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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팀을 해고한 CEO, 그리고 정반대 선택을 한 기업들

“HR팀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만들어냈다. 해고하니까 문제가 사라졌다.” 핀테크 기업 Bolt의 CEO 라이언 브레슬로(Ryan Breslow)가 2025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10억 달러 기업가치가 3억 달러로 추락한 뒤, 그는 HR팀 전원을 해고하고 소규모 ‘People Ops’로 대체했다. 이 발언은 HR 업계에 충격파를 던졌지만, 솔직히 많은 실무자가 속으로 같은 질문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AI가 이만큼 발전했는데, HR팀이 지금 형태 그대로 존재해야 하는가?

하지만 같은 시기, 정반대 방향을 선택한 기업들도 있다. 에어텔 페이먼트 뱅크(Airtel Payments Bank)는 HR팀에 AI 학습 여정을 도입하며 역할을 확장했고, 노바티스(Novartis)는 10만 명의 정규직과 5만 명의 외부 인력을 통합 관리하는 ‘워크포스 전략가(Workforce Strategist)’라는 새로운 HR 역할을 만들었다. 같은 기술, 같은 시대 — 그런데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한 줄 요약: AI가 HR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면, HR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AI 네이티브 조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정답이다.

HR 해체론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

브레슬로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도 공감을 산 이유가 있다. 숫자가 말해준다.

89%

HR 조직 구조조정 완료 또는 계획 중인 기업 비율

Gartner, 2026

30~40%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자동화 가능한 기존 HR 업무 비중

Josh Bersin, 2026

200~400:1

AI 도입 후 예상 직원 대 HR 비율 (기존 100:1)

Josh Bersin, 2026

92%

2026년 AI를 HR 프로세스에 추가 도입 예정인 CHRO

SHRM, 2026

개인적으로는 이 수치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명확하다고 본다. 채용 서류 스크리닝, 온보딩 안내, 정책 문의 응대, 교육 콘텐츠 전달 — 이런 업무는 이미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한다. Josh Bersin이 ‘슈퍼에이전트(Superagent)’라고 부르는 자율형 AI 시스템은 개별 도구를 넘어 전체 HR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Chipotle는 AI 기반 채용 가속화로 매출 증가를 보고했고, Boeing은 안전 문화와 인재 이동성 개선에 AI를 활용 중이다.

이런 환경에서 “HR팀이 문제를 만든다”는 브레슬로의 주장이 일부에게 직관적으로 와닿는 건 자연스럽다. 기존 방식의 HR이 행정 업무 중심이었다면, 그 행정 업무 대부분을 AI가 대체할 수 있으니까.

Bolt의 실험 — 해고 이후 실제로 어떻게 됐나

사례 — Bolt (핀테크)
2022년 기업가치 110억 달러에서 2024년 3억 달러로 97% 폭락. CEO 브레슬로는 2025년 복귀 후 전체 인력의 30%를 감축하고 HR팀 전원을 해고했다. 대신 소규모 ‘People Ops’ 팀을 꾸려 법정 필수 교육과 최소한의 직원 지원만 담당하게 했다. 4일 근무제와 무제한 유급휴가도 폐지. 브레슬로는 “시니어 인력 대신 주니어 직원을 채용했더니 에너지가 훨씬 좋다”고 주장했다. 고객사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이런 관심을 받는다”는 피드백이 왔다고도 했다.

이건 좀 단순하게 봐선 안 된다. Bolt의 사례가 ‘HR 무용론’의 근거로 확산되고 있지만, 맥락을 빼면 위험하다. Bolt는 기업가치 97% 폭락이라는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 ‘전시(wartime) 경영’을 선언한 기업이다. 미지급 임금과 계약자 비용 미정산 의혹도 있었다. 100명 규모로 축소된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을 수천 명 규모 조직에 일반화하는 건 무리다.

그리고 브레슬로가 한 일을 정확히 보면, HR을 ‘없앤’ 것이 아니라 ‘축소·개명’한 것에 가깝다. People Ops라는 이름으로 핵심 기능은 남겼다. 결국 문제는 HR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HR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느냐의 문제다.

정반대 실험 — AI로 HR을 강화한 기업들

같은 질문(“HR이 지금 형태로 필요한가?”)에 정반대 답을 낸 사례가 더 주목할 만하다.

인도 최대 디지털 결제 기업 에어텔 페이먼트 뱅크의 CHRO 슈루티 타크랄(Shruti Thakral)은 향후 2년 내 기존 역할의 50~60%가 의미 있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HR팀 축소가 아닌 AI 학습 여정 도입을 선택했다. HR팀은 생산성 혁신 훈련을, 리스크·보안팀은 거버넌스 훈련을 받는 식으로 기능별 맞춤 AI 교육을 설계했다. 내부 ‘변화 에이전트(change agent)’를 선발해 워크숍과 해커톤을 운영하고, AI에 대한 불안을 사전 소통과 역량 강화로 해소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Great Place to Work 4년 연속 인증.

노바티스는 더 구조적인 접근을 했다. 정규직 10만 명과 외부 인력 5만 명을 아우르는 ‘워크포스 에코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총괄하는 워크포스 전략가(Workforce Strategist)라는 새 역할을 만들었다. 이 역할은 관리자에게 정규직·계약직·AI 기술 자원의 실시간 현황을 제공하며, 프로젝트 단위로 최적의 인력 구성을 설계한다. HR이 ‘직원 관리’에서 ‘워크포스 생태계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진화한 사례다.

AI 네이티브 HR은 무엇이 다른가

두 방향의 실험을 종합하면, 핵심이다 — AI 네이티브 HR은 ‘HR의 소멸’이 아니라 ‘HR의 재정의’라는 점. Josh Bersin은 이를 ‘풀스택 HR(Full-Stack HR)’이라고 부른다. 행정 업무는 AI 슈퍼에이전트에게 넘기고, 인간 HR은 전략적 기능에 집중하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AI가 담당하는 영역과 인간이 집중해야 할 영역을 나눠보면 이렇다.

AI 슈퍼에이전트가 맡는 영역 풀스택 HR이 집중할 영역
채용 서류 스크리닝·일정 조율 인재 자문(Talent Advisory)
온보딩 프로세스 자동화 리더십 개발 설계
정책 문의 챗봇 응대 조직문화 설계·갈등 중재
교육 콘텐츠 추천·전달 조직 설계(Org Design)
서류 처리·기록 관리 AI 오케스트레이션 전략

에어텔의 타크랄 CHRO가 강조한 핵심도 이 지점이다. AI 시대 인재 전략은 ‘기성품 역할(ready-made roles)’에 사람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과 잠재력 기반으로 ‘계산된 인재 베팅(calculated talent bets)’을 하는 것이다. 이건 AI가 대체할 수 없는 판단 영역이다.

재설계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아쉽다 — 대부분의 조직이 아직 이 전환의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다. 현재 HR에 AI를 실제 도입한 기업은 39%에 불과하다. 92%의 CHRO가 “도입하겠다”고 말하지만, 말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 크다.

실행을 시작하려는 조직이라면, 에어텔과 노바티스 사례에서 공통 패턴을 뽑아볼 수 있다. 먼저 기능별 AI 교육을 설계한다 — HR팀이면 생산성 도구, 리스크팀이면 거버넌스 도구처럼 맞춤형으로. 그 다음 내부 변화 에이전트를 선발해 워크숍·해커톤을 통해 실험 문화를 만든다. 그리고 ‘직원 관리’를 넘어 정규직·계약직·AI 에이전트를 포괄하는 워크포스 에코시스템 관점으로 HR의 범위를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LHH의 2026년 보고서가 짚은 포인트도 중요하다. 87%의 HR 리더가 향후 12개월 내 감원을 실시했거나 계획 중이며, 78%는 감원을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 이벤트’로 인식하고 있다. 41%는 감원 사유로 ‘스킬 불일치(right-skilling)’를 꼽았다. HR 자체가 이 스킬 불일치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자기 조직부터 재설계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HR을 없앨 것인가, 다시 만들 것인가

브레슬로에게 다시 돌아가 보자. 그는 HR을 없앴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People Ops라는 이름으로 남겼다. 행정 기능을 최소화하고, 관리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이양하고, 실행 속도를 높이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건 ‘해체’가 아니라 사실상 ‘재설계’다.

에어텔과 노바티스도 같은 방향이다. 기존 HR의 행정 기능을 AI에게 넘기고, 인간 HR은 전략·문화·판단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이름이 다르고 드라마의 강도가 다를 뿐, 본질은 같다.

결국 질문은 “HR이 필요한가?”가 아니다. “당신 조직의 HR은 AI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가 진짜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면 — 지금이 재설계를 시작할 마지막 타이밍일 수 있다.

💡 실무 시사점: HR 자동화의 목표는 ‘팀 축소’가 아니라 ‘역할 전환’이다. 행정 중심 HR에서 전략·문화·AI 오케스트레이션 중심의 풀스택 HR로 재설계하라. 자기 팀의 업무 중 AI로 대체 가능한 30~40%를 먼저 식별하고, 남은 60~70%를 전략적 역할로 재정의하는 것이 첫 단계다.

#AI_HR #HR재설계 #워크포스에코시스템 #풀스택HR #PeopleOps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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