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봉 3개월을 선고했는데 매월 월급의 30%를 깎았다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을 맞은 사업주가 있다. 감봉은 가장 흔한 징계 수단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이 틀리게 집행되는 징계이기도 하다. 취업규칙에 근거가 없거나, 한도를 초과하거나, 소명 절차를 빠뜨리면 — 감봉 처분 자체가 무효다.
감봉 vs 감급 — 법에서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근로기준법은 ‘감봉’과 ‘감급’이라는 표현을 함께 쓴다. 제23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 없는 감봉을 금지하고, 제95조는 감급 제재의 한도를 규정한다. 현장에서는 취업규칙에 ‘감봉’으로 통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법적 효력과 한도는 제95조의 감급 기준을 따른다.
두 개념의 핵심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감봉(제23조) — 징계의 종류로서 임금을 감액하는 행위 전반을 지칭. 정당한 이유 없이 부과하면 부당징계.
- 감급(제95조) — 감봉 가운데 임금 삭감액에 법적 한도를 설정한 규정. 한도 초과 시 500만 원 이하 벌금.
감급은 근로계약 관계가 존속하고, 종래의 직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 일부를 감액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근로개선정책과-3035, 2011.9.19). 직무가 실질적으로 하향 변경되고 그에 따라 임금이 낮아지는 ‘강임(降任)’은 제95조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95조 — 이중 한도 구조
제95조는 감급 한도를 두 겹으로 설정한다.
- 1회 한도: 1회의 감급액이 평균임금 1일분의 1/2을 초과할 수 없다.
- 총액 한도: 1임금지급기(월급이면 1개월) 안에서 공제되는 감급 총액이 그 기간 임금총액의 1/10을 초과할 수 없다.
위반 시 5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근기법 제114조 제1호).
계산 예시 — 월급 300만 원인 근로자에게 감봉 6개월
- 평균임금 1일분 = 300만 원 ÷ 30일 = 10만 원
- 1회 감급 한도 = 10만 원 × 1/2 = 5만 원
- 1임금지급기 총액 한도 = 300만 원 × 1/10 = 30만 원
- 감봉 6개월 집행 시: 매월 5만 원씩 6개월 = 총 30만 원 가능 (근기 68207-997, 1999.12.30)
핵심은 ‘감봉 3개월’이라고 쓴 징계서 한 장으로 3달치 삭감액을 한 달에 전부 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1회 5만 원 한도 때문에, 30만 원을 전부 감급하려면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매월 5만 원 × 6회).
같은 달에 사유가 두 가지라면
동일 임금지급기에 두 건의 감봉 처분이 내려지면 각 처분의 1회 한도는 각각 적용하지만, 그 합산액은 해당 달 임금총액의 1/10을 넘을 수 없다. 예컨대 월급 300만 원 근로자가 같은 달 두 건으로 각각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으면, 처분별 5만 원씩 총 10만 원이 가능하고 다음달에도 10만 원,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되 월 30만 원 총액 한도는 절대 넘을 수 없다(행정해석 근기 68207-4期, 1994.3.22).
판례·행정해석이 말하는 무효 기준
① 징계사유 특정이 안 되면 취소된다 — 2015구합71403
의정부 소재 공군 부대 소속 근로자에게 ‘2012. 10.~2014. 5.’ 기간 동안 무단이탈을 이유로 감봉 1개월이 내려졌다. 법원은 징계사유의 기간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감봉 1개월 처분을 취소했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71403). 감봉이 유효하려면 징계사유의 일시·장소·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
② 양정 과다도 무효 — 2025부해OOO
노동위원회는 업무분장(안) 1건을 노조 간부에게 전송한 근로자에 대한 감봉 2개월 처분을 재량권 남용으로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해당 서류를 2차로 공유한 노조 간부에게는 견책만 내려진 점, 문서가 최종 결재 전 내부 초안이었던 점 등이 형평 기준으로 고려됐다. 징계 양정은 비슷한 수준의 비위행위와 비교해 합리적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③ 계약서에 감봉을 미리 약정해도 무효 — 2017고정2532
사용자가 ‘프로모션 계약서’에 일정 성과 미달 시 급여를 감봉하는 조항을 넣었으나, 법원은 이를 근기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위반으로 무효라고 보았다(서울중앙지법 2017고정2532).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약정하는 방식으로 감봉을 설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5단계 실무 가이드 — 감봉을 유효하게 처리하는 방법
Step 1 ─ 취업규칙에 감봉 조항이 있는지 확인
근기법 제95조는 ‘취업규칙에서 감급의 제재를 정할 경우’를 전제로 한다. 취업규칙에 아무런 감봉 규정이 없다면 감봉 처분 자체가 근거 없는 제재다. 단체협약이나 근로계약에 감봉을 정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제95조 한도를 넘을 수 없다.
확인 포인트: 취업규칙에 ① 감봉이 징계 종류로 열거되어 있는지, ② 감봉액의 한도가 근기법 제95조를 따른다고 명시되어 있는지를 점검한다.
Step 2 ─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특정
징계서에는 비위행위의 일시, 장소, 행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20XX년 X월경부터 Y월경까지 무단이탈’처럼 기간을 광범위하게 잡으면 법원에서 특정 불충분으로 취소될 수 있다. 사실 확인서, 출결기록, 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 증거를 갖춰야 한다.
Step 3 ─ 소명 기회 부여
근기법 제23조에 따른 정당한 징계는 절차적 정당성도 갖춰야 한다. 실무에서는 징계위원회 개최 전 서면 또는 구두로 해명 기회를 주는 것이 안전하다. 취업규칙에 ‘사전 소명’ 조항이 있다면 반드시 이행해야 하고, 없더라도 최소한 해명 기회를 줬다는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좋다.
Step 4 ─ 징계 양정의 형평성 검토
같은 또는 유사한 비위행위에 대해 이전에 다른 근로자에게 어떤 처분을 내렸는지 확인한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 노동위원회는 양정 과다로 부당징계 판정을 내릴 수 있다. 과거 징계 이력을 별도 문서로 관리하는 것이 실무상 유용하다.
Step 5 ─ 감급 한도 계산 후 급여 공제
징계 결정 후 급여 공제 시 반드시 이중 한도를 적용한다. 급여 명세서에 감급 공제 내역을 명시하고, 초과분은 그 달에 공제하지 않고 다음 달로 이월한다. 감봉 처분 후 이루어지는 실제 급여 삭감은 처분의 집행에 불과하며 별도의 징계 행위가 아니다(서울행정법원 2006구합33644).
자주 하는 실수
실수 1 — 성과급 삭감을 감봉처럼 설계
변동 성과급(흔히 ‘인센티브’)은 임금이 아닌 경우가 많아 감급 제한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일부 사업장에서 ‘성과급을 안 주겠다’는 방식으로 사실상 감봉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있다. 만약 해당 성과급이 지급 조건이 확정되어 이미 임금 청구권이 발생한 상태라면, 징계를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감급 제한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근로기준팀-1394, 2006.3.29).
실수 2 — 감봉 1개월 = 월급에서 한 달 치 공제라는 오해
‘감봉 3개월’을 선고한 뒤 당월 급여에서 그 달, 다음달, 그다음달 분 삭감액을 한꺼번에 공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1회 한도(평균임금 1일분 1/2)를 초과하는 위법이다. 감봉 6개월은 최소 6회에 걸쳐 집행해야 한다.
실수 3 — 4인 이하 사업장인데 한도 적용을 착각
상시 근로자 4명 이하 사업장에는 근기법 제95조 감급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5인 이상 사업장이 기준선이다. 단, 4인 이하라도 부당징계 금지(제23조)는 적용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실수 4 — 취업규칙을 최근에 개정했는데 불이익변경 절차를 누락
기존에 감봉 규정이 없던 취업규칙에 감봉 조항을 새로 추가하거나, 감봉 기준을 강화하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주목 포인트 — 상여금과 퇴직금 처리
고정 상여금(지급 조건이 확정적으로 정해져 있어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상여금)을 징계를 이유로 제한하면 감급 한도 규정이 적용된다. 반면 경영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변동 성과급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감급 제한을 받지 않는다(행정해석 근기 아254-19532, 1987.12.10).
퇴직금은 평균임금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감급 한도 산정 시 제외한다. 다만 취업규칙에서 징계 시 퇴직금 누진율을 달리 적용하는 경우, 그 결과가 법정 퇴직금보다 낮아지면 위법이다(대법 1994.4.12, 92다20309).
취업규칙 감봉 조항 문안 예시
아래는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취업규칙 표준 문안이다.
[제O조 감봉]
① 감봉이란 근로자의 일정한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로서 급여의 일부를 감액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② 감봉 처분을 할 경우 1회의 감급액은 평균임금 1일분의 2분의 1을 초과할 수 없으며, 총액은 해당 임금지급기의 임금총액의 10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95조).
③ 회사는 감봉 처분 전 당사자에게 사전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사업주 체크리스트
- 취업규칙에 감봉이 징계 종류로 명시되어 있는가
- 감봉액 한도가 근기법 제95조 기준을 준수한다고 취업규칙에 적혀 있는가
- 징계서에 비위행위의 일시·장소·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가
- 근로자에게 소명 기회(서면 또는 구두)가 부여되었는가
- 유사 비위행위에 대한 과거 처분 수준과 형평성이 맞는가
- 감급 1회 한도(평균임금 1일분 × 1/2)를 계산했는가
- 감급 총액 한도(해당 월 임금총액 × 1/10)를 초과하지 않는가
- 성과급 삭감인지 감봉인지 법적 성격을 구분했는가
- 5인 이상 사업장인지 확인했는가 (4인 이하는 제95조 미적용)
- 급여 명세서에 감급 공제 내역을 명시했는가
자주 묻는 질문
Q. 취업규칙에 감봉 조항이 없어도 감봉 처분을 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근기법 제95조는 취업규칙에 감급 규정을 둘 것을 전제로 한다. 근거 없는 감봉 처분은 부당징계에 해당합니다.
Q. 감봉 3개월이면 3달 치를 한 달에 몰아서 공제해도 되나요?
안 됩니다. 1회 공제 한도는 평균임금 1일분의 1/2이므로, 3달치를 모두 감급하려면 최소 여러 달에 나눠서 집행해야 합니다.
Q. 성과급을 안 주는 방식으로 감봉을 대신할 수 있나요?
성과급이 이미 지급 조건이 확정된 고정 상여금이라면 감급 한도 규정이 적용됩니다. 단순한 변동 성과급 미지급은 별도 판단이 필요합니다.
Q. 소명 기회 없이 감봉 처분을 내리면 무효인가요?
취업규칙에 소명 절차가 명시된 경우 이를 생략하면 절차 위반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취업규칙에 없더라도 소명 기회를 준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4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감봉을 얼마든지 해도 되나요?
제95조 한도 적용은 받지 않지만, 제23조(정당한 이유 없는 징계 금지)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됩니다. 근거 없는 감봉은 여전히 부당징계가 될 수 있습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