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채용이 늘어나는데, 왜 조직은 똑똑해지지 않을까
2026년 한국 채용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경력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채용 수요가 가장 높은 연차는 4~7년차로 전체의 49.7%를 차지한다. 직무중심 채용을 강화하겠다는 기업도 72.2%에 달한다. 숫자만 보면 한국 기업들이 드디어 ‘사람이 곧 전략’이라는 인식에 도달한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경력직을 공들여 뽑아놓고 6개월 만에 “역시 우리 조직 문화엔 안 맞아”라며 보내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봤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지식과 경험이 조직 안에서 흐를 수 있는 구조가 없다는 데 있다.
한 줄 요약: 채용은 빈자리 채우기가 아니라 ‘조직 학습’의 통로다 — 이 통로가 작동하려면, 인재관리 시스템의 공정성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채용은 충원이 아니라 학습이다 — ‘Learning by Hiring’ 연구가 말하는 것
MIT 슬론 경영대학원이 2026년 봄호에서 다룬 ‘Learning by Hiring’ 연구는 채용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핵심 발견은 세 가지다.
하나는 조직의 기존 지식 구조가 외부 인재의 지식 흡수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내부 업무 프로세스가 촘촘하게 엮여 있을수록, 새로운 사람이 가져온 지식은 오히려 벽에 부딪힌다. 기존 방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할수록 “그건 여기선 안 돼”라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다른 하나는 ‘제너럴리스트 직원’의 역할이다.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제너럴리스트가 조직 내에 있을 때 외부 채용자의 지식이 팀 전체로 퍼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들이 일종의 ‘번역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발견이 가장 뼈아프다. 위기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여러 명을 동시에 채용하면, 오히려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새로 온 사람들끼리 서로 다른 방향의 조언을 쏟아내면서, 명확성이 아닌 혼란이 커진다. 구조조정 직후 급하게 경력직을 대거 채용하는 한국 기업의 패턴과 정확히 겹치는 대목이다.
49.7%
2026년 채용 수요 1위 연차 — 4~7년차 경력직 비중
한국경영자총협회, 2026
72.2%
직무중심 채용 강화를 올해 핵심 트렌드로 꼽은 기업 비율
한국경영자총협회, 2026
54.8%
수시채용만 실시하는 기업 — 공채 시대의 종언
한국경영자총협회, 2026
지식이 스며들지 못하는 조직의 공통점
그렇다면 채용을 통한 학습이 실패하는 조직에는 어떤 공통된 특징이 있을까. 연구를 종합하면, 결국 ‘공정성의 부재’로 수렴한다.
평가와 승진 기준이 불투명한 조직에서 외부 채용자는 방어적이 된다.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면 그 공로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 성과 기여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지식 공유를 가로막는다. 한국 직장인 대상 조사에서 인사평가에 불만족하는 이유 1위가 ‘평가 방법과 기준이 공정하지 못해서'(49.2%)라는 점은 이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MIT 슬론이 같은 시기에 발표한 ‘공정한 인재관리를 위한 세 단계’ 연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연구진은 인재관리 시스템에 세 가지 정의(justice)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배적 정의란 보상과 기회가 기여에 비례하는가의 문제다. 절차적 정의는 평가와 의사결정 과정 자체가 투명하고 일관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상호작용적 정의는 관리자가 구성원을 존중하며 피드백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건 좀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현장에서는 “내 팀장이 나한테 왜 이 평가를 줬는지 설명해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 하나로 압축된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외부에서 아무리 뛰어난 인재를 데려와도 그 사람의 지식은 조직에 스며들지 못한다. 연구진의 표현을 빌리면, “인재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지는 것(talent is nurtured, not simply found)”이다. 공정한 시스템이 전제되지 않으면 키울 토양 자체가 없는 셈이다.
사례 — 골드만삭스의 내부이동 전략골드만삭스 인적자원관리 총괄 재클린 아서(Jacqueline Arthur)는 조직 민첩성의 핵심을 ‘내부이동(internal mobility)’에서 찾는다. “직원 개발에서 직원 우선(employee-first) 관점을 갖추도록 관리자를 교육한다”는 그의 설명은 단순하지만, 실행의 깊이가 다르다. 최고의 기회가 반드시 현재 팀 안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관리자 스스로 인정하게 만드는 것 — 이것이 골드만삭스가 금융업계에서 ‘인재 밀도(talent density)’가 동종 업계 평균 대비 3 표준편차 이상 높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리더십 역량 모델, 그 자체가 편향의 원천이 될 때
공정성을 이야기할 때 흔히 놓치는 지점이 있다. 평가 기준을 정하는 ‘리더십 역량 모델’ 자체가 편향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조직이 “리더란 이런 사람이다”라는 역량 프레임을 만들어두고, 이를 승진과 발탁의 기준으로 삼는다. 문제는 이 프레임이 대개 기존 리더들의 특성을 역추적해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과 비슷한 사람’이 계속 선발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외부에서 다른 경험과 관점을 가진 사람을 데려와도, 기존 모델에 맞지 않으면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아쉽다, 한국 기업 대부분이 여전히 이 함정 안에 있다. 2026년 채용 트렌드 조사에서 신규채용 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직무 관련 업무 경험'(67.6%)이 압도적이었다. 직무 경험을 중시하는 것 자체는 진일보지만, 채용 이후 그 경험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보상받는지에 대한 시스템 설계는 여전히 후순위다. 들어올 때는 경험을 보고 뽑지만, 들어온 뒤에는 기존 조직의 잣대로 줄 세우는 이중 기준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래서, 우리 조직의 채용은 학습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몇이나 될까.
경력직 채용 비중은 매년 늘고 있고, 직무중심 채용이라는 말도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채용 이후 벌어지는 일들 — 온보딩 과정에서의 지식 공유, 성과 평가에서의 외부 경험 인정, 내부이동을 통한 역량 확산 — 은 여전히 설계되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 있다. 채용을 ‘학습의 통로’로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 즉 인재관리 시스템 전반의 공정성 재설계는 아직 시작도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핵심이다 — 문제는 ‘좋은 사람을 못 뽑아서’가 아니라, ‘뽑은 사람의 지식이 흐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해서’다. 채용 예산을 늘리기 전에, 인재관리 시스템의 공정성부터 점검하는 것이 순서다. 역설적이지만, 채용의 ROI는 채용팀이 아니라 평가·보상·이동 시스템이 결정한다.
실무 시사점: 경력직 채용 후 6개월 이내 퇴사율이 높다면, 채용 기준이 아니라 온보딩과 평가 시스템의 공정성을 먼저 점검하라. 외부 인재의 지식이 조직에 스며들려면, 성과 기여를 투명하게 인정하는 절차적 정의와 내부이동을 장려하는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리더십 역량 모델이 기존 리더의 복제본을 찍어내고 있지 않은지 역점검하는 것도 이 시점에서 필요한 작업이다.
#인재관리공정성#경력직채용#조직학습#내부이동#평가시스템
참고 링크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Three Things to Know About Learning by Hiring” (2026)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Three Steps Toward Fairer Talent Management” (2026)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How Goldman Sachs Stays Agile: HR Leader Jacqueline Arthur” (2026)
- 한국경영자총협회, “2026년 신규채용 실태조사 결과” (2026)
- 월간 인재경영, “직장인 10명 중 7명 인사평가 ‘불만족’…공정하지 못해서” (2022)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