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이주노동자 110만 명 시대 — 그 중 38만 명이 미등록 ‘투명인간’ 상태이고, 정부는 외국인고용법 적용 범위를 ‘일하는 모든 외국인’으로 확장하는 3대 전환을 예고했다. 비자·체류 중심에서 노동시장 통합 관리로의 패러다임 이동이 시작된다.
110만 명, 그런데 38만 명은 ‘투명인간’
국내 이주노동자가 110만 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다다. 그런데 이 중 약 38만 명은 미등록(불법체류) 상태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실상의 ‘투명인간’이다.
110만 명
국내 이주노동자 (역대 최다)
고용노동부
38만 명
미등록 이주노동자
법 보호 사각지대
8만 명
2026년 E-9 쿼터 (-38%)
전년 13만 명
고용노동부는 4월 3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이주노동정책의 미래, 통합적 정책지원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주노동자 정책이 비자·체류 관리 중심에서 노동시장 통합 관리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단순한 수치 뉴스가 아니다.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전환점이다.
쿼터는 줄었는데, 미등록자는 늘었다
2026년 고용허가제(E-9) 쿼터는 8만 명이다. 전년 13만 명에서 38%나 축소됐다. 그런데 역설이 있다.
- 2025년 실제 입국률: 쿼터 13만 명 중 47.1%(약 6.1만 명)만 입국
- 미등록 이주노동자: 약 38만 명으로 오히려 증가 추세
- 제도 밖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제도 안 외국인보다 많은 상황
합법 통로를 좁히면 불법 체류가 줄어들 거라는 가정이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법은 누구를 보호하고 있나 — 외국인고용법의 구조적 한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은 사실상 E-9 비자 소지자만을 위한 법이다. H-2(방문취업), E-7(특정활동) 등 다른 취업비자 소지 외국인에게는 취업지원, 직업훈련, 산재 예방 교육 같은 보호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주요 쟁점 조항을 정리하면:
- 제2조(외국인근로자 정의) — “국내 소재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넓게 정의해놨지만, 실제 지원 체계는 E-9에 집중
- 제22조(차별금지) —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적 처우 금지”를 명시하지만, 이행 감독 체계가 미비
- 제25조(사업장 변경) — 법정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고, 기본 기간 중 3회, 연장 기간 중 2회로 제한
특히 제25조 사업장 변경 제한이 핵심 쟁점이다. 사용자의 귀책사유(임금체불, 폭행 등)가 입증되어야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헌재는 “합헌”이라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 2020헌마395 결정에서 사업장 변경 제한에 대해 재판관 7: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외국인력 도입 제도에는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반대의견 2인의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사업장 변경 사유가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충북 공장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식사를 0.5인분만 주고 욕설을 한 사례(MBC, 2026.04.01)가 보도되기도 했다.
주의 — 사업장 변경 제한의 분쟁 위험 외국인고용법 제25조의 사업장 변경 제한은 사용자 귀책사유 입증을 노동자에게 요구한다. 헌재 합헌(2020헌마395) 결정 이후에도 ‘현대판 노예제’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사업장 이동 제한 완화 논의를 인사 전략에 반영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38만 사각지대의 실제 — 산재·임금체불·건강보험 공백
미등록 이주노동자 38만 명이 마주하는 현실은 법 조문보다 훨씬 가혹하다. 노동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세 가지 구조적 공백이 있다.
첫째, 산업재해 신청 회피. 미등록 상태에서 산재를 신청하면 체류 자격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상을 당하고도 신고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복지공단은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산재보상을 처리하도록 되어 있지만(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 적용 범위), 현장에서는 이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임금체불 구제의 벽.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관련 임금체불 사건은 매년 수천 건에 달하지만, 미등록 상태이면 진정(고소)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체불임금을 받아낸 뒤 강제출국 처리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임금체불 피해 신고율은 실제 피해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다.
셋째, 건강보험 사각지대. E-9, H-2 비자 소지자는 사업장 가입자로 건강보험 의무 적용을 받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증 질병이나 산업재해 시 진료비 전액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이는 치료를 포기하거나 증상을 방치하다 악화되는 사례로 이어진다.
이 세 가지 공백은 이주노동자가 ‘사각지대’에 머무르는 것이 단지 법적 지위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준다.
정부가 꺼낸 카드 — ‘3대 전환’
토론회에서 드러난 정부의 방향은 세 가지다:
- 비자·체류 중심 → 노동시장 중심 통합 관리 — 현재 법무부(비자)와 고용부(E-9)로 이원화된 정책을 일원화
- ‘외국인력 통합지원 TF’ 구성 — 관계부처, 노사, 전문가 참여, 2026년 상반기 중 로드맵 확정
- 외국인고용법 적용 범위 확대 — E-9뿐 아니라 “일하는 모든 외국인”으로 확장 추진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입 이후 인적자원관리 및 노동시장 정책이 연계되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기선 충남대 교수는 “외국인고용법 적용 범위를 전체 외국인노동자 대상으로 전환하는 법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거나 고용 예정인 사업장이라면 다음을 체크해야 한다:
- 비수도권 제조업 사업장 — 추가고용 한도가 20%에서 30%로 상향됨. E-9 인력 추가 확보 여지 확대
- 서비스업 사업장 — 고용 가능 업종이 확대됨(식육운송업 상하차 직무 등). 업종 해당 여부 확인 필요
- 장기근속 외국인 보유 사업장 — 장기근속 특례(E-9) 신설로 체류기간 우대, 직업훈련 제공 가능
- 차별금지 의무 재점검 — 외국인고용법 제22조에 따라 임금, 근로시간, 복리후생에서의 차별은 위법. 법 적용 범위 확대 시 감독 강화 예상
- 사업장 변경 관련 분쟁 대비 — 사업장 이동 제한 완화 논의가 진행 중이므로, 중장기적으로 인력 이탈 가능성까지 고려한 인사 전략 필요
실무 포인트 — 산재·차별금지 점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는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산재보상을 적용하므로, 미등록자라도 산재 신청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사업장 안내에 명시하면 분쟁·진정 리스크가 줄어든다. 외국인고용법 제22조 차별금지 의무도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
110만의 다음 장
이주노동자 110만 명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문제는 법과 제도가 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고용법이 E-9 비자 중심에서 “일하는 모든 외국인”으로 확장되면, 한국 노동시장의 판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사업장 변경 제한 완화, 직업훈련 체계 구축,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 모두 올해 상반기 로드맵에 담길 의제다.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할 시점이다. 38만 명의 투명인간을 법의 울타리 안으로 들여올 수 있을지, 상반기 TF의 결과물이 결정적이 될 것이다.
💡 시사점:
① 쿼터 축소 ≠ 미등록 감소 E-9 쿼터를 38% 줄였지만 미등록자 38만 명은 오히려 증가 — 합법 통로를 좁히면 불법 체류가 줄어든다는 가정이 현실에서 깨지고 있다.
② 법 적용의 전환점 외국인고용법이 E-9 비자 중심에서 ‘일하는 모든 외국인’으로 확장되면, H-2·E-7 보호의 빈틈과 미등록자의 산재·체불·건강보험 사각지대가 본격적으로 메워질 수 있다.
③ TF 결과물이 결정적 2026년 상반기 외국인력 통합지원 TF의 로드맵이 사업장 변경 제한 완화·직업훈련 체계·사회보험 적용 범위의 향배를 가른다.
#이주노동자#외국인고용법#사업장변경
자주 묻는 질문
Q. 110만 명, 그런데 38만 명은 ‘투명인간’, 어떻게 되나요?
국내 이주노동자가 110만 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다다.
Q. 쿼터는 줄었는데, 미등록자는 늘었다, 어떻게 되나요?
2026년 고용허가제(E-9) 쿼터는 8만 명이다.. 전년 13만 명에서 38%나 축소됐다.
Q. 법은 누구를 보호하고 있나 — 외국인고용법의 구조적 한계, 어떻게 되나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은 사실상 E-9 비자 소지자만을 위한 법이다.. H-2(방문취업), E-7(특정활동) 등 다른 취업비자 소지 외국인에게는 취업지원, 직업훈련, 산재 예방 교육 같은 보호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Q. 38만 사각지대의 실제 — 산재·임금체불·건강보험 공백, 어떻게 되나요?
미등록 이주노동자 38만 명이 마주하는 현실은 법 조문보다 훨씬 가혹하다.. 노동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세 가지 구조적 공백이 있다.
Q. 정부가 꺼낸 카드 — ‘3대 전환’, 어떻게 되나요?
토론회에서 드러난 정부의 방향은 세 가지다:
비자·체류 중심 → 노동시장 중심 통합 관리 — 현재 법무부(비자)와 고용부(E-9)로 이원화된 정책을 일원화
‘외국인력 통합지원 TF’ 구성 — 관계부처, 노사, 전문가 참여, 2026년 상반기 중 로드맵 확정
외국인고용법 적용 범위 확대 — E-9뿐 아니라 “일하는 모든 외국인”으로 확장 추진
이규용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