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개가 넘는 사업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20만 명이 일하고 있다. 제조업 현장, 농축산 농가, 어선 위. 그런데 이 사람들의 비자 만료일을 엑셀로 관리하는 인사담당자가 여전히 절반 이상이라면? 솔직히 이건 좀 충격적인 숫자다.
2026년, 고용허가제 쿼터가 8만 명으로 줄었다. 팬데믹 직후 16만 5천 명까지 치솟았던 도입 인원이 절반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숫자는 줄었지만, 관리의 복잡도는 오히려 올라갔다. 법무부는 올해 1월부터 외국인 고용정보 온라인 신고를 의무화했고, 직종·업종·연소득 세 가지를 15일 이내에 디지털로 보고해야 한다. 아날로그 관리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한 줄 요약: 외국인 인력이 줄어드는 시대, HR의 승부처는 ‘몇 명을 뽑느냐’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얼마나 빈틈없이 관리하느냐’로 이동했다.
쿼터는 반토막, 관리 부담은 두 배 — 숫자가 말하는 구조 변화
8만명
2026년 고용허가제(E-9) 도입 쿼터
고용노동부, 2026
60,785개소
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업장 수
고용행정통계, 2025.12
15일
고용변동 신고 의무 기한
법무부, 2026.1 시행
고용노동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팬데믹 이후 급증한 외국인 인력 수요가 안정화되었다.” 그래서 쿼터를 줄였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5만, 농축산업 1만, 어업 7천, 건설업 2천, 서비스업 1천. 나머지 1만은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탄력배정 물량이다.
쿼터가 줄었다는 건 ‘아무나 데려올 수 없다’는 뜻이다. 비수도권 제조업의 경우 추가고용 허용 비율이 20%에서 30%로 올랐지만, 이건 반대로 읽으면 수도권 사업장은 더 빡빡해졌다는 의미다. 제한된 인원을 데려오면서 관리 실패로 잃어버리는 건 이제 사업장이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핵심이다. 쿼터 축소 시대의 외국인 인력 관리는 ‘채용’이 아니라 ‘리텐션’이 승부처다. 힘들게 데려온 사람이 비자 만료를 놓쳐서, 혹은 신고 기한을 넘겨서 불법체류자가 되는 상황. 이걸 시스템이 아니라 담당자 기억력에 맡기고 있는 사업장이 아직도 많다.
2026년 디지털 전환 — 엑셀 관리의 종말이 시작됐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법무부의 ‘외국인 고용정보 온라인 신고 확대’다. 2026년 1월 2일부터 시행된 이 제도의 핵심을 짚어보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면 직종, 업종, 연소득 세 가지를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최초 등록 시점은 물론, 고용 상황이 바뀔 때마다. 기한은 15일. 상반기까지는 기존 서면 방식도 병행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디지털 신고만 받는다.
대상은 E계열(전문직), F계열(거주·가족), H-2(방문취업), D계열(사업·투자) 등 수익활동을 하는 거의 모든 비자 유형이다. 신고 방법은 두 가지다. 하이코리아(Hi Korea) 전자민원 포털에서 직접 입력하거나, 출입국관리사무소 방문예약 시 자동으로 데이터가 전송되는 방식.
사례 — 경기도 안산 제조업체 A사외국인 근로자 35명을 고용하는 A사는 기존에 엑셀 파일 하나로 비자 만료일, 근로계약 갱신일, 보험 가입 현황을 관리했다. 담당자 퇴사 후 파일 인수인계가 안 돼서 3명의 비자 만료를 놓쳤고, 과태료와 함께 다음 해 고용허가 신청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올해부터 클라우드 기반 HR 솔루션으로 전환해 비자 만료 60일 전 자동 알림, 신고 기한 D-5 리마인더를 설정했다.
차세대 EPS 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은 최신 여권 리더기 연동, 멀티브라우저 지원, 웹 기반 구직자 DB 관리 기능을 갖췄다. 구비서류를 사전 등록하면 신청 시 자동으로 불러오는 기능까지. 정부 시스템이 이 정도까지 왔는데, 개별 사업장의 HR 시스템은 아직 수기 장부 수준인 곳이 많다.
글로벌 HR 테크가 보여주는 방향 — 한국은 어디쯤인가
해외 HR 테크 시장에서는 외국인 인력 관리가 이미 하나의 큰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EOR(Employer of Record) 플랫폼들 — Deel, Remofirst, Oyster — 은 비자 추적, 현지법 컴플라이언스, 급여 정산을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처리한다. 73%의 글로벌 HR 리더가 “2026년 신규 채용의 절반 이상이 국제 인력이 될 것”이라 응답했고, 74%의 기업이 해외 채용 과정에서 최소 한 건의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경험했다.
한국의 상황은 좀 다르다. EOR보다는 고용허가제라는 정부 주도 시스템이 중심이고, 민간 HR 솔루션의 침투율이 낮다. 하지만 구조적 변화의 압력은 동일하다. 샤플(Shoplworks) 같은 국내 HR테크 스타트업이 외국인 채용 가이드와 비자 관리 기능을 내놓고 있고, 코워크(KOWORK)나 잡플로이(Jobploy) 같은 외국인 전문 채용 플랫폼도 성장 중이다.
핵심은 단순 채용 매칭을 넘어서, 온보딩부터 비자 갱신, 근로조건 변경 신고, 퇴직 정산까지의 전 라이프사이클을 디지털로 추적할 수 있느냐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한국 HR 시장의 가장 큰 갭이 존재한다고 본다. 정부 시스템(EPS)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는데, 사업장 내부의 관리 시스템은 그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실무자가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3가지
외국인 근로자 관리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채용까지만 신경 쓰고 이후는 방치하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채용 후 관리 의무가 상당히 무겁다.
비자 만료 관리 자동화. E-9 비자는 최초 3년, 연장 시 1년 10개월 추가. 재입국 특례까지 포함하면 최장 9년 8개월까지 가능하다. 이 타임라인을 수동으로 추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HR 시스템이나 최소한 구글 캘린더라도 만료 60일 전, 30일 전 알림을 걸어야 한다.
고용변동 신고 체크리스트. 채용, 퇴사, 근무처 변경, 임금 변동 — 모든 변동이 15일 이내 신고 대상이다. 7월부터는 온라인 전용이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프로세스가 돌아가려면 시스템에 체크리스트가 내장되어 있어야 한다.
근로조건 동일 적용 확인.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 근로시간 상한, 유급 휴가, 퇴직금, 산재보험, 건강보험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외국인이라서 다르게 처리해도 된다”는 건 불법이다. 급여 시스템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처리 로직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지 점검이 필요하다.
AI와 도구로 측정·자동화 가능한 부분
- 비자 만료·갱신 자동 알림: HRIS(Workday, SAP SuccessFactors) 또는 국내 솔루션(샤플, 플렉스)에 비자 만료일 필드를 추가하고 D-60, D-30, D-7 자동 알림 설정. 구글 시트 + Zapier 조합으로도 구현 가능
- 고용변동 신고 자동 트리거: 인사 이동·퇴직 처리 시 ‘외국인 여부’ 플래그를 체크해 Hi Korea 신고 태스크를 자동 생성. Notion이나 Jira 워크플로우로 15일 카운트다운 적용
- 다국어 온보딩 콘텐츠 자동 생성: Claude, GPT 등 LLM으로 취업규칙, 안전교육 자료를 베트남어·캄보디아어·인도네시아어 등 EPS 17개국 언어로 자동 번역. 수작업 번역 대비 비용 90% 이상 절감
- 컴플라이언스 대시보드: 전체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 상태, 신고 이행 여부, 보험 가입 현황을 한 화면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Power BI나 Looker Studio로 구축 가능
- EPS 시스템 연동 데이터 자동 수집: 차세대 EPS 포털의 API 또는 웹 크롤링으로 구직자 DB, 쿼터 현황, 신청 일정을 HR 시스템에 자동 반영
실무 시사점: 외국인 인력 관리는 더 이상 ‘총무팀이 알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쿼터 축소, 디지털 신고 의무화, 컴플라이언스 강화라는 세 가지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지금 HR 시스템에 외국인 근로자 관리 모듈이 없다면, 올 하반기 온라인 전용 신고 전환 전에 구축을 시작해야 한다. 답은 거창한 솔루션 도입이 아니다. 비자 만료 알림, 신고 기한 트래커, 다국어 온보딩 자료 — 이 세 가지만 시스템화해도 리스크의 80%는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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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고용노동부·KDI, “2026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8만명 도입” (2026)
- Korea.net, “Non-professional foreign worker quota for 2026 set at 191K” (2026)
- Jobploy, “Online Foreigner Employment Report System 2026” (2026)
- Seoulstart, “Korea’s Employment Permit System: How It Works” (2026)
- 한국산업인력공단, “차세대 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EPS)으로 중소기업 인력 지원” (2025)
- EWS, “The State of Global Onboarding: 2026 Compliance and Speed Benchmarks”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