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하청 근로자를 직접 지휘·감독했다면, 그 원청은 노동법상 ‘사용자’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사건에서 이를 명확히 판시했고, 지금 이 법리는 급식·용역·제조업 전반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한화오션 급식 위탁 노동자들이 원청을 교섭 테이블에 세운 최근 경남지노위 결정은, 바로 이 판례의 현실 적용이다.
한 줄 요약: 2010년 대법원 2007두8881·2007두9075 판결이 정립한 ‘실질적 지휘·감독’ 기준이 16년이 지난 지금 급식·조선·물류로 확산되고 있다. 형식이 도급이어도 원청이 직접 지시하면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이고, 2년 초과 사용 시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 계약서 제목은 방패가 되지 않는다.
한화오션 급식 노동자, 원청과 교섭하다
2026년 초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급식을 담당하는 위탁업체 웰리브지회의 단체교섭 요구를 인정했다.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을 맺은 상대는 위탁업체(웰리브)이지만, 경남지노위는 원청인 한화오션을 교섭 당사자로 인정했다.
판단 근거는 세 가지였다. 첫째, 한화오션이 급식 메뉴 기준, 위생·안전 지침, 근무 인원 배치를 위탁업체에 직접 지시했다. 둘째, 위탁업체는 이 지침을 독자 판단 없이 그대로 이행했다. 셋째, 용역단가를 사실상 한화오션이 결정했고, 이것이 임금 수준에 직결됐다.
이 세 가지 사실이 인정되는 순간, 한화오션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가 된다.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다.
2007두8881
대법원 현대차 사내하청 첫 불법파견 인정 판결번호
대법원 2010.3.25.
2년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 발생 사용기간 — 제6조의2
파견근로자보호법
3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시효 아닌 임금채권 시효
근로기준법 제49조
왜 원청이 사용자인가 — 법적 근거
노조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정의한다. 핵심은 근로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역시 같은 논리를 담고 있다. 파견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사업주’를 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하는 자로 규정하고, 제6조의2는 2년을 초과해 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한다. 명목상 도급 계약이라도 실질이 파견이라면 파견법이 적용된다.
이 법리의 이정표가 된 것이 2010년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2007두9075 판결 —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현대자동차는 아산·전주 공장 생산라인에 다수의 사내하청 업체를 두고 있었다. 하청 근로자들은 하청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업무는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서 현대자동차의 지시에 따라 수행됐다. 현대자동차 관리자가 하청 근로자의 업무 배치, 작업 방식, 속도, 휴게 시간까지 통제했다.
대법원은 이 관계를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으로 판단했다. 핵심 판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형식적으로 도급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실질적 지휘·감독을 했다면 그 관계는 근로자파견이다.
- 파견법이 적용되는 사용사업주(원청)는 파견 근로자에 대해 직접고용 의무 등 사용자 책임을 진다.
- 2년을 초과해 해당 근로자를 사용했다면 파견법 제6조의2에 따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
두 사건(2007두8881, 2007두9075)은 같은 날 선고된 병행 판결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구조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단이었다. 이 판결 이후 자동차·조선·제철 업종의 사내하청 구조에 파장이 퍼졌고, 수천 명의 하청 근로자들이 직접고용 소송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불법파견 판단의 실무 기준
대법원과 노동위원회는 도급인지 파견인지를 판단할 때 계약서 제목보다 실제 운영 방식을 본다. 다음 요소들이 중첩될수록 파견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원청 관리자가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린다.
- 하청 업체가 독자적 재량 없이 원청의 지침을 그대로 수행한다.
- 하청 근로자가 원청의 생산·서비스 라인에 통합되어 원청 근로자와 혼재 근무한다.
- 원청이 근태관리, 작업 속도, 품질 기준을 직접 설정한다.
- 하청 업체가 독자적 장비·기술·노하우 없이 원청 시설과 장비만 사용한다.
- 용역·도급 단가를 원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며 하청 업체의 협상력이 사실상 없다.
실무 포인트 — 하청 노동자의 증거 수집 ①원청 관리자의 업무 지시 이메일·카카오톡·회의록 ②하청업체의 독자적 의사결정이 부재했던 정황 ③원청 장비·시설 전용 사용 사진·서류 ④2년 이상 같은 사업장 근무 기록. 4가지가 갖춰지면 파견 판단에 결정적이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 시 달라지는 것
원청이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되면 단체교섭 의무가 발생한다. 원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가 성립하고,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의 형사 제재를 받는다.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 인정되는 경우는 추가 효과가 있다. 2년 초과 사용 시 직접고용 의무(파견법 제6조의2)가 발생하며, 허용 업종 외 파견이나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즉시 직접고용 의무가 생긴다. 원청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민사 소송에서 근로자 지위 확인과 체불 임금 차액 청구가 가능하다.
주의 — 허용 업종 외 파견은 ‘2년 요건 없음’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 등 파견법상 허용 업종이 아닌 곳의 사내 도급은 불법파견으로 인정되면 2년 요건과 무관하게 즉시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 포스코 215명 직고용 확정 판결(2024)이 같은 논리.
실무 체크리스트 — 하청 노동자·노조 대응
- 원청의 업무 지시 문서(이메일, 지침서, 회의록, 카카오톡 등)를 수집하고 보관한다.
- 원청 관리자가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사례를 날짜·내용별로 기록한다.
- 하청 업체의 독자적 의사결정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점검한다(없다면 파견 판단에 유리).
- 용역·도급 계약서의 단가 결정 구조와 실제 협상 경위를 문서화한다.
- 원청 사업장에서 원청 장비와 시설만 사용해 작업했다면, 이를 사진·서류로 확보한다.
- 2년 이상 같은 원청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는 직접고용 청구 시효(3년)를 확인한다.
- 노동위원회 교섭요구 공고 절차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경로를 사전에 파악한다.
전망 — 조선·급식·물류까지 확산
2007두8881·2007두9075 판결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불법파견과 원청 사용자성 다툼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업 회복, 물류 대형화, 급식·청소 위탁 확대로 관련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화오션 경남지노위 결정은 단일 사건이 아니다. 비슷한 구조의 위탁·하청 노동자들이 같은 논리를 들고 각 지노위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선례다. 원청 입장에서도 지휘·감독 방식과 단가 결정 구조를 재점검하지 않으면 교섭 의무와 직접고용 리스크가 동시에 커진다.
이미 판례는 정해져 있다. 실질이 파견이면 파견법이 적용되고, 원청이 사실상 사용자이면 노조법상 사용자 책임을 진다. 계약서 제목은 방패가 되지 않는다.
💡 시사점 — 16년 된 판례의 현재 적용:
① 실질적 지휘·감독. 2007두8881 기준은 지금도 유효. 작업 지시·통합 근무·원청 장비 전용이 핵심 징표.
② 2년 초과 = 직접고용. 파견법 제6조의2 — 허용 업종 외 파견은 2년 요건 없이 즉시 적용.
③ 원청 두 가지 책임.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 +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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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원청이 하청 근로자를 직접 지휘하면 무조건 불법파견인가요?
A. 단정할 수 없지만 강력한 징표다. 대법원은 ‘실질적 지휘·감독’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보며, 여기에 작업 통합도, 하청의 독자성 부재, 원청 장비 전용 사용 등이 더해질수록 불법파견 판단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7두8881 판결이 그 기준을 정립했다.
Q. 불법파견이 2년을 초과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의2에 따라 원청(사용사업주)이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 근로자는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원청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을 청구할 수 있다. 허용 업종 외 파견이나 불법파견(사전 파견 허가 없음)인 경우에는 2년 요건 없이 즉시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
Q. 도급과 파견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도급은 하청 업체가 독자적 재량으로 업무를 완성하고 원청은 결과물만 받는 구조다. 파견은 원청이 근로자를 직접 지휘·감독하면서 업무를 시키는 구조다. 계약서 명칭이 ‘도급’이어도 실제 운영이 파견 방식이라면 파견법이 적용된다. 법원은 계약 형식보다 실제 지휘·감독 구조를 우선 본다.
Q. 원청이 노조 교섭을 거부하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A.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3호)에 해당한다.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고, 형사 고발도 가능하다(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구제신청은 위반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Q. 한화오션 경남지노위 결정은 최종인가요?
A. 아직 아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결정으로, 한화오션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면 추가 심판이 진행된다. 중앙노위 결정에 불복하면 행정소송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 결정의 최종 확정까지는 수개월 이상의 절차가 남아 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