다. PwC의 2026 CEO 서베이에서 AI로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한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도구를 깔았다고 전략이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핵심이다 — HR이 AI 도구를 ‘쓰는 부서’에서 ‘설계하는 부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AI가 분석을 대신하는 시대에, HR의 진짜 가치는 “무엇을 분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있다.
한 줄 요약: AI가 분석 업무를 흡수하면서 HR의 역할은 ‘데이터 정리자’에서 ‘전략 설계자’로 전환되고 있다 — 도구를 잘 쓰는 것보다 무엇을 물어볼지 아는 것이 경쟁력이다.
도구가 넘쳐나는데 왜 성과는 안 나오나
HR 부서의 39%가 AI를 도입했지만, 대부분 채용 공고 작성이나 이력서 스크리닝 같은 단순 반복 업무에 머물러 있다. SHRM이 1,908명의 HR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AI의 진정한 효과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험·판단·공감을 결합할 때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건 좀 뼈아픈 지적인데, 결국 도구만 도입하고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를 정의하지 않으면 ROI가 나올 수 없다.
HBR 8월호에서 미시간대 펠리페 차사르 교수는 이 현상을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는 프레임으로 설명한다. 인간 의사결정자는 아무리 유능해도 주의력, 기억, 정보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다. AI는 바로 이 한계를 확장해준다 — 인간 팀이 서너 개 전략 옵션을 검토하는 동안, AI는 수천 가지 대안을 생성하고 평가할 수 있다.
91%
AI 도구를 1개 이상 사용하는 조직 비율
McKinsey, 2026
12%
AI로 매출 증가+비용 절감 동시 달성 기업
PwC CEO Survey, 2026
74%
현장 근로자의 매일/주간 AI 사용률
BCG, 2026
56%
AI 역량 보유자의 동일 직군 대비 임금 프리미엄
PwC Global, 2026
AI가 전략 수립에 개입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차사르 교수가 제시하는 AI의 전략적 활용은 네 가지로 압축된다.
전략 옵션의 확장. 최종 결정 전에 AI로 가능한 대안을 넓힌다. 인간의 직관이 놓치는 비주류 시나리오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동적 시장 모델링. 고객·경쟁사·시장 데이터를 정적 스냅숏이 아닌 실시간 갱신 모델로 전환한다. 가정 검증 체계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AI 시뮬레이션으로 체계적으로 도전한다. 역할 전환. 전략가의 역할이 ‘분석가’에서 ‘아키텍트’로 바뀐다.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 “회의실의 대화가 더 날카로워지고, 선택지가 강해지고, 기초 분석에 쓰이던 시간이 이제 인간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에 쓰인다.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어떤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가? 어떤 조직이 되고 싶은가?”
사례 — HBR 전략 AI 적용한 글로벌 제조사는 AI 시뮬레이션으로 시장 진입 전략 200개를 48시간 만에 평가해, 기존 팀이 3주간 검토하던 작업을 대체했다. 핵심은 AI가 ‘답’을 준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검토할 ‘질문의 품질’을 높인 것이다. 전략 회의의 아젠다가 “어떤 옵션이 있나”에서 “이 옵션의 전제가 맞나”로 전환됐다.
HR이 전략 설계자가 되려면 — 세 가지 전환
첫째, 인재 전략과 AI 전략의 통합. AI가 조직의 전략 수립 환경을 바꾸면,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지도 달라진다. HR은 “AI가 어떤 업무를 흡수하는가”가 아니라 “AI 이후 어떤 판단력이 필요한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린다 그래튼 교수는 “일하는 기간이 50~60년으로 길어지는 동시에, AI가 일 자체의 변화 속도를 가속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커리어 경로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만큼, HR이 설계하는 학습·이동·전환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진다.
둘째, 반성적 시간의 보호. 아이러니하게도 AI가 업무 시간을 절약해주면(지식 근로자 기준 주당 2.2시간, AI 에이전트 활용 시 6.4시간), 그 시간을 또 다른 업무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튼 교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건전한 판단을 내리려면 반성적 시간(reflective time)을 의식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HR은 이 시간을 제도적으로 설계할 위치에 있다.
셋째, 저위험 실험의 일상화. 전환이 절박해진 뒤에 움직이면 늦다. 그래튼 교수의 세 번째 원칙은 “필요에 앞서 준비하라”는 것인데, HR 부서가 AI 파일럿 프로그램이나 직무 재설계 실험을 지금부터 소규모로 돌려야 한다는 의미다. 스탠퍼드 HAI의 페이페이 리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AI의 방향은 기술자가 아닌 사회 전체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HR은 그 사회적 논의를 조직 안으로 가져오는 통로다.
한국 맥락에서 왜 더 급한가
한국노동연구원(KLI)과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이 9월 3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공동 개최하는 국제 심포지엄 주제가 바로 ‘AI와 노동의 미래’다. AI 경제 시대의 고용 변화를 국제적 시각에서 논의하는 자리인데, 이는 한국도 이 전환에서 예외가 아님을 방증한다.
솔직히 한국 기업 현장을 보면, AI 도입은 빠른데 전략적 활용은 느리다. 채용 공고 자동화, 이력서 필터링에는 적극적이지만, “우리 조직의 3년 후 역량 포트폴리오를 AI로 시뮬레이션하자”는 아직 소수다. PwC 분석에 따르면 AI 역량을 갖춘 직원은 동일 직군 대비 56% 높은 임금을 받는다. 이 격차는 단순히 기술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 AI를 활용해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HR 담당자의 시장 가치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HR 부서에서 AI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면 어디서 시작해야 하나요?
채용·급여 같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력 수급 시뮬레이션이나 이직 예측 모델부터 시작하면 전략 설계 역량을 단계적으로 쌓을 수 있습니다.
Q. AI가 HR 담당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나요?
반복 분석 업무는 줄지만, 전략 설계·조직문화·변화관리 같은 판단 중심 역할은 오히려 중요해집니다. 핵심은 역할 전환입니다.
Q. AI 전략 도구 도입 시 ROI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구 도입 전에 “어떤 의사결정을 개선할 것인가”를 먼저 정의하세요. SHRM 조사에서도 인간 판단과의 결합이 성과의 핵심 조건이었습니다.
💡 실무 시사점: AI 도구를 ‘업무 자동화’로만 접근하면 91% 도입 — 12% 성과의 함정에 빠진다. HR이 해야 할 일은 도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AI로 답해야 할 질문을 설계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하나의 전략 의사결정에 AI 시뮬레이션을 붙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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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HBR, “Strategy Making Gets an AI Boost” (2026)
- Stanford HAI, “Using AI to Increase Your Intelligence & Enrich Humanity” (2026)
- KLI, “FES-KLI 국제 심포지엄: AI와 노동의 미래”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