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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인당 동시 변화 14건 — 조직개편 시대, HR은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직원 한 명이 감당하는 동시 변화, 14건

2016년만 해도 한 직원이 동시에 경험하는 조직 변화는 5건 안팎이었다. 2022년에 10건으로 두 배가 됐고, 2025년에는 14건까지 치솟았다. 조직개편, 디지털 전환, AI 도입, 문화 혁신 — 이 모든 게 동시에 밀려온다. 직원들의 변화 수용 의지는 2016년 74%에서 43%로 추락했다(Gartner, 2024). 변화가 많아진 게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그게 핵심이다.

McKinsey가 15개국 1만 명 이상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State of Organizations 2026’)에서 응답자의 72%가 “우리 조직은 다가올 변화에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75%의 조직이 고성과 문화 구축에 실패하고 있다는 결과도 함께 나왔다. 개편은 일상이 됐는데, 정작 조직은 그 변화를 소화할 체력이 없는 셈이다.

한 줄 요약: 조직개편이 상시화된 시대, HR의 역할은 ‘관리자’에서 ‘조직 설계자’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숫자가 말하는 조직개편의 현주소

72%

경영진 중 “변화에 준비 안 됐다” 응답 비율

McKinsey, 2026

14

직원 1인당 동시 경험하는 조직 변화 수

Gartner, 2025

43%

직원의 변화 수용 의지 (2016년 74%에서 하락)

Gartner, 2024

79%

조직 재설계 실행 완료율 (2014년 51%→)

McKinsey, 2025

개편은 늘었는데, 성공도 늘었을까

솔직히 의외의 데이터가 있다. McKinsey의 조직 재설계 추적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재설계의 79%가 실행까지 완료되었다. 2014년의 51%와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개선한 비율도 21%에서 63%로 세 배 가까이 올랐다.

그런데 이 숫자를 곧이곧대로 읽으면 안 된다. ‘실행 완료’와 ‘사람들이 따라온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사람을 중심에 놓은 조직은 향후 10년간 최상위 재무 성과를 유지할 가능성이 4배 높고, 변혁 과정에서 직원 참여를 적극 유도한 기업은 초과 주주수익률이 2배에 달한다. 결국 개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데려가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가장 아쉽다. 한국 기업 현장에서 조직개편은 대부분 위에서 설계하고 아래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HR은 인사발령 공문을 돌리는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데이터가 “사람 중심 설계가 4배 성과”라고 말하는데, 정작 그 설계를 책임져야 할 HR은 실행의 끝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8억 6,500만 달러짜리 교훈

사례 — 액센추어의 AI 중심 구조조정2025년 액센추어는 약 22,000명의 인력을 감축하면서 8억 6,5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의 구조조정 비용을 집행했다. 단순 감원이 아니었다. 55만 명 이상의 직원에게 생성형 AI 교육을 실시하고, “리스킬링이 불가능한 영역은 빠르게 분리하되, 핵심 인력은 AI 역량으로 전환한다”는 3단계 인재 전략을 세웠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HR이 단순 실행자가 아니라 전략 설계의 한 축을 맡았다는 것이다. 액센추어는 2026 회계연도에 오히려 전체 인력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구조조정과 채용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 설계다.

한국 기업은 어디쯤 와 있나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86.7%가 이미 인사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 2025). 글로벌 AI 채용 도입률 43%와 비교하면 놀라운 속도다. HR 조직 리더의 52%가 2026년에 AI 에이전트를 팀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도구의 도입 속도는 빠르다.

이건 좀 냉정하게 짚어야 할 부분인데, 도구를 도입하는 것과 조직을 재설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AI 면접 솔루션을 깔아놓고 “디지털 전환 완료”라고 보고하는 기업이 여전히 많다. HR 담당자 206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설문에서 차세대 역량으로 커뮤니케이션(58.6%), AI 활용(51.9%), 리더십(50.4%)이 꼽혔다. 여기서 빠진 것이 있다 — 조직 설계 역량이다. 조직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능력은 아직 HR의 핵심 역량 목록에 올라오지 못했다.

HR은 워크플로우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

변화 피로(Change Fatigue)라는 단어가 HR 현장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Gartner 조사에서 HR 리더의 73%가 “직원들이 변화 피로를 겪고 있다”고 인정했고, 75%는 “관리자들이 변화를 이끌 역량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변화를 설계하는 사람(HR)도, 변화를 실행하는 사람(관리자)도, 변화를 겪는 사람(직원)도 모두 지쳐 있는 구조다.

그렇다면 답은 변화를 줄이는 것일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McKinsey가 제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리더 간 정렬(alignment), 핵심 프로세스의 근본적 재배선(rewiring), 사람에 대한 투자, 그리고 고성과 문화에 대한 지속적 집중 — 이 네 가지가 재설계를 가치 창출로 연결하는 고리다.

여기서 HR의 역할이 달라진다. 단순히 인사발령을 처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 업무는 사람이 해야 하는가, AI가 해야 하는가, 외부 파트너에게 맡겨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워크플로우 엔지니어로의 전환이다. 조직도 위의 칸을 채우는 일에서, 일의 흐름 자체를 설계하는 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Gartner의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실마리를 준다. 관리자가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조성했을 때 변화 피로가 46% 감소했고, 의도적으로 회복 기간을 설계했을 때 직원 성과가 26% 향상됐다. 변화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변화 사이의 간격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HR이 해야 할 새로운 종류의 일이다.

설계자의 자리를 비워두면 안 되는 이유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2024년 70.0%에서 2072년 47.6%로 급감할 전망이다. 일할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시대에, 조직을 어떻게 짜느냐는 더 이상 경영진만의 숙제가 아니다. 인간과 AI, 정규직과 프리랜서, 본사와 원격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조직에서 “누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역할 — 그 자리에 HR이 앉지 않으면 누가 앉겠는가.

조직개편을 통보하는 부서에서, 조직개편을 설계하는 부서로. 그 전환의 첫 단추는 HR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 정의를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지금 당신의 조직에서 HR은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가?

💡 실무 시사점: 조직개편 시 HR은 실행 말단이 아니라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 변화의 양보다 ‘변화 사이의 회복 기간’을 설계하는 것이 직원 피로를 줄이는 핵심 레버다. AI 도구 도입과 조직 재설계는 별개의 과제 — HR의 역량 목록에 ‘조직 설계’를 명시적으로 추가할 때다.

#조직개편 #HR역할변화 #변화관리 #조직설계 #디지털전환 #변화피로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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