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7%. 올해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국내 기업의 비율이다. 전년보다 2.5%포인트 올랐다. 대기업은 73.7%, 중견은 71.4%. 수치만 보면 채용 시장이 훈풍을 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채용은 늘었는데 임금 인상률은 떨어진다. 2025년 2.4%였던 HR 예산 증가율이 올해 0.7%로 쪼그라들었다. 신규 채용 증가 기대치도 6%에서 2%로 뚝 떨어졌다. 기업은 분명히 사람을 뽑겠다고 했는데, 지갑은 닫고 있다.
이건 모순이 아니다. 구조 변동이다. 채용시장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고, 그 중심에 AI 스킬이라는 변수가 있다.
한 줄 요약: 채용은 늘지만 연봉은 정체 — AI 스킬 프리미엄 62%의 이면에는 ‘스킬이 곧 레버리지’라는 공식이 무너지는 노동시장 재편이 숨어 있다.
채용 65.7%의 속살 — 경력직 편중이 만드는 신입의 빙하기
숫자를 뜯어보면 풍경이 달라진다. 올해 채용 계획 기업 중 경력직과 신입을 동시에 뽑겠다는 곳이 65.6%, 경력직만 뽑겠다는 곳이 22.8%다. 신입만 채용하겠다는 기업은 11.6%에 불과하다.
97.4%의 기업이 경력 우대를 표방한다. 인사 담당자 33.5%가 ‘중고 신입 선호 강화’를 올해 HR 이슈 1위로 꼽았다. 솔직히 이건 좀 잔인한 숫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찾는 사람에게 시장이 보내는 메시지가 “당신에겐 자리가 없다”에 가깝다는 뜻이니까.
채용 분야를 보면 제조·생산(33.7%), 영업(24.1%), R&D(16.9%) 순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채용 방식이다. 공채는 거의 사라졌다. 신입 채용의 63.3%가 수시 채용이고, 전체 기업의 90%가 상시 모집 방식을 쓴다. 정기 공채로 한꺼번에 200명을 뽑던 시대는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핵심이다. 공채의 소멸은 단순한 채용 방식 변화가 아니다. 조직이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는 것’에서 ‘필요한 역량을 조달하는 것’으로 인력 운용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꿨다는 증거다.
65.7%
2026년 채용 계획 기업 비율
한경비즈니스 / 2026
62%
AI 스킬 보유자 평균 임금 프리미엄
PwC AI Jobs Barometer / 2026
97.4%
경력 우대 표방 기업
고용정보원 / 2026
AI 스킬 프리미엄 62% — 숫자가 감추고 있는 것
PwC의 2026 글로벌 AI 일자리 바로미터가 발표한 숫자는 강렬하다. AI 스킬을 갖춘 노동자의 평균 임금 프리미엄이 62%. 전년 57%에서 5%포인트 더 올랐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118%까지 치솟는다. 10억 건 이상의 채용 공고를 27개국에서 분석한 결과다.
AI 관련 일자리 증가 속도는 전체 시장의 8배. 채용 공고에 AI를 언급하는 비율도 60%를 넘겼다. 여기까지만 보면 “AI 배워서 연봉 올리자”가 정답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기업의 55%만이 AI 스킬에 실제로 추가 보상을 지급한다. 나머지 45%는 AI 역량을 요구하면서도 돈을 더 주지 않는다. 51%의 기업이 ‘직원 급여 기대치와 예산 제약 사이의 균형’을 최대 과제로 꼽았다.
풀어 쓰면 이렇다. 기업은 AI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한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줄 여유는 없다. 혹은 줄 의지가 없다. AI 스킬이 ‘프리미엄’이 아니라 ‘기본 자격’으로 빠르게 재분류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례 — AI 채용의 역설국내 500대 기업의 86.7%가 이미 HR 업무에 AI를 도입했다.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 소싱 시간이 5분의 1로 줄고, 채용 주기가 45~60일에서 20~30일로 단축된다. 그런데 HR 테크 도입률은 미국 70%에 비해 한국은 20%에 그친다. AI를 쓰는 기업은 이미 쓰고 있고, 안 쓰는 기업은 여전히 안 쓴다. 격차가 벌어지는 지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다.
‘전문화’ 트랙과 ‘민주화’ 트랙 — 갈라지는 노동시장의 두 얼굴
PwC 보고서가 드러낸 가장 불편한 진실이 있다. AI에 의해 ‘전문화’된 직무는 ‘민주화’된 직무보다 2배 빠르게 성장하고, 임금 상승률은 42% 높다.
전문화 트랙은 AI를 도구로 쓰면서 고도의 판단력, 창의성, 리더십이 요구되는 자리다. 민주화 트랙은 AI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아진 자리다. 전자는 연봉이 오르고 후자는 대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장 AI 노출도가 높은 주니어 직무에서 리더십 스킬을 요구하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직무의 7배라는 데이터가 이걸 증명한다. 아이러니하다.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 경력자의 역량을 요구하는 시장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이 현상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경력직 다이렉트소싱 비율 51.2%. 패시브 구직자(적극적으로 이직을 탐색하지 않는 인재)가 전체 인재풀의 66%를 차지한다. 기업들이 기존 인재시장에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자리 잡은 사람을 빼오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봉은 정체인데 채용은 왜 늘어나는가
답은 간단하다. 기업이 ‘사람’이 아니라 ‘역할’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좋은 사람을 뽑아서 성장시켰다. 지금은 당장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 꽂는다. 이 차이가 연봉 정체를 설명한다. 역할 기반 채용에서는 개인의 잠재력에 프리미엄을 붙일 이유가 줄어든다. 해당 역할의 시장 가격이 곧 보상이 된다.
HR 예산 증가율이 2.4%에서 0.7%로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줄어든 예산이 어디로 갔느냐면, AI 도구와 자동화 기술에 들어갔다. 사람 대신 기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계의 결합 방식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다. 채용 인원은 유지하되 1인당 투자 단가를 재조정하는 전략이다.
이건 좀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 기업 대부분이 AI 투자와 인건비를 제로섬으로 놓고 있다.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는 곳은 드물다.
HR 실무자가 이 구조 변동 앞에서 할 수 있는 일
채용 공고를 하나 더 올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시장 자체가 바뀌고 있으니까.
경력직 편중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신입 파이프라인을 완전히 닫는 건 위험하다. 3~5년 뒤 중간관리자 공백이 예고된 셈이기 때문이다. 채용의 양을 줄이더라도 신입의 질적 투자 — 온보딩 프로그램, 멘토링, 초기 스킬 부스팅 — 에 예산을 재배치해야 한다.
AI 스킬 프리미엄이 62%라는 숫자에 눈이 멀면 안 된다. 실제로 필요한 건 ‘어떤 AI 스킬이 우리 조직에서 가치를 만드는가’를 정의하는 일이다. 프롬프트 잘 쓰는 사람과 AI 워크플로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은 전혀 다른 인재다. 후자를 찾되 전자의 가격으로 사려는 기업이 너무 많다.
패시브 구직자 66%라는 숫자는 양날의 칼이다. 다이렉트소싱에 올인하면 채용 단가는 올라가고, 동질적 인재풀에 갇힌다. 내부 인재의 AI 스킬 업그레이드에 같은 비용을 투입하면 어떨까. 채용보다 빠르고, 조직 맥락을 이미 이해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도구를 쥐여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답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채용시장의 숫자만 보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HR은 또 한 번 구조적 변화를 놓치게 된다. 65.7%라는 숫자 뒤에 숨은 임금 정체와 스킬 양극화를 직시하는 것 — 거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실무 시사점: 채용 계획만 늘려서는 안 된다. AI 스킬 프리미엄 62%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신입 파이프라인 유지/내부 인재 리스킬링/보상 구조 재설계를 동시에 움직여야 채용시장 구조 변동에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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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한경비즈니스, “올해 채용합니다···기업 10곳 중 7곳 채용 계획 有” (2026)
- Quartz, “U.S. News ranks the best jobs of 2026” (2026)
- Fast Company, “Workers with AI Skills May Get More Jobs but Lose Negotiating Power” (2026)
- PwC, “2026 Global AI Jobs Barometer” (2026)
- 서치라이트, “2026 하반기 채용 트렌드 총정리”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