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처벌 받아도 돈은 못 받는다 —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2019년 12월 31일, A씨는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30일 전 예고도 없이. 2,004,000원짜리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권리가 생긴 것이다. A씨는 분했다. 2020년 6월, 사장과 공동경영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2022년 벌금, 2023년 또 벌금. 형사재판이 줄줄이 피고에게 불리하게 끝났다.
그런데 A씨는 한 가지를 놓쳤다. 형사 처벌은 민사 돈 청구와 별개라는 사실이다. 2023년 8월, 이제야 민사소송을 냈다. 법원의 답변은 냉정했다. 해고일 다음 날인 2020년 1월 1일부터 3년이 경과했습니다. 소멸시효 완성. 대구지방법원 2023나323642 판결이다.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은 짧고, 기산점은 생각보다 빨리 달려온다. 어떻게 계산하고, 어디서 막히는지 — 판례 4선으로 정리한다.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 기본 구조부터
근로기준법 제49조는 단순하다.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여기서 임금에는 통상임금, 연장·야간·휴일수당, 연차수당, 해고예고수당, 퇴직금까지 포함된다. 퇴직금은 퇴직급여보장법 제10조로 별도 3년을 적용하지만 결론은 같다.
핵심은 기산점(起算點)이다. 3년의 카운트다운이 언제 시작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 매월 임금: 각 지급 약정일마다 개별 기산. 2022년 1월 임금은 2025년 1월에 소멸, 2022년 6월 임금은 2025년 6월에 소멸.
- 퇴직금: 퇴직일 다음 날부터 기산. 2022년 3월 31일 퇴직이면 4월 1일부터 3년.
- 해고예고수당: 해고일 다음 날부터 기산(2023나323642 판결 기준).
- 연차수당: 연차 소멸일 다음 날부터 기산(판례에 따라 다름).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4판례 비교
| 사건 | 쟁점 | 결과 | 핵심 판단 |
|---|---|---|---|
| 2023나323642 (대구지법 2024) |
형사고소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가 | ❌ 근로자 패소 청구 기각 |
형사고소·형사재판 ≠ 재판상 청구. 시효 중단 불인정. 해고일 다음 날 기산 → 3년 경과 후 소 제기 |
| 2020나649 (광주지법 2020) |
합의 재입사 후 이전 기간 퇴직금 기산점 | ❌ 근로자 패소 1심 취소 |
2015년 합의 퇴직으로 근로관계 단절 → 이전 퇴직금 기산점 2015.4.30 → 2017년 퇴직까지 3년 초과 → 시효 완성 |
| 2011나80939 (항소심 2012) |
퇴직금 중간정산 기산점은 언제인가 | ✅ 근로자 일부 승소 | 중간정산 이후 기간 → 중간정산 기준일부터 기산. 최초 입사~재입사 전날 기간 → 최종 퇴직일 기산. 기산점 분리로 근로자 유리 |
| 2017가단529422 (광주지법 2018) |
해고무효 판결 확정 후 미지급 임금 청구 | ✅ 근로자 일부 승소 | 해고일(2015.5.22)부터 복직 시까지 임금 전액 인정. 각 월 임금은 해당 지급일 기산 → 소송 시점(2018년)이 각 채권 3년 이내 |
승패를 가른 핵심 — 3가지 함정
함정 1. 형사고소를 믿으면 안 된다
2023나323642 사건이 명확하게 확인해준 원칙이 있다. 형사고소는 민사 소멸시효를 절대 중단시키지 않는다. 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다18124 판결부터 이어온 일관된 입장이다.
형사소송은 국가가 피고인의 형벌을 묻는 절차다. 피해자가 내 돈 돌려달라는 민사 채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다.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까지 신청하지 않는 한, 고소는 시계를 멈추게 하지 못한다. A씨가 고소장을 낸 2020년 6월에 동시에 민사소송을 냈다면 결과는 달라졌다.
함정 2. 합의 재입사는 이전 기간 시효 카운터를 켠다
2020나649 사건의 인터넷 개통기사는 2010년부터 일했다. 그런데 2015년 단체협약에 따라 합의 퇴직 후 정규직으로 재입사했다. 이전 기간(2010~2015) 퇴직금을 2017년 최종 퇴직 시 청구했다.
법원은 2015년 4월 30일을 기산점으로 잡았다. 합의로 근로관계가 단절됐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30일 기산이면 소멸은 2018년 4월 30일. 2017년 6월에 퇴직했다고 2017년이 기산점이 아니다. 재입사 전에 이전 기간 퇴직금을 즉시 정산받거나, 별도로 시효를 중단시켜야 했다.
함정 3. 중간정산은 기산점을 분리한다 — 이건 근로자에게 유리
2011나80939 사건은 반대 방향이다. 중간정산이 있으면 기산점이 분리된다. 중간정산 이후 기간의 퇴직금은 중간정산 기준일부터 기산되지만, 중간정산을 하지 않은 최초 입사~재입사 전날 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최종 퇴직일에 발생한다. 오래된 기간의 퇴직금도 최종 퇴직일을 기준으로 3년 이내라면 청구 가능하다는 의미다.
해고무효 기간 임금은 각 월 기준으로
2017가단529422 사건처럼 부당해고가 인정된 경우, 해고일부터 복직까지의 임금도 각 월 지급일마다 개별 기산된다. 이 사건에서 근로자는 2015년 5월 해고 후 2018년 5월에 임금 청구 소송을 냈고, 각 월 임금채권이 모두 3년 이내여서 59,912,160원 전액을 인정받았다. 복직 소송이 길어질수록 초기 월 임금부터 소멸될 수 있으니, 부당해고를 다투는 동안에도 임금 청구 소송을 병행하는 게 안전하다.
임금채권 소멸시효 실무 체크리스트
- ✅ 퇴직 직후: 미지급 임금·수당 항목 전체 리스트업, 기산점 달력에 기재
- ✅ 형사고소 시: 동시에 지급명령 또는 민사소송 제기 — 고소만으로는 시효 중단 안 됨
- ✅ 합의 재입사 시: 이전 기간 퇴직금 즉시 정산받거나, 지급 약정서에 기산점 명기
- ✅ 부당해고 다투는 중: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시효 중단 효력 있음(민법 제170조). 단 판정 후 6개월 이내에 민사소송 제기 필요
- ✅ 기산점 계산 기준: 퇴직금→퇴직일 다음날 / 월급→각 지급약정일 / 연차수당→연차 소멸일 다음날
- ✅ 시효 중단 방법: ①민사소송 제기 ②지급명령 신청 ③노동위원회 구제신청 ④내용증명(6개월 유예, 그 안에 확정 조치 필수)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형사고소를 먼저 하고 처벌받으면 돈은 따라올 것이라고 기다리는 경우입니다. 형사재판 결과를 받아들고 뒤늦게 민사를 찾아오면 이미 3년이 지난 경우가 많습니다. 고소장을 내는 날 동시에 지급명령 또는 민사소송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소가 3천만 원 이하라면 소액심판 절차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 줄 정리
임금채권 3년 시효는 지급일부터 달린다 — 형사고소는 시계를 멈추지 않는다. 받아야 할 돈이 있다면, 고소장과 지급명령 신청서를 같은 날 제출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퇴직금 소멸시효 기산점은 퇴직일인가요, 14일 지급기한인가요?
퇴직일 다음 날부터 기산됩니다. 14일 지급기한은 연체 가산금 산정 기준이고, 소멸시효 기산점과는 다릅니다.
Q.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면 소멸시효가 멈추나요?
멈춥니다. 단 판정 후 6개월 이내에 민사소송을 별도로 제기해야 시효 중단 효력이 유지됩니다.
Q. 연차수당 소멸시효는 언제부터인가요?
연차 소멸일 다음 날부터 기산됩니다. 재직 중 미사용 연차수당은 퇴직 후 더 빠르게 소멸되므로 유의하세요.
Q. 내용증명을 보내면 소멸시효가 중단되나요?
내용증명(최고)은 6개월간 시효 완성을 유예합니다. 하지만 그 6개월 안에 민사소송 등 확정적 조치를 해야 최종 중단됩니다. 내용증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Q. 해고 기간 임금도 소멸시효가 적용되나요?
적용됩니다. 해고무효를 다투는 중에도 각 월 임금채권은 해당 지급일부터 개별적으로 시효가 진행됩니다. 복직 소송이 길어지면 초기 기간 임금이 먼저 소멸될 수 있으니 임금 청구 소송을 병행하세요.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