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면 반복되는 논쟁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더 받으면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든다.” 2026년 고용허가제(E-9) 쿼터가 역대 최대로 확대되면서, 중소 제조업 현장과 국회 양쪽에서 이 문장이 다시 소환됐다. 그런데 이 직관은 과연 데이터와도 일치할까. 최근 발표된 대규모 실증 연구 세 편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오히려 반대다.
한 줄 요약: 외국인 인력은 내국인 고용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이며, 이민 제한은 노동시장 보호가 아니라 경제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민자 비율이 높은 도시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
미국 196개 대도시권을 전수 분석한 2026년 메트로 모니터 보고서는 예상을 뒤집는 결론을 내놨다. 이민자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원주민(native-born) 근로자의 고용률과 소득이 오히려 더 높았다. “일자리 파이”가 고정돼 있고 외국인이 한 조각을 가져가면 내국인 몫이 줄어든다는 이른바 ‘노동 총량의 오류(lump of labor fallacy)’가 다시 한번 실증적으로 부정된 셈이다.
왜 그럴까. 이민 노동력은 내국인과 동일한 직무를 놓고 경쟁하기보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을 채우면서 지역 경제의 총 생산량을 끌어올린다. 생산이 늘면 관리·물류·서비스 등 연관 일자리가 함께 늘어난다. 솔직히, 한국 제조 현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메커니즘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3D 업종의 E-9 인력이 빠지면 라인 자체가 멈추고, 그 라인을 관리하던 내국인 일자리까지 사라지는 건 이미 여러 차례 목격된 풍경이다.
196개
분석 대상 미국 대도시권 수
Brookings Metro Monitor / 2026
양(+)의 상관
이민자 비율 ↔ 원주민 고용률·소득
Brookings Metro Monitor / 2026
2~5만 명
이민 제한 시 월간 일자리 증가 상한
Brookings / 2026.1
최저임금이 올라도 이민 노동자는 해고되지 않는다
미국 경제연구소(NBER)가 2026년 발표한 워킹페이퍼는 최저임금 인상이 이민 노동에 미치는 효과를 정밀하게 추적했다. 결론은 명확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근 입국한 이민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줄어들지만, 고용 자체는 줄지 않는다. 내국인 근로자에게는 이마저도 관찰되지 않았다.
이 연구가 포착한 구조적 특징이 흥미롭다. 이민 노동시장은 “낮은 잉여가치·유연한 시간 조정(low-surplus, flexible-hours)” 관계로 작동한다. 기업 입장에서 이민 노동자를 대체하는 비용이 높기 때문에, 임금이 올라도 해고보다는 시간 조정으로 대응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발견이 한국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논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이동의 자유를 높이면 오히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있지만, 실제로는 대체 비용이 높아 기업이 먼저 근로조건을 개선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례 — 미국 고회전율 산업최저임금 인상 후 최근 입국 이민자의 주당 근로시간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나, 고용 수준에는 변화가 없었다. 대체 비용이 높은 산업일수록 기업이 해고 대신 시간 조정을 택하는 패턴이 뚜렷했다. 연구진은 이를 “낮은 잉여가치, 유연한 시간” 노동관계로 명명했다.
국경을 닫으면 일자리가 늘어날까
만약 이민을 강하게 제한하면, 내국인 일자리는 정말 늘어날까. 2025~2026년 미국이 실제로 이 실험을 수행했다. 이민 단속 강화로 미국 순이민(net immigration)이 급감한 결과를 브루킹스 연구소가 거시경제 모델로 분석했다.
결과는 냉정하다. 이민 유입이 줄어들자 월간 지속 가능한 일자리 증가 속도가 2~5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2026년에는 마이너스 전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노동력 공급이 줄면 기업이 채용을 포기하거나 생산 거점 자체를 이전하면서, 내국인 일자리마저 함께 줄어드는 역설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건 좀 무거운 이야기지만, 한국도 같은 경로 위에 있다. 2025년 합계출산율 0.68명, 생산가능인구는 매년 30만 명 이상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국인을 줄이면 내국인이 채워진다”는 가정은 산술적으로도 성립하기 어렵다.
한국이 마주한 현실 — 고령화와 빈 공장
2026년 고용허가제 쿼터는 16.5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중소 제조업체의 인력 부족률은 여전히 두 자릿수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E-9 비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 비전문 직종 한정, 3년(최대 4년 10개월) 체류 기한이 만들어내는 순환형 모델은 숙련도 축적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앞서 살펴본 세 편의 연구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외국인 인력이 지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내려면, 단순히 “몇 명을 들여보내느냐”가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머무르게 하느냐”가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근로시간 유연성, 사업장 이동의 자유, 숙련 축적 경로 — 이 세 가지가 보장될 때 보완재 효과가 극대화된다.
HR 실무 차원에서 보면, 외국인 근로자 관리는 더 이상 “비자 행정”에 머물 수 없다. 온보딩 설계, 다국어 안전교육, 숙련도별 직무 재배치, 내국인·외국인 혼합 팀의 커뮤니케이션 구조까지 — 아쉽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 HR은 아직 이 수준의 설계를 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 설계(integration design)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할 시점이다.
결국,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외국인이 늘면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드는가”라는 질문에 데이터는 일관되게 “아니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 답이 “그러니 무조건 더 받자”를 뜻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총량이 아니라 설계다. 어떤 조건으로 일하게 하고, 어떤 구조 속에 배치하고, 어떤 경로를 통해 숙련을 쌓게 할 것인가.
빈 공장을 채우는 건 숫자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첫 번째 설계자는 현장에서 사람을 배치하고 팀을 만드는 바로 당신이다.
💡 실무 시사점: 외국인 인력 관리를 ‘비자 행정’에서 ‘통합 인력 설계’로 전환하라. 온보딩·안전교육·직무 재배치·혼합 팀 커뮤니케이션까지 포괄하는 프레임이 필요하다. 데이터는 이민 제한이 아닌 이민 통합이 내국인 고용까지 높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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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Brookings, “Metro Monitor 2026: The Relationship Between Immigration and Regional Economic Performance” (2026)
- NBER, “Immigrants at the Margin: Labor Market Effects of the Minimum Wage” (2026)
- Brookings, “Macroeconomic Implications of Immigration Flows in 2025 and 2026”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