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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공고를 올려도 사람이 안 오는 시대 — Low-Hire 교착기의 HR 전환 전략

채용 공고를 올려도 사람이 안 온다

올해 들어 HR 담당자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한탄이 있다. “공고는 올렸는데 지원이 안 와요.” 예전엔 한 자리에 수십 명이 몰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경력직 공고를 두 달째 열어놔도 적합한 후보가 손에 꼽힌다. 반대로 내부 인력을 내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 해고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현상에는 이름이 붙었다. ‘Low-fire, Low-hire’ — 해고도 안 하고, 채용도 안 하는 교착 상태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먼저 포착된 이 흐름은 이미 한국 기업에도 번지고 있다. 2025년 하반기 국내 취업자 증가 규모가 분기당 19~22만 명 수준이었지만, 2026년 1월에는 직접 일자리사업 지연 여파로 10.8만 명 증가에 그쳤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을 ‘어떻게든 쥐고 있는’ 쪽을 택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경기 순환의 문제만은 아니다. 채용 시장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한 줄 요약: 채용 시장이 구조적 교착에 빠지면서, HR은 ‘공고 → 지원 → 선발’의 전통 공식을 넘어 스킬 기반 재배치와 관계 중심 어트랙션으로 전환해야 한다.

‘Job Hugging’이 만든 인재 병목

채용이 안 되는 건 지원자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직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Job Hugging’이라 불리는 현상 — 현재 직장에 불만이 있어도 떠나지 않는 행태 — 이 글로벌 노동시장을 관통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차라리 여기 있자”는 심리가 경력직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 정체가 조직 내부에도 병목을 만든다는 것이다. 떠나야 할 사람이 안 떠나니, 새로운 역할을 맡을 사람도 들어오지 못한다. 승진 적체가 심해지고, 젊은 인재들은 “여기서는 올라갈 자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조용히 이력서를 고친다. 결국 움직이는 건 조직이 가장 붙잡고 싶은 사람들이다.

한국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2026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0,320원으로 확정되면서 임금 하한선은 올라갔지만, 명목임금 상승률은 2025년 4분기 4.7%로 반등한 후 다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금이 올라도 체감은 제자리인 상황에서, 이직의 기대수익이 줄어든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구조가 한국형 job hugging을 더 끈질기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본다.

10.8만 명

2026년 1월 취업자 증가 규모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6.3

10,320

2026년 최저임금 시간급 (2.9% 인상, 17년 만의 노사공 합의)

고용노동부, 2026

4.7%

2025년 4분기 명목임금 상승률 (정액급여 오름세는 둔화)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6.3

AI가 지원서를 걸러주는데, 왜 채용은 더 느려졌나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AI 채용 도구를 도입한 기업이 늘었는데, 채용 속도는 오히려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ATS(지원자 추적 시스템)가 이력서를 자동 필터링하고, AI가 역량 매칭 점수를 매기고, 심지어 면접 일정까지 잡아준다. 그런데 최종 합격까지 걸리는 시간은 줄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AI가 효율화한 건 ‘거르기’이지, ‘끌어오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채용 프로세스는 “많이 모아서 잘 걸러내자”는 전제 위에 설계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애초에 지원 풀 자체가 줄었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걸러도, 풀에 적합한 후보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AI 필터가 ‘키워드 매칭’에 최적화되면서, 전통적 이력서 형식에 맞지 않는 비전통적 경력자들이 자동 탈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스킬은 있지만 직함이 다른 사람, 산업을 전환하려는 경력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넘어오려는 지원자 — 이들이 알고리즘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건 좀 아쉬운 대목이다. 인재 풀을 넓혀야 하는 시점에, 기술이 오히려 풀을 좁히고 있으니 말이다.

사례 — 미국 스킬 기반 채용 전환미국에서는 전통적 학력·경력 요건 대신 실제 보유 스킬로 후보를 평가하는 ‘스킬 기반 채용(Skills-Based Hiring)’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메릴랜드, 유타 등 주정부가 공무원 채용 시 4년제 학위 요건을 삭제했고, IBM, 구글 등 빅테크도 상당수 직무에서 학위 요건을 없앴다. 이 방식으로 기업들은 기존 대비 최대 3배 넓은 인재 풀에 접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고가 아니라 관계가 사람을 데려온다

채용의 본질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 채용은 ‘모집’이었다. 공고를 올리고, 지원을 받고, 면접을 보고, 합격을 통보하는 일방향 프로세스. 그런데 지금 잘 채용하는 조직들은 다른 방식을 쓴다. 후보자와 ‘관계’를 만든다.

핵심 인재가 이직 시장에 나오기 전에 접점을 만들고, 조직의 문화와 비전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후보자가 “이 회사라면 가봐도 되겠다”고 느끼는 순간 자연스럽게 제안을 건넨다. 리크루팅이 아니라 어트랙션(attraction)이다.

이건 한국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IT 업계를 중심으로 테크 블로그, 컨퍼런스 발표, 오픈소스 기여를 통한 ‘고용주 브랜딩(Employer Branding)’이 채용의 핵심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비IT 업종, 특히 제조업·서비스업의 HR 부서가 여전히 잡포탈 공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게 있다. 내부 이동(Internal Mobility)이다. 외부에서 데려오는 게 어려워진 만큼, 이미 조직 안에 있는 사람을 새로운 역할로 재배치하는 역량이 HR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하나는 스킬 인벤토리를 구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서 간 이동에 대한 조직 문화적 저항을 낮추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서 “타 부서 인력을 빼간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연구 인재마저 떠나는 시대의 경고

채용 교착의 여파는 고급 인재 시장에서 더 극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에서 훈련받은 연구 인재들이 해외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자 정책 불확실성, 연구비 삭감, 기업의 R&D 투자 둔화가 맞물리면서 ‘두뇌 유출(Brain Drain)’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도체, 바이오, AI 분야의 핵심 연구 인력이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국내 처우와 연구 환경이 해외 대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인재가 빠져나갈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드는 한국에서 고급 인재 한 명의 이탈은 단순한 충원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문제다.

서비스업이 고용을 주도하고 제조업·건설업 고용이 감소하는 현재의 산업 구조 재편은, 결국 어떤 스킬을 가진 인재가 어디로 흘러가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HR이 이 흐름을 읽지 못하면, 채용은 점점 더 ‘운’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HR은 지금 무엇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채용 전략이 아니라 인재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채용은 인재 전략의 한 부분일 뿐이다. 공고를 더 잘 쓰고, AI 필터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것은 전술이지 전략이 아니다.

스킬 기반 접근은 단순히 학력 요건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 역량을 가진 사람을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탐색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 체계가 작동하려면, 직무 기술서(JD)부터 달라져야 한다. “경력 5년 이상, 관련 학과 졸업”이 아니라 “Python 기반 데이터 파이프라인 설계 가능, 비정형 데이터 분석 경험 보유” 같은 구체적 스킬 명세가 필요하다.

내부 재배치를 일상화하는 것도 핵심이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내부 커리어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다른 부서의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걸 바로 도입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부서 간 ‘인재 공유 프로토콜’부터 만들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후보자 경험(Candidate Experience)을 재점검해야 한다. AI가 거르기를 담당하더라도, 후보자가 접하는 모든 접점에서 ‘이 조직은 나를 개인으로 본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자동화된 불합격 메일 한 통이 고용주 브랜드에 남기는 흔적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 실무 시사점: 채용 교착기에 HR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은 기존 직무 기술서를 스킬 명세로 전환하고, 내부 인재의 보유 역량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외부 채용이 어려울수록, 이미 가진 인재를 다시 발견하는 눈이 필요하다.

#채용전환 #스킬기반채용 #인재재배치 #HR전략 #고용주브랜딩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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