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국노동연구원(KLI)은 수십 개 테이블에 달하는 노동통계를 공개한다. 고용·임금·노동생산성·노사관계 데이터가 PDF 한 권에 압축된다. 그런데 솔직히, 이 자료를 실제 HR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사업장은 드물다. 보고서는 내려받고, 책장(또는 다운로드 폴더)에 쌓인다. ‘우리 회사 임금이 업계 평균보다 낮은가 높은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조차 감각이 아닌 데이터로 답하는 곳이 얼마나 될까.
2026년 현재, 이 간극은 더 이상 ‘대기업 vs 중소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People Analytics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소규모 팀도 공개 데이터를 가져다 내부 지표와 비교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한 줄 요약: KLI·고용노동부의 공개 노동통계를 HR 벤치마킹 기준선으로 삼으면, 임금 경쟁력·이직 위험·채용 여건을 감(感)이 아닌 데이터로 판단할 수 있다.
공개 데이터의 무덤 — 왜 아무도 안 쓰나
KLI가 발간하는 노동통계 데이터북은 1992년부터 쌓인 시계열 정보를 담고 있다. 사업체노동력조사(고용노동부), 경제활동인구조사(통계청),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가 한 권에 통합된다. 이론상 이 자료만으로도 산업별·규모별 임금 수준, 근속연수, 이직률, 노동생산성을 조회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이 데이터가 외면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 번째는 시차다. 2025년판 통계가 실제로 반영하는 임금 데이터는 1~2년 전이다. 두 번째는 단위 문제다. ‘전 산업 평균 월 급여’라는 숫자가 우리 회사 ‘웹 개발자 연봉’과 바로 비교되지 않는다. 세 번째가 핵심이다. 해석 없는 숫자는 판단 근거가 못 된다. 관리직 평균 임금이 340만 원이라는 테이블은, 그 숫자의 맥락(규모·지역·업종 필터)이 빠지면 거의 쓸모가 없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문제는 모두 해결 가능하다. 방법론의 문제이지, 데이터 자체의 한계가 아니다.
7.7%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평균 이·퇴직률 (2024년)
매경·사업체노동력조사, 2024
50~200%
직원 1명 이직 시 대체 비용 (연봉 대비)
SHRM, 2026
14.9%p
People Analytics 도입 기업의 이직률 감소 폭
AIHR / Workhuman, 2026
벤치마킹의 3단계 프레임 — 공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형태로
공개 데이터를 실무에 쓰려면 ‘기준선 설정 → 내부 지표와 대조 → 격차 해석’의 흐름이 필요하다. 각 단계를 구체적으로 보자.
Step 1. 기준선: 어떤 데이터를 어느 필터로 볼 것인가
KLI 노동통계에서 임금 벤치마킹에 가장 유효한 테이블은 산업별×규모별 월 급여 총액이다. 사업체노동력조사 기반으로,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매월 집계된다. 여기에 두 가지 필터를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첫째, 직종 필터다. ‘제조업 평균’이 아니라 ‘제조업 × 전문·관리직 × 300인 미만’ 구간을 뽑아야 한다. 고용노동통계포털(laborstat.moel.go.kr)의 맞춤형 통계 기능이 이를 지원한다.
둘째, 지역 필터다. 수도권과 지방 사업장의 임금 격차는 동일 업종·직종 기준으로도 20~30%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전국 평균’과 자사를 단순 비교하면 판단이 틀어진다.
Step 2. 내부 지표: 동일한 단위로 정렬
가장 흔한 실수는 외부 통계는 ‘월 급여 총액'(기본급+수당+초과급여)으로 제시되는데, 내부 데이터는 ‘기본급’만 뽑아 비교하는 것이다. 이러면 우리 회사가 실제보다 훨씬 낮아 보이거나, 반대로 높아 보인다. 비교 단위를 맞추는 것이 벤치마킹의 절반이다.
이직률도 마찬가지다. KLI 통계의 이직률은 ‘월말 재직자 대비 당월 이직자 수'(사업체노동력조사 기준)다. 내부 이직률을 계산할 때 같은 분모를 쓰지 않으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Step 3. 격차 해석: 숫자 뒤의 맥락 읽기
기준선 대비 내부 임금이 10% 낮다고 해서 곧바로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복지·유연근무·성장 기회 등 비금전적 요인이 보완하고 있을 수도 있다. 반대로, 기준선보다 높은데 이직률이 높다면 임금 외 요인(관리자 관계, 업무 강도, 조직문화)을 봐야 한다.
핵심이다 — 데이터 분석의 목적은 ‘우리가 낮다/높다’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왜 이 격차가 있는가’에 대한 가설을 만드는 것이다.
사례 — 300인 제조업체 임금 재설계경기 소재 A사(제조업, 280인)는 2024년 초 생산직 이직률이 전년 대비 3.2%p 상승하자 원인 파악에 나섰다. 내부 데이터만 보던 인사팀은 ‘급여 불만’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사업체노동력조사 데이터와 지역·규모 필터를 맞춰 비교하자, A사 기본급은 동종업계 평균 대비 오히려 4% 높았다. 이직 원인은 임금이 아니라 야간교대 패턴이었다. 이후 A사는 임금 인상 대신 교대 스케줄을 조정했고, 6개월 만에 이직률이 1.8%p 하락했다. 데이터가 없었다면 엉뚱한 곳에 예산을 썼을 것이다.
이직 위험 신호를 공개 데이터에서 읽는 법
개인 수준의 이직 예측은 사내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업종 전반의 이직 압력은 공개 통계에서 먼저 감지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는 업종별 구인배수(구인인원/구직인원)와 이직률을 함께 보여준다. 구인배수가 올라가는 시기, 특정 업종의 평균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면, 그 업종에 포진한 우리 회사 인력이 이직 제안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신호다.
2024년 IT 서비스업 구인배수는 2.3배 수준까지 올라갔다. 즉, 일자리 하나에 구직자가 절반도 안 됐다는 뜻이다. 이 국면에서 IT 직군 임금을 동결한 회사들은 실제로 더 높은 이직률을 경험했다. 공개 데이터가 6개월 전에 이미 경고를 보내고 있었던 셈이다.
💡 AI·도구로 측정/자동화 가능한 부분
- 공개 데이터 파이프라인 자동화: 고용노동통계포털은 OPEN API를 제공한다. Python 스크립트로 월별 데이터를 자동 수집·정규화하면, 매월 수작업 없이 벤치마크 기준선을 갱신할 수 있다.
- 내부 HR 시스템 연동: Workday·SAP SuccessFactors·시럽HR 등 국내외 HRIS는 외부 벤치마크 데이터를 직접 임포트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설정해두면 임금 검토 시 자동으로 격차 리포트가 생성된다.
- 이직 위험 대시보드: 구인배수·업종 임금 상승률을 내부 이직률과 겹쳐 시각화하면, 이직 고위험 분기를 미리 식별할 수 있다. Google Looker Studio나 Tableau Public으로 구현 가능하다.
- 임금 형평성 자동 분석: 내부 직급별·성별·근속연수별 임금 분포를 KLI 기준선과 대조하여 이상값을 자동 탐지 — 공정임금 감사(Fair Pay Audit)의 첫 단계다.
- 채용 타이밍 최적화: 구인배수가 높은 시기(구직자 우위 시장)에는 채용 소요 시간(time-to-fill)이 길어진다. 통계 트렌드를 보고 채용 계획을 앞당기거나 외부 채용 대신 내부 육성을 선택하는 판단을 자동 알림으로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위 다섯 가지 중 ‘이직 위험 대시보드’가 가장 즉각적인 ROI를 보인다. 구현 비용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고, 이직 1건을 막는 것만으로도 연봉의 절반 이상을 아낀다는 SHRM 계산을 생각하면 선택지가 없다.
💡 실무 시사점: 공개 노동통계는 ‘다운로드 후 방치’가 기본값이지만, 필터(업종×규모×지역) + 단위 정렬 + 내부 데이터 대조라는 세 단계만 갖추면 즉시 써먹을 수 있는 벤치마킹 도구가 된다. AI와 자동화는 이 반복 작업을 제거해줄 뿐이다 — 질문을 던지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HR Analytics#People Analytics#노동통계#임금벤치마킹#이직관리
참고 링크
- 한국노동연구원, “2025 KLI 노동통계 — 고용·임금·노사관계 종합 데이터북” (2025)
-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통계조사 홈페이지 (사업체노동력조사)” (2026)
- SHRM, “July 2026 Labor Market Review” (2026)
- AIHR, “People Analytics: An Essential Guide for 2026” (2026)
- Workhuman, “People Analytics Metrics Every HR Team Should Be Tracking in 2026”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