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T 업계 2위 인포시스가 지난주 채용 시험을 전격 연기했다. 대상자만 2만 명이 넘는다. 사유는 ‘대리응시 및 평가 조작 시도’. 단순한 커닝이 아니다. AI가 만들어낸 합성 프로필과 딥페이크 기술이 채용 프로세스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신호다. 올해 코엑스 글로벌 인재 채용박람회에서 AI 매칭 서비스가 화제였지만, 정작 그 매칭이 전제하는 ‘지원자 데이터의 진위’를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었다.
한 줄 요약: AI가 채용의 효율을 높이는 만큼 ‘가짜 지원자’라는 새로운 리스크도 키우고 있다 — HR은 매칭 알고리즘보다 신원확인 인프라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2만 명의 시험이 멈춘 날
인포시스는 스페셜리스트 프로그래머(Trainee)와 디지털 스페셜리스트 엔지니어(Trainee) 직군의 온라인 평가와 대면 시험을 모두 중단했다. 회사 측 공식 입장은 “평가 프로세스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확인돼 추가 통제와 검증 절차를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수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이미 보고된 패턴을 보면 윤곽이 잡힌다.
도용된 신원에 AI로 생성한 이력서를 붙이고, 면접은 스크립트 기반 답변이나 실시간 AI 코칭으로 통과하는 식이다. 실제 지원자가 아닌 고역량 대리인이 면접에 등장하는 ‘프록시 면접’도 늘고 있다. 인포시스가 작년 완전 비대면에서 하이브리드(온라인+대면) 방식으로 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대면 환경에서 ‘지원자가 실제 본인인지’ 확인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2만 명 규모의 시험이 통째로 멈추는 상황은 단순 부정행위 적발이 아니라 시스템 신뢰 자체의 붕괴를 뜻한다. FY26 한 해 동안 인포시스가 처리한 지원서는 580만 건, 면접 대상자 45만 명, 최종 오퍼 8만 7천 건이다. 이 규모에서 대리응시와 프로필 조작을 수작업으로 걸러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채용 사기, 이미 ‘예외’가 아니다
91%
리크루터 중 지원자 기만 행위를 포착·의심한 비율
Greenhouse · 2026 AI Hiring Report
1,300%↑
딥페이크 기반 음성 사기 시도, 전년 대비 증가율
GTT Korea · 2025
4명 중 1명
2028년까지 전 세계 지원자 프로필 중 ‘가짜’가 될 것으로 예측
Gartner · 2026 전망
FTC에 따르면 구직 사기 관련 피해 금액은 2020년 9,000만 달러에서 2024년 5억 100만 달러로 4년 만에 457% 급증했다. 채용담당자의 63%가 AI로 생성된 이력서 과장을 목격했고, 31%는 ‘지원한 사람과 면접에 나타난 사람이 다르다’고 보고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숫자들이 말해주는 건 하나다. ‘가짜 지원자’는 예외적 사고가 아니라, 채용 프로세스에 내장된 구조적 리스크라는 것이다.
AI 매칭의 사각지대 — 입력값을 의심하지 않는 시스템
올해 6월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 채용박람회에는 약 360개 기업과 1만 8천 명의 구직자가 참여했다. 주요 혁신 포인트로 소개된 것은 AI 매칭 서비스 — 지원자의 역량 데이터와 기업의 요구사항을 자동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반도체, 그린에너지 등 첨단산업 전문 채용관도 운영됐다.
AI 매칭 자체는 분명 유용한 도구다. 문제는 전제 조건에 있다. 매칭 알고리즘은 입력된 프로필 데이터가 ‘진짜’라는 가정 위에서 작동한다. 이력서가 AI로 통째로 생성됐고, 자격증이 위조됐으며, 심지어 면접 응시자가 본인이 아니라면? AI 매칭은 ‘가장 적합한 가짜’를 추천하는 시스템으로 전락한다. 이건 좀 불편한 진실이지만, 많은 기업이 AI를 ‘채용 효율화’ 도구로만 도입하고 ‘채용 신뢰성 확보’ 도구로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공격과 방어의 비대칭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례 — 글로벌 기업의 ‘프록시 면접’ 적발2025년 자기소개서 10건 중 6건 이상이 AI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원자는 외모와 음성을 바꾸는 딥페이크 기술로 면접에 응시하거나, 역량이 더 높은 대리인을 내세우는 방식을 사용했다. 한 IT 기업은 면접 라운드 간 응답 패턴이 완전히 달라지는 지원자를 포착한 뒤, “긴 침묵 뒤에 비정상적으로 완벽한 문장이 나오는” 패턴을 AI 코칭 사용의 핵심 탐지 신호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검증 기술의 현주소 — 얼굴 인식에서 행동 분석까지
인도 타밀나두 주정부는 올해 6월 1일부터 HR 부서 전 직원에게 얼굴 인식(Face-ID) 출퇴근 시스템을 의무 도입했다. 생체인증, 수기 출근부, 공무원증 착용을 동시에 요구하는 삼중 검증 체계다. 직원들의 지각 문제가 계기였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본인 확인’을 다층 구조로 설계한 주목할 사례다.
채용 영역에서도 비슷한 다층 검증이 부상하고 있다. 피놈(Phenom)은 면접 중 딥페이크를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다. 셜록AI 같은 스타트업은 면접 라운드 간 행동 일관성 분석, 응답 패턴의 자연스러움 측정, 디지털 풋프린트와 경력 주장의 교차 검증을 제공한다. 핵심이다 — 단일 체크포인트가 아니라, 채용 프로세스 전체에 걸친 ‘점진적 검증(progressive verification)’ 설계라는 점이.
그런데 현실은 아쉽다. Checkr 조사에 따르면, HR 리더 중 강력한 사기 방지 체계를 갖췄다고 답한 비율은 31%에 불과하다. 45%는 ‘부분적 통제만 있고 빈틈이 있다’고 인정했다. 공격 도구는 이미 AI 수준인데, 방어는 여전히 수작업과 직감에 의존하는 조직이 절반에 가깝다는 뜻이다.
매칭보다 먼저, 신뢰를 설계하라
AI 채용 도구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나 빨리 매칭하느냐”가 아니다. “입력되는 데이터가 진짜인지 어떻게 확인하느냐”다.
서류 단계에서는 이력서 진위 자동 교차검증 도구를 적용해야 한다. AI가 생성한 이력서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사실관계 — 재직 기간, 자격증 번호, 학위 — 를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자동으로 대조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면접 단계에서는 실시간 본인 인증을 강화해야 한다. 화상 면접에서의 딥페이크 탐지, 면접 간 행동 일관성 모니터링이 여기 해당한다. 온보딩 단계에서는 타밀나두 사례처럼 생체인증과 신분증, 행동 기록의 다층 확인을 적용해야 한다. 23%의 기업이 신규 입사자의 신원 사기를 경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사 후 검증 역시 채용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 글을 읽는 HR 담당자에게 묻고 싶다. 지금 우리 조직의 채용 시스템은, 지원자가 ‘진짜 그 사람’인지 확인하는 데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AI 면접 도구를 도입했다면, 그 도구가 ‘가짜 지원자’를 걸러내는 기능도 갖추고 있는가? 매칭의 정확도를 높이기 전에, 매칭의 전제 조건부터 재점검할 때다.
💡 실무 시사점: AI 채용 도구 도입 시, 매칭 효율성과 신원확인 신뢰성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이력서 교차검증 → 면접 본인인증 → 온보딩 다층확인의 3단계 검증 프레임워크를 먼저 구축하고, 그 위에 AI 매칭을 얹어야 진짜 성과가 나온다.
#AI채용#신원확인#딥페이크탐지#채용사기#HR테크
참고 링크
- People Matters, “Infosys postpones hiring exams for 20,000 candidates following impersonation cases” (2026)
- People Matters, “Tamil Nadu HR Department to Adopt Mandatory Face-ID Attendance” (2026)
- Tenzo AI, “Hiring Fraud in 2026: What Changed in 2025 and What Breaks Next” (2026)
- Checkr, “Fraud Prevention: HR’s Next Big Opportunity” (2026)
- GTT Korea, “AI 채용 사기 차단하는 상시 신원 검증 체계” (2025)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