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국민은행·하나은행·KB국민카드 콜센터 하청 노동조합에 대해 원청의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은 원청 금융사가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결정이 확정되면 금융권의 외주 구조 전반에 파급이 불가피하다.
한 줄 요약: 노동위원회가 금융권 외주 노조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의미는, 도급·위탁 계약서가 아니라 실질적 지배·결정력으로 사용자가 가려진다는 점이다. 원청은 이제 작업 지시·평가·근로조건 결정 구조를 점검하지 않으면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로 직결된다.
사용자성 인정 — 무슨 의미인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정의한다. 전통적 해석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사업주에 한정됐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실질적·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원청도 사용자가 된다는 방향으로 해석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CJ대한통운 사건)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결정은 같은 법리를 금융권에 적용한 것이다.
주의 — 도급계약서만 믿지 말 것 “우리는 도급사일 뿐이다”라는 항변은 노동위원회·법원에서 일관되게 깨지고 있다. 작업 매뉴얼·평가 권한·근태 관리 주체가 원청이라면, 계약서 표제와 무관하게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왜 금융권이 특히 취약한가
국민은행·하나은행 등 주요 금융사는 수년간 콜센터·IT·청소 등 비핵심 업무를 외주화해왔다. 외형적으로는 하청업체가 독립된 사용자이지만, 실제 업무 지시·평가·복무관리를 원청이 직접 수행하는 구조가 많다. 이번 결정은 이런 구조를 “원청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 콜센터: 원청 브랜드로 운영, 원청 매뉴얼·스크립트 사용, 원청 KPI 평가
- IT 파견·도급: 원청 사무실 상주, 원청 업무지시 직접 수령
- 시설관리·청소: 원청이 작업 일정·방법 결정, 용역 계약 갱신권 보유
이런 구조에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이제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거부하면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 부당노동행위(단체교섭 거부·해태)에 해당해 형사처벌과 노동위원회 시정명령을 받는다.
실무 포인트 — 사용자성 자체 진단 3가지 ① 작업지시서·매뉴얼 작성 주체가 누구인가 ② 인사평가·재계약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③ 근로시간·휴무·임금 결정에 원청이 개입하는가. 셋 중 둘 이상이 원청이면 단체교섭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게 안전하다.
실무 시사점 — 인사·법무팀이 지금 해야 할 것
- 도급·파견 현황 점검: 원청 지시 비중, 평가 주체, 작업 매뉴얼 소재를 확인해 “실질적 지배력” 해당 여부를 자체 진단하라.
- 교섭 요구 수신 체계 구축: 하청 노조가 교섭 요구서를 발송할 경우 접수·대응 절차를 사전에 마련하라. 묵살이나 지연은 부당노동행위로 직결된다.
- 용역 계약 구조 재검토: 단순 도급에서 진정한 독립도급으로 전환하려면 업무 지시권·평가권을 실질적으로 하청에 이전해야 한다. 형식적 계약 변경만으로는 효과가 없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모니터링: 원청 사용자성 기준을 최종 판단할 대법원 2018다296229 사건이 계류 중이다. 선고 시점에 따라 실무 기준이 크게 바뀔 수 있다.
Q&A — 실무자가 자주 묻는 것
Q.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무조건 응해야 하나요?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노조법상 성실교섭 의무가 발생합니다. 다만 교섭 범위는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근로조건”에 한정됩니다. 하청 근로자의 임금 전체를 원청이 결정하지는 않으므로, 의제별로 교섭 의무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Q. 기존 용역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에도 교섭 의무가 발생하나요?
네. 사용자성은 계약 형식이 아닌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용역 계약 기간 중이라도 원청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면 교섭 의무가 발생합니다.
Q. 대법원 2018다296229 판결이 나오면 어떻게 달라지나요?
현재는 하급심마다 결론이 엇갈립니다.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면 원청 사용자성 인정 기준이 전국적으로 통일됩니다.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 제조·물류·금융·IT 전 업종에서 원청의 교섭 의무가 대폭 확대될 수 있습니다.
💡 시사점:
① 사용자성 판단은 “계약 형식”이 아닌 “실질 지배력”이 기준이다.
② 원청은 도급·파견 구조를 자체 진단해 단체교섭 거부 리스크를 선제 점검해야 한다.
③ 부당노동행위로 가는 가장 흔한 입구는 “교섭 응하지 않은 것 자체”다 — 응한 뒤 주장하라.
#노란봉투법#사용자성#단체교섭
작성: 서재홍 | NODE